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4일 오전 10시. 도쿄 사인&디스플레이쇼가 열리는 빅사이트 전시장 입구에는 한국, 중국 등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각자의 언어로 공간을 시끌벅적하게 메우고 있다. 단체 관람객 무리들이 가이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사이 입장 시간이 돼 드디어 전시장 입구에 들어선다. 눈부신 조명 빛을 받으며 전시장에 성큼 들어서니 행사요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준다. 알아 듣지 못하는 일본어로 열심히 뭐라고 한다. 아는 단어라곤 고작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뿐이라, 답례로 한마디 띄어 보낸다. 타국 땅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에서 비롯된 경계심이 금새 풀린다. 하지만 ‘역시 일본식 인사는 약간의 오버와 가식이 있다’는 찰나의 생각이 스친다. 너무 친절하면 그것도 오히려 부담이다.
경기 탓인지 다소 한가한 전시장 그리고 본격적인 전시장 투어를 시작한다. 전시장 모습을 보고 일순간 당혹감이 밀려온다. 일본 전시회는 첫 방문이라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초라한 전시회’라는 게 첫 인상이다. 간간이 보이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걱정의 한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주변으로 눈을 돌린다.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 경제 사정 탓인지 생각보다 관람객이 적고 한가한 모습이다. 정권 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일본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 졌다는 이야기를 실감할 정도이다. 어쨌든 전시장은 여유롭게 둘러 볼 수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전시장 부스를 돌아보며 새로운 제품이 나왔나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두리번거려 본다. 눈이 작아 혹시나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까 조바심내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모이는 곳이라고 느낌이 드는 곳은 한번 더 쳐다보고 내 스스로 제품사냥에 나선다.
높은 완성도와 응용력에 반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실망스러웠던 첫 인상보다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 나온다. 작은 제품 하나도 마무리가 깔끔하게 처리돼 있는 완성도 높은 제품들. 그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당당하게 진열된 제품 속에서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보인다.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것은 없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제품 마무리의 완벽함에 새삼 부러움을 느낀다. 그러다 ‘앗! 바로 이거다’ 싶은 제품도 만난다. 소재들은 기존 제품을 조합해 만든 것이지만 상상의 나래를 뛰어넘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응용력이 돋보인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제품이다. 그리고나서 어느 전시회에서나 볼수 있는 실사장비, 사인장비, 채널사인, LED를 중심으로 둘러본다. 단순하지만 느낌이 있는, 강하진 않지만 마음을 끌어 올 수 있는, 작지만 속이 꽉찬 제품들. 어느덧 나의 손엔 수많은 카달로그와 전단지가 들려 있다. 다양한 샘플들을 가지고 혹시 빠뜨린 곳이 없나 한번더 점검한다. 팔이 많이 아파온다. 팔에 무게감을 느끼며 4시간여의 전시회 여행을 마친다. 머릿 속에 수많은 아이템들과 과제를 담고 전시장 밖으로 나선다. 가지고 싶은, 아니 가질 수 없는 그들만의 기술과 노력! 언젠간 나도 나만의 제품으로 이곳 도쿄를 다시 찾으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