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186호 | 2009-12-09 | 조회수 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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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디어 파사드의 효시로 꼽히는 갤러리아 백화점. 시즌이나 이벤트에 맞춘 이미지 표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겨울 명동 롯데백화점 외벽에 설치됐던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 가로 240m, 세로 40m의 대규모 디스플레이로 이벤트성 연출물이지만 미디어파사드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올해도 지난해의 것을 재활용해 화려한 눈꽃으로 백화점 외관을 뒤덮었다.
최근 등장한 다양한 미디어 파사드 사례. 왼쪽부터 순서대로 상암DMS에 위치한 LG텔레콤 본사,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관, 논현동 BK성형외과 건물.
도시의 표정을 바꾸는 ‘미디어 파사드’, 21세기형 뉴미디어로 각광 고급스러운 브랜드 마케팅 툴로 인식… LED기술 발전 힘입어 비약적 성장
지난 11월 18일 오후 6시.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의 외벽이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캔버스로 탈바꿈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인 가로 99m, 세로 78m의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 캔버스’ 위로 영국 출신의 포스트 팝 아티스트 줄리언 오피의 영상작품이 펼쳐졌다. 서울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걸린 빛의 예술, 그 신비로운 모습에 하나 둘씩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어느덧 서울역 광장 앞을 가득 채우고, 저마다 휴대폰을 열어 빛의 캔버스를 담아내는데 분주하다.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캔버스’처럼 LED를 활용해 건물 외벽(Facade)을 대형 스크린처럼 꾸미는 ‘미디어 파사드’가 21세기형 뉴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의 대형건물들을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물(Media)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고품격 마케팅 툴이라고 할 수 있다. 조명과 영상, 정보기술(IT)이 결합된 21세기 건축의 새로운 트렌드로, 전세계적인 확산 추세 속에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LED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미디어 파사드의 설치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출발점으로 2006년 서울시청앞 삼성화재, 역삼동 GS타워, 스타타워 등을 통해 미디어파사드 설치가 물꼬를 텄다. 지난해에는 상암DMC LG텔레콤과 LG CNS 신사옥이 미디어파사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상암DMC지구 내 디지털미디어스트리트(DMS)에 설치되는 건물의 외벽에 미디어 보드 설치를 의무화한데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이 지역은 향후 미디어 파사드의 메카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9월에는 금호아시아나가 종로구 신문로 신사옥을 선보이며 LED소자 6만 9,000여개로 만들어진 폭 23m, 높이 92m의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 갤러리’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예술적인 콘텐츠를 표출함으로써 문화중심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하면서 도심의 새로운 볼거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시민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미디어 파사드 도입 추세는 대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강남구 논현동 BK성형외과가 신사옥에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고, 아디다스 명동 매장, 삼성생명 강동고객센터와 같이 1~2층 정도의 매장형 건물에도 도입되는 등 우리의 생활 속으로 더욱 깊숙이 침투하는 모습이다.
미디어 파사드가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된 건물은 풀컬러 LED가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그래픽 이미지로 강한 ‘엣지’를 갖게 된다. 강력한 시선 유발효과를 불러오고, 미디어 파사드 건물은 자연스럽게 랜드마크로 떠오른다. 미디어 파사드는 소비자들과 인터랙션할 수 있는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GS타워는 계절·날씨·요일·시간대에 맞춰 이미지를 표출해 시민들의 반응이 좋고, LG텔레콤은 직원들이 새 사옥으로 출근하는 첫 날 축하 영상을 띄워 호응을 얻었다. 갤러리아 백화점도 시즌이나 기념일에 맞춰 외벽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구성해 눈길을 모은다. 미디어 파사드의 급성장은 LED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방수성 등 옥외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탁월한 휘도와 총천연 컬러의 구현도 가능해졌다.
최근 들어서는 LED 전광판 형태가 아닌 빔 프로젝터 방식으로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SC제일은행은 종각 보신각 맞은편에 위치한 본점의 외벽을 가로 60m, 세로 41m의 초대형 스크린으로 탈바꿈시켰다. 빔 프로젝터를 쏘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메시지를 담은 20여편의 애니메이션을 표출해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줬었다.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빛과 미디어아트를 주제로 한 ‘2009 서울 빛 축제’를 연다. 이 기간 동안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건물 외벽이 국내외 최고 수준의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뒤덮여 색다른 빛의 향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전면은 서울의 600년 역사를 형상화한 빛으로 꾸며지고, 광화문광장 건너편에 자리 잡은 KT 건물 벽에는 4,000인치 규모의 미디어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두 건물에는 대형 프로젝터를 비춰 다양한 주제를 빛으로 표현하는 미디어 파사드를 마련해 단순히 빛을 구경하는 수준을 넘어 연인을 향한 고백과 새해 소망 등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도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디어파사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새로운 개념의 매체로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광고와 예술작품을 동시에 표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광고 표출이 불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건축물 경관조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운영함으로써 미디어 파사드 규제에 나섰다. 설치지역, 표출내용을 제한하도록 규정한 가이드라인으로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가이드라인이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선보인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캔버스’가 그 심의대상 1호로 오랜 진통 끝에 선을 보일 수 있게 됐다. 서울스퀘어 미디어 캔버스의 심의 통과로, 심의 요청 및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전언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새로운 미디어로서 각광받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