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우리사회는 공공디자인 열풍으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년 넘게 디자인계의 아웃사이더로 인식되어 오던 환경디자인 분야가 21C 지구촌 화두인 ‘문화’와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주로 해외사례를 통한 사회적 분위기 제고 차원의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삶에 터전에 대한 문제로 논의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이동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 대한 역사․문화적 이해 없이 사회 구성원을 위한 아름다운 삶의 터전 만들기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개념 및 용어에 있어서도 장르 융합적인 특성을 가진 이 분야의 속성상 공공디자인, 환경디자인, 경관디자인, 도시디자인, 공공미술, 환경조각, 환경미술 등 관점에 따른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비추어 볼 때 애써 돋보기를 들이대고 두부모 자르듯 각각의 개념적 경계선을 그을 수도, 그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이후 범정부적으로 공공공간에 대한 문화적 환경개선작업이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청계천복원, 서울광장,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사회적 이슈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과 인재들 또한 블랙홀처럼 공공디자인 분야로 모여들고 있다. 이러한 과도기적 혼돈 상황 속에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불편한 경합이 아니라 인간적 휴머니티가 느껴지는 예술적 문화공간으로의 진정한 품질경쟁을 위한 거시적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해방과 함께 시작된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디자인의 역사는 산업적 맥락에서 기업 및 국가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문화를 고양시키는 디자인의 본질적 기능은 외면 받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산업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문화 패러다임으로의 사고전환을 요구받는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공공디자인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각각 단편적으로 추진되어 오던 가로시설물, 색채, 거대구조물, 조형물, 조각작품 등에 있어서 이제 공간 전체의 내러티브를 공유하는 가운데 도시계획, 토목, 조경, 건축, 조각, 디자인, 미술 등 관련 제 영역 전문가들의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사례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의 파급 범위가 전 사회적으로 여러 관련 장르에 걸쳐 있고 그 영향력 또한 크기 때문에 영역간의 본격적인 담론경쟁도 현재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공공디자인 열기는 체계적 정착을 위한 각종 법안을 입안하는 등 디자인계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행정 주체별 또는 각 지자체별로도 다양한 프로젝트 및 학술행사 등을 경쟁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공공디자인 붐 이후 이제 몇 년의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초기 계획들의 실질적인 결과물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서 그간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공공디자인의 본격적 정착을 위한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시기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한계점으로 인식되는 공통적 문제는 디자인 대상이 공공시설물 특히, 가로시설물이나 간판디자인을 단지 새롭게 디자인하여 재설치하는 정도의 초보적 단계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장소성에 대한 역사, 문화에 대한 체계적 내러티브를 토대로 철학적, 미학적 담론생성과 이의 조형적 언어로 밀도감 있게 표현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실현인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있어서 공공미술 즉, 미술작가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작가들을 인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다수의 작가들은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공공성의 실현 차원으로 바라보기 보다 작가의 개인적 창작활동을 확장시켜 외부로 옮겨 놓는 정도로 생각하고 대응한다는 점이다. 작품만을 위해 존재하는 전시장 환경에서 주변 환경 전체의 조화가 강조되는 외부경관에서는 주연보다는 조연의 기능으로서의 성격이 강조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간보다는 오브제를 다루는 작가적 역량의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간을 기획하거나 건축물을 설계하는 조경가나 건축가에 예속되는 경우가 많아 미술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미술작가 개인보다는 교육시스템의 부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공공공간의 성격상 다양한 전공영역이 통합적으로 얽혀 있는 대중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상아탑의 강의실에서는 주로 예술을 위한 예술 또는 단편적인 기능숙달 중심의 전공교육을 반복학습 해온 커리큘럼의 당연한 결과로 생각한다.
디자인과 설계분야(건축, 조경, 도시계획 등)와 마찬가지로 미술에서도 대중적 기호를 이해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적 프로세스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심도 있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관념적 예술교육에 치중해 있던 커리큘럼을 보완해 균형감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