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89호 | 2010-01-27 | 조회수 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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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판매업체, 저작권 빌미로 업계에 서체 구매 압력
지방 곳곳 옮겨다니며 상행위 지속… ‘불법’·‘처벌’ 앞세워 영업 업계, 정품 구매 여부 둘러싸고 ‘고민’… 협회 차원의 대응 요구 목소리도
옥외광고 업계가 서체 문제로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지난해부터 일부 지방에 있는 업계를 상대로 불법 서체 사용을 문제삼아 정품 구매를 요구하는 한 판매사의 상행위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것. 해당 판매사인 N사는 이 지역, 저 지역 옮겨다니며 상행위를 전개하고 있어 일부 지방업자들 사이에서만 골칫거리가 됐던 문제가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품을 사용하는 업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정품 구매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판매사 N사는 Y, A, S 서체를 개발한 Y사, A사, S사 등 3개 저작권사와 총판 또는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로 지난해 하반기 경북, 대구, 인천·부천을 다녀간데 이어 연말에는 전북, 경기도까지 영업에 나섰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일부 지방을 돌며 업체를 직접 방문, ‘트루타입 서체 정품사용 협조요청 안내문’이라고 된 공문서 형식의 문서를 제시하며 서체 구매를 요구한다. 공문은 저작권 위반시 이어지는 형사처벌을 강조하는 문구로 채워져 있으며, 별도의 정품구매사용계획서와 함께 제시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문 내용이 단순 제품 홍보도 아니고 거의 협박 수준”이라며 “구매하지 않으면 불안한 상황으로 몰어넣고 있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N사의 방문을 받은 업체 중 정품구매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들 일부는 법적 절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발송받기도 했다. 최근 이같은 내용증명을 받은 업체 관계자는 “내용증명을 받은 이상 구매는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정품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같은 영세 업체의 약점을 노리는 N사의 판매행위는 참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법적 처리 절차가 진행될까 두려워 이미 정품을 구매한 업체들도 상당수다.
최근 정품을 구매한 한 업체 관계자는 “최대한 버티다가 비품 사용의 덜미를 잡혀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구매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체를 전부 다 갖추려면 2백만원이 넘어가는데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저작권대로 이미지, 서체 등 모두 구매한다면 옥외광고업체들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며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서체 저작권 문제가 일부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협회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C, T 등 서체를 회원사들에 저렴하게 판매하고는 있으나 보다 다양한 서체가 요구된다”며 “지금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