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83호 | 2009-10-29 | 조회수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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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가면 간판도 예술이 된다’
‘예술’, ‘실험’, ‘젊음’... 홍대 거리에는 이같은 특별함이 있다. 최근 이 거리에는 이외에도 특별한 ‘꺼리’가 하나더 생겨났다. 바로 간판이다. 얼마전 디자인서울거리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간판개선사업이 완료되면서 홍대의 간판에도 거리의 명성에 걸맞는 특별함이 더해졌다. 특별한 거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홍대의 간판, 어떻게 달라졌을까.
▲개별 매장의 아이덴티티 극대화 홍대 정문 앞에서 청기와 주유소에 이르는 거리에는 수많은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일명 ‘홍대’로 통하는 홍대 거리 전체를 둘러보려면 반드시 통과하게 되는 관문이 바로 이 구간이다. 그만큼 상점간의 간판 경쟁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하지만 여느 거리처럼 간판의 수량과 크기로 경쟁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고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홍대의 간판이 특별한 첫 번째 이유다. 안경집에는 안경을 쓰는 사람의 이미지가 형상화돼 있고, 중국집에는 중국인을 모티브로 삼은 입체형 간판이 붙어 있다. ‘이츠와치’라는 의류 매장에는 매장명을 반영하는 벽걸이형 시계들이 걸려 있고, 매운 음식 전문점에는 새빨간 고추가 입체 간판으로 표현돼 있다.
▲소재의 다양화로 획일화의 문제 해결 하지만 이 거리의 간판이 더욱 특별해진 숨은 이유는 다름아닌 소재에 있다. 금속 프레임과 채널사인으로 일관된 기존의 사업 사례와 달리 금속, 유리, 나무, 파벽돌 등 다양한 소재를 개별 건물이나 매장의 특색, 환경에 맞춰 응용 적용한 것. 나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집성목, 방부목, 히노키 등 미세한 질감 차이가 나는 여러 종류의 나무를 골고루 사용했을 정도로 세심한 소재 선택도 눈에 띈다. 유리, 파벽돌, 나무 등 동일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색상에 차별화를 두는 것은 물론, 프레임의 형태도 건물별로 특색있게 디자인해 적용함으로서 건물과 개별 점포간의 연계성도 부여했다. 다량의 간판을 일괄적으로 바꾸는 간판정비사업의 한계인 디자인 획일화의 과제를 소재의 다양화로 풀어나간 것이다. 이번 사업의 제작에 참여한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송근 대표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인 홍대의 간판을 정비하는 일인만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소재를 통한 실험을 시도했다”며 “국내 간판 문화가 가야할 길이자 모범답안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사업개요> ●사업기간 : 2008년 4월 ~ 2009년 10월 ●사업구간 : 청기와주유소 앞 사거리~홍대정문앞(508m) ●구간 현황 : 건물 37개동, 점포 236개소, 광고물 540개 ●사업비 : 7억 8백만원(구비 : 3억5천4백만원, 시비 : 3억5천4백만원) ●간판 디자인·제작사 : 한성디자인기획, 간판을연구하는사람들, 미르컴, 서광사인, 대일기획
채널게시대 형과 파사드형 베이스 패널을 결합한 형태.
나무를 소재로 적용한 1층 파사드형 간판.
파벽돌로 외장을 마감하고 강화 유리와 입체형 사인을 결합한 형태. 입체사인으로는 일반적인 채널사인(사진 왼쪽)과 면발광사인(사진 오른쪽)을 사용했다.
산뜻한 컬러의 베이스 패널로 마무리해 건물에 전체적인 통일감을 부여하고 개별 입체사인으로 개성을 준 교체 사례.
홍대 정문 앞 프루지오 상가 개선 후 모습.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트렌디한 간판들로 교체됐다.
담당자 인터뷰 _ 마포구 도시디자인과 이상권 주임
-간판 개선 전 서교로의 상황은 어땠나. ▲서교로는 다른 거리에 비해 도로도 좁고 건물이 밀집돼 있다. 무엇보다 40~50년 정도의 오래된 건물이 많아 기존의 간판을 떼어냈을 경우, 흉한 외벽이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게 가장 시급했다. 간판만 바꿀 게 아니라 리모델링까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건물 벽면으로서의 기능을 살려주자는데 우선 초점을 둬 흉한 외벽을 보완할 수 있는 파사드형 간판을 설치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느낀 애로점은. ▲대표적인 예술의 거리라는 홍대 지역적 특수성과 이미 기존 간판들 일부가 상당 수준의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는 게 사업을 추진하는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디자인사나 미술학원 등의 업종이 많아 주민들의 디자인적인 수준이나 마인드가 높은 편이라 어설픈 디자인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나름의 대안을 가지고 사업에 접근했기 때문에 사업 결과에 대한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했는지. ▲기존의 사업들이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부분이 디자인의 획일화였다. 이를 간판에 사용하는 재료의 다양성을 통해 풀어가기로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간판에 강화유리, 타일 벽돌, 나무 등 차별화된 소재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LED 채널 일색의 간판이 유발하는 획일성의 문제를 개선했다. 또한 일부 점포에는 일반적인 채널사인에 비해 슬림하고 빛 표현이 미려한 면발광사인을 적용하는 등 기존 사업에서 보기 드문 A급 소재들을 채택했다.
-제작업체 선정 방식은. ▲간판개선추진위원회가 직접 제작사를 선정했는데, 원활한 사후관리와 지역 경기의 활성화 차원에서 디자인과 제작 능력을 겸비한 지역 제작사 5곳을 뽑아 사업을 진행했다. 공모를 통하지 않고도 고퀄리티 간판이 나왔고, 점주들은 사후관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거리의 미관을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판 뿐 아니라 노후화된 건물을 보완하는 것이 큰 과제였는데, 자발적으로 리모델링을 시도하려는 건물주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한 간판을 크기로만 판단하려는 주민의 인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을 통해 주민의 인식도 점차 나아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