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우수한 디자인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을 만들고 '하멜전시관’을 신축하는 등 디자인으로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전남 강진군을 찾았다. 강진군에선 모든 공공건축물과 문화재복원, 공용시설, 인쇄물 등에 창의적인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관광산업 및 축산물판촉 분야를 선도하고 있었다.
공공디자인으로 지은 ‘하멜전시관’의 모습. 하멜이 도착한 제주도와 배를 형상화해 지은 건물이다.
“강진군은 지난해 재단법인 ‘한국공공디자인 지역지원재단’이 공모한 국제공공디자인대상에서 6개 부문에 출품해 ‘어린이 보호구역 디자인’과 ‘가우도 출렁다리 디자인‘이 최우수상을 받는 등 6점 모두 상을 받습니다. 이는 2007년부터 군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진군 도시개발팀 박상함 담당자의 설명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체, 학생 등 일반인이 다수 참가한 이번 공모전에서 강진군은 최우수작 외에도 ‘하멜전시관’과 ‘강진들황금한우 홍보포스터’가 주니어대상을, ‘강진청자축제 홍보포스터’와 ‘강진군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이 우수상을 받았다.
이 같은 성적은 다른 지자체는 물론 민간 부문에 비해서도 우수한 편이라고 한다. 박 담당자는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디자인에는 국제공공디자인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시상식은 2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다”고 설명했다.
강진군 제작한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 <사진=강진군>
강진군의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 고려청자의 소성 온도인 ‘1300℃’를 상표로 특허를 획득한 강진군은 2007년부터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남도답사1번지’라 불리는 강진의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인 것이다.
강진군은 2007년 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강진군 지역 공공의 질 마스터플랜’을 완성했다. 이 책자에는 강진군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고안해 통합적이고 적극적으로 각종 시설을 정비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적용 범위는 강진군 일원으로 가로시설물, 교통시설물, 조경시설물, 야간경관 조명시설과 간선도로변 및 하천구역이다.
강진군청 이중태 홍보담당자는 “강진군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하나의 건물을 지어도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 등과 연계하면서 신구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강진군의 브랜드를 한 차원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멜전시관' 내부 전시장과 전시된 모형물.
공공디자인으로 세운 ‘하멜전시관’ 강진군에서 디자인한 공공건축물의 실제는 어떨까. 병영면 성동리에 있는 ‘하멜전시관’을 방문했다.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은 17세기 중엽 ‘하멜표류기’로 우리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인물로, 1653년부터 13년간 우리나라에 머물렀다. 특히 1659년부터 7년간 강진군 병영면에 살면서 많은 흔적을 남겼다.
강진군에선 총 36억8200만원을 들여 목재로 하멜전시관을 지어 2008년 문을 열었다. 하멜이 표류해 도착한 제주도 섬 모양을 상징하는 타원형과 배의 모습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구성했고, 내부에는 네덜란드 호르큼시로부터 기증받은 하멜표류기 영인본 등 150여점의 유물을 전시했다.
주말이면 100여명의 관광객이 전시관을 찾고 있다고 한다. 자녀와 함께 전시관을 방문한 정모씨는 “하멜전시관은 강진군에서 복원하고 있는 병영성(조선시대 전라도 육군 본부) 등 주변 환경과 잘 어울려 보인다”며 “전시관을 보고 있으면 하멜이 타고 왔던 선박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나무로 된 실내외 디자인이 매우 고풍스러우면서도 온화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강진청자축제 포스터’(왼쪽)와 ‘강진들황금한우 포스터’. <사진=강진군>
홍보포스터로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 강진군에선 ‘강진청자축제 홍보포스터’를 만들 때 ‘흙과 불 그리고 인간’을 형상화해 관광객을 끌고 있다. 강진을 상징하는 ‘1300℃’ 브랜드를 넣고, 청자의 부드러운 동선과 색상을 붓글씨체로 표현해 창의적인 디자인을 했다.
