회원로그인
sp투데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유가가 폭등하면서 옥외광고 업계에도 새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현수막 원단을 비롯한 광고 소자재들의 원가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루미늄의 주요 생산지인 중동 전역으로 전쟁의 불씨가 번지다 보니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의 가격 상승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전쟁의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을 원재료로 한 광고 자재의 원가 상승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PVC, PC, PE 등 석유화합물 기반 광고 소재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Naphtha)는 전쟁 발발 전 미터톤(MT)당 약 640달러에서 최근 1,220달러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따른 역마진 우려에 제조·유통 업체들이 하나둘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고유가 시대 자재 가격 인상 행렬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수막 원단, 그래픽 필름, 코팅지, 잉크, 페인트, 아크릴, 고무판 등 주요 광고 소재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오르지 않은 품목과 오른 품목의 구분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업계의 주요 자재 유통업체 다수가 4월을 기준으로 전품목에 대해 10~30% 가량 단가를 인상하는 것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아직 인상을 결정하지 않은 업체들도 원가 및 관리비용 상승에 따른 인상 압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결국 키 맞추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 제조사 차원에서는 아직 단가 인상을 확정하지 않은 품목들도 있다. 그러나 배송과 관리·AS까지 책임져야 하는 유통사의 입장에서는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배송 관련 주유비만 해도 1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품목별 인상률을 살펴보면 대략 현수막 원단은 25~30%, 유포지 15~20%, 코팅지 8~20%. PVC필름 15~30% 수준이다. 나프타 비중이 높은 페인트의 경우 25~50% 급등했으나 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나서자 일부 국내 제조사가 인상 철회를 선언하면서 조금은 안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광고자재 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재고 보유량을 감안해 그래도 인상을 최대한 늦췄지만 4월들어 거래처들에 가격 인상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며 “많은 품목들의 원가 자체가 급상승한데다 높은 유가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방선거와 가정의달 대목 앞두고 현수막 수급 비상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수막이다. 현수막 원단의 가격은 3월 한달새 급격한 인상이 이뤄졌다. 일부 유통업체의 경우 재고 보유량을 감안해 가격 올리는 것을 늦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4월을 기점으로 25% 이상 단가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잉크 가격과 현수막을 거치하는 비닐끈같은 부자재 가격도 훌쩍 올랐기 때문에 실제 현수막 제작 원가 부담은 더 크다.
문제는 단순히 가격 인상을 떠나 수급 부족의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현수막 업계의 초대형 이벤트인 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있는데다, 다가오는 5월은 어버이날·어린이날·스승의날 등 개인 수요도 급증하는 시기다. 따라서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 대목을 앞두고 자칫 일거리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 일각에서는 자재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충무로의 한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원단 구매업체로부터 4월부터 뛴 가격이 반영될 것이라고 들었다”며 “지방선거에 맞춰 현수막 의뢰가 나올 시기인데, 원단 등 현수막에 필요한 자재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게 우려돼서 필수 자재에 대해서는 주문량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수막이 가장 큰 문제지만 차량 래핑 필름, 아크릴, 포스터용 종이 등 선거 광고물 제작을 위한 소재 전반이 오르고 있다”며 “자재 수급도 문제지만, 올라간 비용을 그대로 납품가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대목을 앞두고도 오히려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높아진 견적에 제작업체와 소비자 모두 ‘한숨’ 실사출력 분야뿐 아니라 간판 제작업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채널사인 등 간판의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 프로파일와 철판 등 금속 소재와 아크릴, 포멕스 등 간판용 판재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경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금속 소재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단순히 판재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선과 철사, 타카핀 등의 부자재까지로 가격 상승이 옮아붙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에폭시 등의 소재 가격도 급등했고 유가 상승에 따라 작업용 고소차량 등의 비용도 올라 시공비까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LED모듈과 SMPS 등의 가격 변동 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운송비용 등이 반영돼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다른 소재에 비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에는 해당 제품들의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이렇게 자재 가격이 급증하면서 업체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마진을 맞추려면 간판의 단가도 맞춰 올려야 하지만 경기침체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높아진 견적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 간판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100만원 정도에 견적낼 수 있었던 소형 간판을 지금 원가 환경에서는 150만~200만원은 받아야 겨우 마이너스를 면한다”며 “너무 높아진 견적을 보고 놀라는 소비자들을 보는 것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제작업체 관계자는 “고유가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한번 오른 자재 가격은 내려오는 일도 거의 없다”며 “고원가 환경에 맞춰 사업 전략도 새롭게 다져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쟁의 여파로 각종 광고 자재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