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광고 발주처인 서울메트로와 시설사용료를 내고 광고사업을 하는 옥외광고 사업체들간에 지하철 주류광고를 금지하는 문제로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시민들과 단체로부터 민원이 제기되고, 언론사들이 문제를 삼으며, 의회의 행정감사 지적사항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앞으로 술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고, 업체들은 정해진 사용료를 내고 사업을 하는데 법적 근거도 없고 계약서에 명시도 안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금지를 통보받은 뒤에도 광고를 계속 내보낸 업체에 계약 해지를 예고했고, 해당 업체는 억울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법적 분쟁까지 예견되는 상황이다. 본지는 이 사안에 관한한 양측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고 본다. 자신들은 버젓이 술광고를 하면서, 또한 지하철광고 금지로 반사이익까지 기대되는 언론사들의 문제제기는 차치하더라도, 청소년 유해성을 이유로 시민들과 의회가 문제를 제기해올 경우 서울메트로가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원을 제기하는 쪽과 사업자 사이에서 난처한 샌드위치 입장일 수 있다.
그러나 업체들의 사정은 이런 부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절박할 것이다. TV, 신문, 온라인, 버스 등 청소년이 보다 더 자주, 더 쉽게 접하는 매체들의 주류광고는 여전한데 유독 지하철만 금지하라고 하니 형평성 차원에서 억울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매출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되니 수용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입장차가 확연하다. 하지만 접점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요체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이 점에서 보자면 서울메트로의 인식과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광고 금지문제는 사업자의 사업 성패와 직결된다. 사용료를 내는 만큼 국법에 저촉되거나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한 광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업체들은 실정법에 저촉되는 바 없고 계약서에도 주류광고 제한규정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메트로는 2008년 7월에 주류광고를 금지하는 내부방침을 정했고, 계약서에도 광고물을 제거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라 계약해지 예고 통보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주류광고를 둘러싼 분쟁은 법의 판단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법은 능사가 아니다. 서울메트로와 지하철 광고사업자는 사업권을 매개로 한 거래 당사자다.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서울메트로가 주류광고 금지를 내부방침으로 정했다 하더라도 내부방침은 내부방침일 뿐이며 관건은 관련 법령과 계약의 내용이다. 본지는 계약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아주 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주류광고 금지에 관한 명시적 표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류광고 금지는 서울메트로의 필요에 의해서 서울메트로가 제기했다. 업체에게는 손해만 나는 일이다. 서울메트로의 업체들에 대한, 업체들의 입장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 외부로부터 시달림은 받겠지만 계약을 근거로 계약기간에 한해 허용을 해주든지, 아니면 중단을 하도록 하되 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도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있다면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리고 차제에 서울메트로는 사업권 발주시 아예 주류광고 허용 여부를 사전에 밝히고 계약서에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주류광고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낙찰가와 매체 설치비를 투자하고 어렵게 영업까지 했다가 뒤늦게 낭패를 보는 선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광고사업자는 서울메트로에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이며 지하철 매체의 1등 소비자다. 이번 주류광고 금지 논란은 업체들에게도 생각해볼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광고도안을 선정적이지 않게 하고 광고시간대만이라도 지켜주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서울메트로 관계자의 말은 새겨볼 대목이다. 지하철이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광고환경 개선에 자율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 광고주는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강렬하고, 보다 선정적인 광고를 원하게 마련이다. 광고주의 입맛에 너무 맞추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고 그 부담은 사업자에게 돌아온다. 이번 서울메트로와 광고사업자들간의 분쟁은 다른 발주처와 사업자들간에, 주류광고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광고들을 둘러싸고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해결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공시설물 광고는 사업자가 성공해야 매체가 성공하고, 매체가 성공해야 발주처의 미래 수익이 커진다. 사업자와 발주처가 동반자 관계인 이유다. 공동운명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호배려의 정신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동반자의 자세로 주류광고 금지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