지난해 최초로 디자인 개념을 넣어 만든 '강진청자축제 포스터'의 효과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강진군이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강진군은 지난해 청자축제 기간 동안 청자 판매와 입장료 등에서 28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2008년보다 55% 증가한 수치다. 관광객도 같은 기간 8% 늘었다.
강진의 축산물 대표 브랜드인 ‘강진들황금한우’를 소개하는 포스터에는 천연항생제 성분이 있는 황금을 먹여 기른다는 이미지를 담았다. 건강한 자연에서 천연항생제를 먹고 자란 한우와 닭을 디자인해 고품질 육류의 안전성과 환경친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포스터를 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강진들황금한우’의 월평균 매출액은 5억여원으로, 2008년보다 51% 증가했다. 강진읍에 있는 ‘강진들황금한우 먹거리촌’을 방문한 관광객 최모씨는 “강진들황금한우 포스터를 보고 황금한우를 알게 됐다”며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으며 값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강진군에서 병영초등학교에 조성한 ‘어린이 보호구역’.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디자인 병영초등학교 등 면단위 초등학교 4곳에선 친환경 소나무를 사용해 ‘어린이 보호구역’을 정비했다. 울타리 이외에도 안전표지판, 반사경, 미끄럼방지 도로 포장 등 어린이 보행자 중심의 교통안전 시설을 설치했다. 안전성과 환경친화성,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했다.
병영초등학교에 가봤다. 강진군에선 양쪽 보행로 옆에 짙은 황토색의 목재 울타리를 설치하고, 보행로에 탄성소재를 깔았다. 강진군의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디자인은 농촌지역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자연경관과 도로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한다.
인근 광주시에서 학교주변 안전시설을 견학하기 위해 들렀다는 방모씨는 “산뜻한 디자인으로 설치한 방호울타리와 미끄럼방지 도로포장 등이 이채롭다”며 “어린이 보행자의 안전은 물론, 외지 관광객의 운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우도 출렁다리’ 가설 디자인.<사진=강진군>
강진의 풍수지리 담은 ‘가우도 출렁다리’ 소의 멍에 모양을 한 가우도에는 가우도를 둘러싼 U자형의 만을 연결하는 ‘가우도 출렁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강진군이 15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해 11월 착공한 것으로 2011년 11월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리 바닥과 난간에 합성목재를 사용하고, 교각의 기둥은 ‘와우형국’이라 불리는 강진의 풍수지리에 어울리는 ‘소의 뿔’을 형상화했다. 또 다리 중간에 유리데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밤에는 왕복 2.2㎞ 구간의 경관조명이 다리에 불을 밝힌다.
이중태 홍보담당자는 “강진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게 될 ‘가우도 출렁다리’는 강진만의 주변에 자리한 다산초당과 백련사, 청자촌과 마량항을 이어줄 것”이라며 “강진군은 공중이 이용하는 출렁다리를 가설하는데 안전성과 미관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가우도 출렁다리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강진읍에 살고 있다는 최모씨는 “강진의 지도를 바꾸는 역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친환경소재인 합성목재 등을 사용한다고 해 주변환경과도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공디자인 활성화 이후 관광객 수 늘고 있어 강진군청 김형배 도시개발팀장은 “지역 공공디자인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공공디자인이 선도한 관광자원의 인지도가 높아져 강진은 과거 통과형 관광에서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해 가고 있는데,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강진군이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한 2007년 이후 강진군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증가추세다. 2008년 청자도요지 등 8개 주요 유료관광지에 외국인 7805명을 포함한 210만305명으로 집계됐다. 무료 관광객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은 434만4500여명을 나타냈다. 이는 전년 대비 외국인은 96%, 전체관광객은 3% 증가한 것이다. 2007년에는 2006년 대비 20% 증가했다.
국보급 문화재가 산재한 강진군은 공공디자인으로 지은 시설과 포스터에서도 남도 특유의 친환경적인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공분야에 대한 창의성 있는 ‘공공디자인’이 관광산업과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