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80호 | 2009-09-16 | 조회수 3,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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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디어파사드 겨냥한 규제일변도 가이드라인 발표 업계, “개념부터 잘못 정의된 가이드라인” 불만 고조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미디어파사드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련 업계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저 규제를 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는 지난 8월말 설치 지역이나 표출 내용을 제한하도록 규정한 미디어파사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를 9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품의 명칭이나 이미지 광고 등은 금지되고 예술작품만 허용된다. 서울 성곽내 역사특성보전지구에는 설치가 전면 금지된다. 또한 이를 새로 설치하거나 기설치물에 대한 디자인 변경시에도 서울시 디자인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그 대상을 ‘건축물의 벽면 전체를 이용한 경관조명으로 밝기, 색상, 형태 등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빛의 움직임이 가능한 LED조명, 빔 프로젝트 등을 이용한 경관조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명문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가 내린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정의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 공공디자인담당관 임광택 주임도 “이게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정의”라고 인정하며, “기존 야간 경관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관조명을 제외한 미디어파사드에 대해서만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의 내용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가이드라인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정의이다. 미디어파사드를 ‘미디어’가 아닌 경관조명이나 옥외광고와 혼동하고 있으며, 이처럼 개념 정립도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아트디렉터 홍경태씨는 “시가 말하는 미디어파사드는 경관조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며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제대로된 개념 정립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 규제의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국내에는 아직까지 제대로된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 파사드가 없다.
즉, 미디어파사드의 하드웨어만 갖추고 있을 뿐 진정한 미디어파사드는 아니다. 베를린의 경우 작가들이 이를 이용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표출한다. 바로 이같이 하드웨어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컨텐츠를 표출하는 게 미디어파사드인데 국내에서는 이런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대부분 기업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하기 보다 단기에 아트마케팅 효과를 누리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구축된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기 못해 결국 미디어파사드의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국내에 아직 미디어파사드가 제대로 정착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미디어파사드라고 정의내리고 규제한다면, 국내에는 부재한 미디어파사드의 미디어적인 역할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앤씨라이트웨이 지재훈 실장은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보면, 옥외광고와 미디어를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둘은 분명히 다르고 미디어파사드 역시 옥외광고적인 접근이 아닌 미디어로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외국과의 비교분석도 없고, 업계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광고 표출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는 콘텐츠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일기획 옥외미디어팀 손정호 차장은 “지자체건 정부건 특화거리를 말할 때 타임스퀘어를 거론한다. 하지만 타임스퀘어를 이야기하는 서울시가 미디어파사드에 광고 표출을 규제하는 것은 상당히 양면적이다. 실제로 타임스퀘어의 대형 미디어보드는 80~90%가 광고이다. 파사드에 표현하는 영상을 제작하는데 있어 사실상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예술작품이 아닌 광고일 경우이다. 고비용을 들여 광고를 표출하게 되면 영상 퀄리티는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물론 제품을 직접 적시하거나 판촉성 영상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기업들도 설치 지점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광고 표출은 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광고를 무조건 배제하고 제한하는 것이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한 건물주들 사이에서는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기 설치물들은 가이드라인 규제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 당할까봐 불안해하는 눈치다. 문제는 이들의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시는 현재 기설치된 미디어파사드를 겨냥해 행정지도 등 단속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측이 운영시간이나 조도 등을 직접 제한하고 나서고 있어 기존과 같이 자유로운 운영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오히려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 하지만 이들도 현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가온 하묵담 실장은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며, 오히려 늦게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것이 조도나 색상 제한 등 디자인에 대한 크리에이티브를 지나치게 규제할 경우 획일화된 미디어파사드 일색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시는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지난 9월 8일 경관조례 19조의 경관위원회 심의대상에 ‘건축물경관조명’을 추가로 포함시키는 조례 개정을 추진, 현재 입법예고중이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른 미디어파사드 심의대상 1호는 대우빌딩으로, 심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