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88호 | 2010-01-13 | 조회수 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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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는 2010년 경인년 새해를 맞아 업계의 주요 현안을 짚어보고 향후의 트렌드를 예측해보는 내용을 담은 기획특집을 2회에 걸쳐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지자체의 간판정비사업을 돌아보고 향후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특집(상)-지자체 간판정비사업을 재조명한다’를 게재하고, 다음호인 189호에는 간판용 조명의 트렌드를 짚어보는 ‘기획특집(하)-간판용 조명의 트렌드를 잡아라’가 이어진다.
“간판정비사업의 과도기는 이제 그만… 新모델 개발 필요” 다양한 디자인·사업의 영속성 위한 대안 마련 절실 관의 일방적 주도 탈피… 민간 참여 유도가 시급
간판정비사업은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국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사진은 울산 학성로 간판정비사업 이후 모습.
사진은 송파구 간판정비사업 이후 모습.
컨설팅 방식을 택해 간판개선사업을 진행한 강원도 영월군의 정비후 모습.
디자인 획일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디자인서울거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강남대로 간판개선 후. 건물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사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했다.
주민의 손글씨를 반영한 개성있는 간판 디자인이 돋보이는 원촌면 백운리 간판.
간판정비사업의 효시라 평가되는 청계천, 종로 프로젝트가 2004년도에 시작된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간판정비사업은 지금까지 6년여라는 짧으면서도 긴 역사를 써왔다. 해가 바뀔때마다 더욱더 많은 지자체들이 관련 사업을 실시했고, 투입된 예산도 그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관련 정부기관의 지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광고물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는 2007년을 ‘간판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예산을 보조 지원하는 등 간판개선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또 주무관청은 아니지만, 문화관광부나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다양한 정부기관에서도 관련 사업을 지원했다. 이같은 전방위적인 지원 속에서 간판정비사업은 마치 유행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 많은 사업이 곳곳에서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사업의 결과에 대한 평가도 뒤따랐다. 불법간판이 줄어들고 시민의 의식이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더러 있었지만, 시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디자인의 획일화를 조장했다는 냉정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런가운데 관, 업계, 학계, 시민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이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관 주도의 시범사업을 끝내고, 이를 민간으로 이양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사업 열기 ‘활활’ 정부부처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강한 의지와 적극적인 지원으로 간판정비사업은 더욱 활기를 띄며 전개됐다. 행정안전부는 2007년을 ‘아름다운 간판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자 우수 지자체를 선정하고, 아름다운 간판상을 제정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또한 2007년도에는 특별교부세로 4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우수지자체에 사업비를 지원했으며, 이듬해에는 사업예산 2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60억원을 지원했다. 문화관광부는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간판정비사업을 진행, 부산 광복로 프로젝트에 87억원, 대구 동성로에 43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 역시 간판디자인개발 사업비로 40억원, 에너지절감형 간판교체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하는 등 간판정비사업 지원에 나섰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청이 재래시장 환경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한 간판정비사업 등 크고 작은 관련 사업들이 정부부처의 지원으로 활발하게 전개됐다.
수도권 중심으로 사업 급속 확산 이같이 정부의 지원으로 활기를 띄기 시작한 간판정비사업은 점차 지자체로 확산됐다. 국비 보조를 받아 사업을 실시하는가 하면, 국비와 자체 예산을 동시에 투입한다거나 자체 예산만으로 진행하는 등 가능한 예산을 동원해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같은 바람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불었다. 서울시는 디자인서울거리사업의 일환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 1차 사업(표1) 10개 구간 29억 7천만원, 2차사업(표2) 20개소에 44억 4천만원을 투입했다. 또 2011년까지 추진되는 3차 사업(표3)에는 20개소에 55억원 지원키로 예정돼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등 국제행사를 준비중인 인천시도 간판정비사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1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각 1개 사업소를 선정해 지난해 9월까지 총 10 곳에 150억원을 지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2004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6년 동안 총 530억 5,500만원이 사업에 투자됐으며, 이중 도비가 194억 5,900만원, 시군비가 316억 8,800만원, 점포주 자부담이 3억 800만원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산했다(표4).
간판정비사업 이후 남은 과제들 막대한 예산의 투입으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만큼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불법간판의 수적 감소를 유도했으며, 간판에 대한 주민의 인식 및 의식을 제고했다는 게 대체적으로 나오고 있는 긍정적인 평가이다. 반면 관주도의 일방적인 사업방식, 디자인 획일화 초래, 사후관리 부재 등이 문제점들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사업의 부작용들이 드러나고 있어 이를 개선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자인 획일화 문제 해결이 최우선 특히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 획일화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업 결과 LED를 내장한 채널이 설치됐고, 상호와 픽토그램 정도만 표현한 일률적인 형태의 간판이 만들어졌다는 것. 정상근 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우수사례라고 평가되는 곳들의 간판 설치 사례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대부분 LED 채널 형태의 간판을 채택하게 된 것”이라며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비판이 이어지면서 디자인의 획일화를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접근하는 시도도 이뤄졌다. 강남구의 경우 강남대로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대상지에 속한 건물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회사를 선정해 건물마다 각기 다른 정체성과 개성이 표현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강원도 영월군은 해당 업체의 정체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통해 간판 교체를 진행, 채널사인 일변도를 탈피하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사업을 전개했다. 백운면 원촌마을의 경우 미술전문가들이 개별 점주들의 손글씨를 직접 간판에 반영해 간판의 개성을 살리기도 했다.
사업자 선정방식 개선 시급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시비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권을 따낸 사업자의 자격 시비,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등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기 것. 우선 간판정비 사업의 사업자 선정 방식에서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되는 것은 간판정비사업의 주체가 돼야 할 간판업자들이 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공식 인정한 전문자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나 건축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사업권을 빼앗기고 그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간판정비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의 수를 현실에 맞도록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간판정비 사업은 대부분 일정 기간내에 대량의 물량을 제작 시공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적게는 수백미터에서 많게는 수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사업구간으로 정하고, 수백개의 간판을 일괄 교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간판은 제작과 시공을 막론하고 작업의 특성상 한 사업자가 단시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현장 작업이 핵심인 간판일의 특성상 원거리 사업자보다 지역 사업자들이 사업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실질적인 간판 전문가인 업계의 사업 참여와 사업량에 따른 적절한 사업자의 선정, 지역업자 우선선정 등이 바람직한 사업자 선정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주민 참여 유도가 절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으로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부분이 바로 민간이다. 디자인의 획일화, 사후관리 부재 등 사업의 부작용은 근본적으로 관주도의 일방적 사업방식에서 비롯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관 주도가 아닌 주민이 직접 참여해 자발적으로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진우 경기도 디자인총괄추진단 경관담당 사무관은 “간판개선사업 초기에는 간판정비에 대한 주민, 점포주의 이해와 붐 조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막대한 예산을 보조해 주면서 관주도로 추진했지만, 이제는 관주도를 최소화하면서 점포주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 내 민간주도로 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론으로 “경관법이 정하고 있는 경관협정제도를 활용해 경관사업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관으로부터 일정액의 사업비를 보조받아 민간 주도로 이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범 간판문화연구소 소장은 “시법사업은 사유물이자 동시에 공공재의 성격이 혼재 되어 있는 간판의 특성 때문에 무엇보다 사업 대상주의 자발적 참여 동기와 사후 관리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며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자의 동기 유발과 지속적인 관심 제고를 유도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