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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3 11:43

불 꺼진 네온사인, 갈 곳이 없다

  • 신한중 기자 | 177호 | 2009-08-03 | 조회수 4,120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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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도심의 구석구석까지 화려하게 밝혔던 네온사인이 변화해 가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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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네온관이 덩그렇게 놓여있는 작업대와 한 쪽 구석에서 수북한 먼지와 함께 쌓여있는 자재들이 네온사인 시장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시장 대폭 축소돼
업계 70% 이상 사업 포기… 시장소멸 위기에 우려 목소리 높아
 
지난 날 ‘간판의 꽃’으로 불리며 도심의 구석구석까지 화려하게 밝혔던 네온사인이 눈물섞인 작별인사를 고하며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네온업계는 70% 이상의 업체가 사업을 접거나 신규사업 분야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다. 그나마 사업을 존속하고 있는 업체들도 매출규모의 급락에 따라 하루하루 유지해 나가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 시절 네온시장의 선두에서 명성을 날렸던 한 업체의 경우 1990년 대 말 6,000만원을 호가하는 금액을 주고 구입했던 네온자동화제작설비를 달랑 30만원이라는 돈을 받고 고철상에 넘겨 벼렸다.
“대량생산을 위해 구입했던 장비인데 대량은커녕 소량 물량도 수주하기 힘든 지금은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는 고철덩어리일 뿐”이라는 이 업체측 관계자의 말은 네온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또 다른 네온사인 제작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네온 매출은 전성기를 한참 지난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10분의 1에 못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규 설치사업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앞서 설치한 공간의 보수작업을 통해 그나마 조금씩 매출이 나오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88올림픽을 전후로 시장이 활짝 개화하며 찬란한 부흥의 시대를 맞이했던 네온사인이 이렇게까지 사그라지게 된 데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더불어 LED등 신광원의 등장에 따른 소비자들의 외면이 더해지면서 안팎으로 2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무렵 도시의 야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점멸형 광고물의 설치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각각의 램프가 다양한 방식으로 점멸하며 나타나는 화려한 연출효과가 가장 큰 장점이었던 네온사인에게 있어 점멸방식이라는 날개를 꺾어 버린 것이 시장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된 것. 더불어 아트네온이라 불리며 네온사인의 큰 시장을 형성했던 네온POP가 소형전광판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며 수요처가 없어진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에 네온업체들은 경관조명과 채널사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가며 새로운 비상의 기회를 잡으려 안간힘을 다해왔다.
특히 네온의 성능을 한층 개선한 콜드캐소드와 저전압 네온 등 고급형 제품이 개발되고 다양한 공간에서 적용됨에 따라 네온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마저도 정부의 정책적인 흐름과 어긋나며서 회생의 끈을 놓쳐 버리게 됐다.
“건물의 경관조명 구축을 위해 스펙을 제시하면 지자체에서 왜 네온을 설치하느냐며 LED로 하라고 합니다.”
네온에는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한 설계업체 관계자의 이 말처럼 정부가 LED신성장동력 전략, 녹색뉴딜정책 등 LED보급 활성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홍보를 거듭함에 따라 LED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원들이 시장의 한 구석으로 소외돼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간판정비 사업으로 인해 채널의 규격이 작아지게 된 것도 네온의 소멸을 재촉하고 있다. 초기 채널사인 시장에서는 LED보다 저렴하면서도 조도가 뛰어난 네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간판 규격이 소형화됨에 따라 네온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

사인 시공업체 G사 관계자는 “채널의 규모가 클수록 LED보다 훨씬 저렴한 네온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사이즈가 작아질 경우 LED는 수량이 줄어 가격이 떨어지지만 제작 및 시공에 따른 인건비로 인해 채널 크기와 관계없이 일정한 가격대가 유지되는 네온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규제와 시장의 변화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고 겹쳐 네온사인 산업은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다. 관련업체들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거나, 타 분야로 업종을 변경하는 추세 속에서도 네온에 대한 아쉬움에 연일 한숨을 짓고 있다.
네온제작업체 N사 관계자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처럼 더 나은 제품들이 시장을 대체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당한 비교검증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장에서 구조조정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변화하는 시장을 맞이하기 위한 제물로 네온사인 업계가 희생된 것”이라고 자조했다.

이처럼 거의 소멸 위기에 봉착한 네온사인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안타까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디자인 전문가는 “최근 신봉되다시피 하는 LED의 경우 좋은 제품을 쓰기만 한다면 일정 지식만으로도 간판을 제작하기 충분하지만 네온은 최소한 4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원하는 디자인을 자유롭게 제작하는데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리는 고급기술”이라면서 “상업분야가 아니라면 예술적 분야에서라도 네온사인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도 기술의 유지 및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간판문화의 발전과 도시 경관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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