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천년과 21세기를 외치며 흥분으로 들떴던 것이 엊그제인데 21세기의 10년이 벌써 과거가 되어버렸다. 21세기의 첫 10년을 마감한 지금, 옥외광고 업계의 좌표는 어디인가. 또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옥외광고업을 영위하는 사람치고 지난 10년이 옥외광고업 붕괴의 시기였다는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외환위기의 충격파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정부와 지자체들의 정책에서 촉발된 전방위적인 규제는 극심한 경기 불황과 맞물리면서 옥외광고 업계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이 땅의 옥외광고는 예외였다. 옥외광고의 간판매체인 야립광고물이 깡그리 뽑혀 나갔고, 영세 상인들의 유일한 광고수단인 간판은 단죄의 대상이 되어 무조건 작고, 적고, 밋밋해지도록 강제되었다. 정상적으로 허가받아 설치된 옥상 빌보드의 경우 상태가 멀쩡함에도 허가기간이 다 됐다는 이유로 철거되는가 하면 ‘광고물 없는 거리’가 우수행정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결과는 옥외광고 시장의 축소로 이어져 대행, 제작시공, 장비, 유통, 실사 구분없이 대부분의 관련업종이 생존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새로운 10년이 열리는 올해는 옥외광고인들에게 그 의미가 아주 각별할 수밖에 없다. 침체와 붕괴의 과거사에 종지부를 찍고 ‘옥외광고 중흥기 10년’의 새 역사를 열어가야 할 때다. 마침 60년에 한 번씩 대운이 깃든다는 백호랑이해다. 끝이 없을 것같던 장기불황에도 출구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옥외광고업 중흥의 원년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다. 어제까지의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발판을 힘차게 차고 오를 때다. ‘법은 권리 위에 누워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법언(法諺)이 있다. 이 말은 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에는 더욱 절실하다.
권리의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옥외광고업계가 당면한 어려운 상황과 관련해 업계 스스로의 책임, 특히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정기관이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법령을 초월하여 마구 규제를 가하고 그 때문에 업이 급격히 위축되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거나 목소리를 높여보지 못했다.
여건을 갖춘 사업자는 누구나 야립광고물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특별법 체계를 일반법 체계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해놓고는 막상 정부만의 독점사업으로 가져갔음에도 멍하니 쳐다만 볼 뿐이었다. 정부가 광고업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국가공인 옥외광고사 자격제도를 만들었음에도 정작 간판 입찰에서 힘을 쓰는 것은 금속창호나 산업디자인 자격이다. 간판 전문업체가 인테리어나 금속창호, 산업디자인 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밥그릇을 키우기는 커녕 제 밥그릇을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옥외광고업의 산업화가 이뤄질 수 없고 종사자들 모두 희망을 갖기 어렵다. 이제 업계 모두가 업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서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남은 권리를 지키고, 모자라는 권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업종을 대표하는 여러 단체들이 앞장을 서서 그러한 노력을 결집하고 견인해줄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단체들을 이끌고 있는 업계 지도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 SP투데이가 2010년 새해부터 매호 사설을 게재합니다. 업계 발전을 위해 정론직필의 사명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