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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15:51

(기획연재 디자인서울거리 현장 스케치) ⑤ 종로구 삼청동

  • 신한중 기자 | 188호 | 2010-01-13 | 조회수 4,225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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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화려하게, 현란하게 변해가고 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삼청동은 가쁜 숨을 가다듬을 수 있는 도심 속 쉼터와 같은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유의 간판문화로 더 잘 알려진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디자인서울거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간판정비 사업에 의해서다.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수많은 논란 속에서 간판정비사업을 완료한 삼청동, 과연 어떤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담스레 눈이 내려앉은 2009년의 끝날, 새 옷을 갈아입은 삼청동 거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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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의 대표적인 음식점 삼청동 수제비. 아무런 특색없는 대형 파나플렉스 간판(좌)이 사라지고 원목을 바탕으로 깔끔하게 설치된 채널사인이 삼청동의 품격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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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은 유달리 초대형 파나플렉스 간판이 많았던 거리. 교체사업 이전의 파나플렉스 간판(좌)과 원목소재와 동아줄을 활용한 새 간판(우)이 확연히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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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태의 부동산 안내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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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하게 개선사업을 거부했었다는 삼청동 세탁소. 볼품없던 간판이 매달려 있던 점포가 색다른 모습으로 대변신했다. 반팔티를 입은 듯한 독특한 익스테리어와 명찰처럼 달린 소형간판이 한껏 눈길을 끈다. 완고하게 개선사업을 거부했던 주인 할아버지의 ‘고맙다’는 한마디가 제작사 및 관련부처 관계자 모두의 가슴을 녹였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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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안내사인 눈에 띄네!
이전 간판개선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 중 한 가지인 주차장 안내사인. 주차장에서 사인이 필수적이지만, 대체로 벽보나 허술한 간판으로 일관돼 있던 주차장 안내사인을 상쾌한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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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꽃잎을 활용한 간판 프레임이 삼청동의 향취를 가득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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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과 고풍스런 서체를 적용한 간판에서 예스러움이 물씬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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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렬한 빨간숲의 사인.

 

간판 속에 거리의 정서를 담다 
고전미 강조한 소재·디자인 눈길… 삼청동만의 옛스러움 고스란히 간직해
 
▲ 무조건적 교체보다 부족함 채우는데 주력
변화된 삼청동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거리를 살피는 동안 문득 ‘아직 간판교체가 끝난 게 아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볼 때 분명히 변화가 생긴 것 같기는 한데, 어떤 것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앞서 사업이 진행된 거리들이 마치 빳빳한 새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어색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당황케 했던 것과 달리, 개선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삼청동의 간판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오가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언제 교체 됐냐’고 말하는 듯 능청스러운 모습이다.
이날 만나본 종로구 도시디자인과의 박진애 주임은 “실제로 2/3가량의 점포 간판이 교체됐음에도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며 “삼청동의 정서에 최대한 부합할 수 있는 디자인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에 따르면 개선구간에 위치한 141개 업소 중 58개소의 간판은 교체되지 않았다. 법규에 문제가 없는 좋은 간판들까지 통일성을 위해 무작정 교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간판교체에 있어서도 원목, 인조 꽃잎, 철판 등 거리의 정서와 어우러지는 소재들을 발굴해 적용하는 한편, 색상과 서체의 선택에도 수십 번이나 디자인 안을 수정할 만큼 신중하게 진행됐다. 또한 여러 상점이 둥지를 틀고 있는 건물의 경우 1개 업체가 전체업소를 디자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물 내의 점포별로 디자인사를 달리함으로써 획일화의 위험을 피하려한 노력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디자인을 담당한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삼청동의 경우 멋스러운 간판 일부만을 보고 거리전체의 간판문화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사실상은 낡고 지저분한 간판들이 산재해 있던 거리”라며 “거리의 문화를 최대한 고려하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상쾌함으로 가득한 거리… 남겨진 아쉬움 달래 주고
“사업 초기 가장 완강하게 개선작업을 질타했던 한 세탁소의 주인 할아버지께서 변화된 간판을 보며 ‘고맙다’라는 말을 전했을 때, 지난 힘든 시간들의 기억이 눈 녹듯 녹아 내렸죠.”
이번 간판정비사업을 담당한 박진애 주임은 사업 진행과정에서의 애로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결국 간판정비사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 점포주들의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시선들이 작업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는 말이다.
예스러움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간판문화의 중심지 삼청동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간판개선사업 초기부터 수많은 반대 여론이 분분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삼청동만의 간판문화를 관주도의 개선사업이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정한 규격과 예산에 맞춰 진행되는 간판정비사업의 경우 획일화의 문제를 필수적으로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점포주들은 물론 삼청동을 아끼는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귀를 기울여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판과 불평을 감내해야 했던 사업이었다. 
고된 작업과정을 완료한 후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세라 노심초사했다는 박 주임은 작업이 완료된 지금, 간판에 만족해하는 점포주들의 웃음이 그 무엇보다도 값진 대가라고 말한다.
그는 “간판개선사업이 그 의도와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매도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새롭게 단장된 삼청동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아쉬움 이상의 상쾌함으로 채워진 거리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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