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180호 | 2009-09-16 | 조회수 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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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연희동에 위치한 프로젝트 갤러리의 모습. 흰색의 건물에 산업용 특수 광택 도료를 칠했다. 모서리 부분에는 자동차 범퍼 소재인 반투명 FRP로 활용해 건물 내부에 채광이 될 수 있게 했다. (아래)야간전경
건물의 상단 흰색 옷에 달린 명찰과 같은 형상의 작은 채널사인이 인상적이다.
전시일정을 소개하는 현수막.
하얀 벽에 담겨진 도심의 이야기를 만나다 사인, 심플하지만 건물과의 조화로 돋보여 광택코팅된 흰 외벽으로 비춰지는 그림자의 향연
연희동의 한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는 순간 “엇 저게 뭐지” 자신도 모르게 올려다보게 되는 흰색 일색의 건물이 있다. 낡은 여관방 속 1단 짜리 하얀 냉장고를 닮은 이 건물의 이름은 바로 ‘프로젝트 갤러리’.
▲심플함으로 장식한 사인 길가에서는 출입구조차 쉽게 보이지 않는 상자 같은 건물. 플라스틱으로 보이는 모서리를 제외하면 온통 하얀색 일색으로 그 외관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는 프로젝트 갤러리의 사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건물의 최상단에는 검은색의 멋들어진 글씨체로 만들어진 채널사인이 설치돼 있다. 하얀색의 건물에 마치 명찰을 달아놓은 듯 보이는 작은 크기의 채널사인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뤘다. 출입구가 있는 건물의 우측 벽면에는 전시일정이 적혀 있는 푸른 현수막이 달려있다. 외벽에 설치된 사각의 틀에 걸린 이 현수막은 많은 갤러리들이 실사출력물로 전시일정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프로젝트 갤러리의 권연희 큐레이터는 “전시일정을 소개하는 현수막 게시대는 갤러리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구상한 것”이라며 “흰색의 깔끔한 건물의 외벽과 어우러지도록 은은한 톤의 현수막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의 오른편 담벼락에는 아크릴로 만들어진 네모난 돌출간판이 솟아 있다. 역시 고급스러운 느낌이 절로 풍겨져 나오는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하지 않게 아쉬운 듯 적절하게 설치돼 있는 사인들은 한 마디로 ‘굿(Good)’이다.
▲도심의 이야기가 담긴 익스테리어 “글쎄요. 이 건물 전체가 사인 아닐까요?” 프로젝트 갤러리의 사인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대한 큐레이터 권연희씨의 대답이었다. 그 이유는 갤러리 밖으로 나와 저물어 가는 햇살 속에 비친 건물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해가 질 무렵 출입구 뒤편의 하얀벽은 갤러리 밖의 또 하나의 갤러리가 되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나무그림자의 모습, 전봇대 전선에 매달린 비둘기들의 모습이 건물의 하얀 외벽에 비춰지며 마치 무언극처럼 도심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건물의 설계를 맡은 시스템랩의 김찬중 소장은 “설계할 때부터 뒷집 나무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벽면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을 예상했다”며 “날씨, 일조량 등의 변화에 따라 비춰지는 외부의 그림자들은 흰벽을 화폭으로 삼아 움직이는 그림처럼 갤러리를 장식해 행인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시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익스테리어를 구성한 프로젝트 갤러리는 화려함에 길들여진 현대사회에서 단순함으로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디자인의 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