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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4:26

서울스퀘어에 어둠이 내리면 거대한 빛의 캔버스가 뜬다

  • 신한중 기자 | 186호 | 2009-12-09 | 조회수 4,631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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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기의 ‘Mimesis scape’. 남산을 중심으로 시간과 계절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에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중절모에 우산을 쓴 사람이 중첩된 환상적인 화면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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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퀘어에 설치된 미디어캔버스. 서류가방을 들고 넥타이를 맨 남성과 현대 여성이 밤거리를 바쁘게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줄리안 오피의 ‘걸어가는 사람들’이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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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캔버스에 적용된 LED모듈 건물 외벽의 마감재로 사용된 테라코타 타일의 후면에는 원형의 풀컬러 LED모듈이 적용됐으며, 창틀에 적용된 커튼월에는 바(Bar)형 제품이 내장됐다. 두 제품 모두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가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현재 특허 출원중에 있다. 사용된 LED칩은 니치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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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퀘어의 주간전경. LED조명이 설치된 흔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서울스퀘어,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파사드 선보여
줄리안 오피 등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의 영상미술 표출
‘상영시간 연장해 달라’ 시민 반응도 뜨거워
 
지난 11월 18일 오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의 공사 가림막이 걷혀지고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이 깔끔해졌을 뿐 특별히 변한 것 없는 모습에 느꼈던 실망은 잠시, 시간이 지나 어둠이 내려설 무렵 23층 높이의 초대형 빌딩은 사라지고,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캔버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서울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걸린 빛의 예술, 그 신비로운 모습에 하나 둘씩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어느덧 서울역 광장 앞을 가득 채우고, 저마다 휴대폰을 열어 빛의 캔버스를 담아  내는데 분주하다. 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의 등장이다.
 
▲국내기술로 빚어낸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파사드
18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서울스퀘어, 이 건물의 4층부터 23층에 이르는 전면 외벽에는 ‘미디어캔버스’라 명명된 초대형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됐다.
가나아트갤러리(대표 이옥경)가 기획하고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대표 김성남)가 제작 및 설치를 담당한 미디어캔버스는
서울시가 실행하고 있는 미디어파사드 가이드라인 심의를 첫 번째로 통과<본지 185호 기사 참조>한 작품이다. 현재는 매일 저녁 6시부터 11까지 매시 정각부터 10분간 가동되며 줄리안오피, 양만기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디지털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총 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미디어캔버스는 폭 99m, 높이 78m 규모에 4만 여개의 LED조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설치가 완료되며 큰 관심을 모았던 금호아시아나빌딩 사옥의 그 것보다도 약 5배 가량 큰 규모. 현재 기네스 위원회에 등재를 추진할 정도로 세계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초대형 작품이다.
특히 미디어캔버스의 경우 LED모듈 및 하우징 제작부터 영상콘트롤시스템까지, LED소자를 제외한 전 과정이 순수한 국내 기술력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양승용 팀장은 “현재 국내에서 설치된 대규모 미디어파사드의 경우 해외에서 수입된 조명제품 및 영상콘트롤러가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순수한 국내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축된 미디어캔버스는 우리 기술의 높은 수준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과 LED조명의 일체화 이룬 새로운 시도
‘도대체 어디에서 빛이 나오는 거지?’
미디어캔버스가 가동되지 않는 대낮에 서울스퀘어의 모습을 보면 적갈색의 평범한 건물일 뿐이다. 미디어캔버스에 대한 소문만 듣고 찾아온 시민들은 뉴스에서 본 그 건물이 맞는 지를 헛갈려 할 정도로 소등 시에는 조명기기의 설치흔적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건물외벽 자체에 LED조명을 설치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외장재 자체에 LED조명을 접목한 신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건물의 외벽을 장식한 적갈색의 테라코타 타일 후면에는 원형의 LED모듈 1만2,900개가 설치됐으며, 창문의 창호 역할을 하는 커튼월에는 바 형태의 LED모듈 2만5,400개가 내장됐다.
두 종류의 LED모듈은 물론 외장재의 하우징까지 모두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한 것으로, 타일과 창호의 타공부 규격, 외장재와 LED모듈의 색상 등 세세한 부위까지 철저하게 계산해 조명자체가 건물에 스며든 듯 외부에서는 그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또한 LED모듈을 외부에서 개별 단위로 분리하는 게 가능하도록 제작해 사후관리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양승용 팀장은 “미디어캔버스를 구축함에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조명기기의 노출 방지’, ‘제품의 내구성’, ‘운영 및 유지관리의 편의성’이 세가지 요소”였다며 “리모델링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미디어파사드가 반영됐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형태의 제품개발 및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설치된 모든 제품의 세로 간격은 300mm로 일정하지만, 가로는 건물의 창문으로 인해 515mm와 970mm 간격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배열됐다. 하지만 미디어캔버스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눈의 착시현상에 따라 도트간격의 차이가 확인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전원공급장치와 컨트롤러는 미디어캔버스의 7층과 15층, 19층에 징검다리 방식으로 설치해 보다 매끄러운 영상이 구현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적 감성으로 다가가는 新랜드마크로 부상
“내가 알던 서울역 광장이 아닌 것 같아요.”
“빌딩 하나가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것 같습니다.”
미디어캔버스가 가동되고 있는 늦은 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많은 노숙인들과 잦은 시위로 인해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던 서울역 광장이 미디어캔버스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한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 이에 따라 상영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미디어캔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미디어캔버스를 기획한 가나아트갤러리측은 미디어캔버스가 단순히 서울스퀘어를 장식하는 것만이 아니라, 도시 공간 전체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공공미술로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건축물의 크기와 규모로 상징되던 것이 20세기형 랜드마크였다면 서울스퀘어의 미디어캔버스는 문화적 감수성으로 접근하는 21세기형 랜드마크”라며 “이를 통해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미디어 아트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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