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91호 | 2010-03-08 | 조회수 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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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찐빵마을 초입의 3D 시안.
커다란 빗이 간판에 적용돼 미용실임을 한눈에 인지할 수 있다.
한 젓가락에 잡은 국수가락이 눈에 띄는 막국수 전문점이다.
이정도 망치면 어떠한 대못도 한방에 박을 수 있을 것 같다. 망치 하나로 개성을 반영한 원주철물점 간판.
정갈한 한식이 연상되는 ‘계정이네 집’ 간판.
만개한 꽃과 새롭게 단장된 ‘원조안흥찐빵’.
세탁소 건물의 벽에 코트가 걸려 있다. ‘왜 하필이면 벽에 코트가 걸려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이 벽화의 의미가 시작된다. 다소 엉뚱한 내용의 그림이 마을의 초입에 그려져 있어 보는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벽화이다.
벽화의 주인공은 국내에서 안흥찐빵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창안자이다. 관광객들에게 안흥찐빵마을의 정체성을 알리고, 한평생 찐빵에 헌신한 장인정신의 훌륭함을 벽화를 통해 전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건강보조식품으로 통하는 사슴뿔이 걸려있는 다다 사슴건강원 간판.
찐빵 판매점의 3D 시안.
‘가스통·망치 들어간 간판 본 적 있나요’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이 간판 속에 ‘풍덩’ 정겨운 벽화로 마을 전체가 ‘캔버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새하얀 빵을 반으로 갈라 쪼개면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맛깔스러운 단팥이 가득. 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나다 출출할 때 간이 휴게소에 들러 먹는 찐빵은 별미다. 꼭 여정길이 아니라도 이따금씩 속이 허할 때 찐빵 생각에 침이 고이기도 한다. 서울과 강릉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횡성군에는 ‘찐빵의 원조’로 불리는 안흥찐빵마을이 있다.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았던 시절 간이휴게소 역할을 했던 곳이다. 대략 20여년 전부터 이곳의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을 팔기 시작했는데, 전통방식의 발효법을 이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구수한 손맛이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 연간 35만여명의 관광객을 확보하고 있다. 면 단위 치고는 상당한 규모의 방문객이다. 하지만 이로인해 이어지는 지역경제의 호황과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전경은 20년 전 그대로의 모습.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 모습은 정겹지만, 간혹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노후화된 건물과 간판이 문제였다. 때문에 횡성군과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가 마을 주변의 경관 개선에 나서 마을이 새 옷을 갈아 입었다.
▲점포의 정체성을 간판에 ‘고스란히’ 회색 가스탱크가 옆으로 반듯하게 눕혀진 채 건물 외벽에 걸려 있다. 그 가스 탱크 안에는 가스 주입구도 그려져 있고, 중앙에는 ‘안흥가스’라는 문구도 표시돼 있다. 어떤 대못이라도 망치질 한번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대형 망치도 있다. 바로 원주철물점 간판이다. 멋진 헤어스타일을 완성해 줄 것 같은 커다란 빗도 있다. 상록수 미용실 외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빗이 머리 손질이 필요한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복다방에는 복주머니가 걸려있고, 사슴 건강원에는 사슴뿔도 달려있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그대로 간판이 된 셈이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쾌한 간판들이다. 안흥찐빵마을의 간판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한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 송주철 소장은 “개별 점포의 개성과 정체성 표현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사각 프레임과 채널의 조합으로 일률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여느 간판정비사업의 간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밋밋한 공간, 벽화로 생기 감돌아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벽에 걸려 있는 코트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왜 하필이면 코트가 걸려 있을까’. 지나가는 이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코트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물이 아닌 그림이다. 세탁소가 입점돼 있는 건물 한 켠을 메우고 있는 벽화로, 세탁소의 정체성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마을 곳곳에 조성된 벽화들이 마을에 또다른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안흥찐빵을 최초로 만들어 전파했던 창시자도 맛깔스러운 찐빵과 함께 벽화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안흥찐빵마을의 정체성을 알리는 한편, 한평생 찐빵에 헌신한 장인정신의 훌륭함을 벽화를 통해 전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가하면 화장실에도 노란 꽃이 만개해 상쾌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비단 간판, 벽화 뿐 아니라 건물도 새 옷을 갈아 입었다. 경관 전체와의 조화를 고려한 색상을 선정해 도색과 드라이비트 작업을 시도한 것. 송주철 소장은 “찐빵 하나로 활성화된 지역경기에 비해 건물은 많이 노후화된 느낌이었다”며 “간판만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건물도 리뉴얼하고, 벽화도 적용했다”고 전했다. 횡성군은 앞으로도 이번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좌담회나 세미나 개최, 상가안내도, 조형물 설치, 노점·진열대 디자인의 변화 등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