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색에는 나름대로의 의미와 상징이 있다’ 백과사전에 색은 ‘빛의 스펙트럼(분광)의 조성차에 의해서 성질의 차가 인정되는 시감각의 특성’이라고 요약 정의되어 있고 본문에는 원추세포·간상세포가 어떻고 파장에 의해 남보라로부터 빨강에 이르는 무지개색의 가시광선으로 나타난다는 등의 어려운 말을 쓰고 있다. 어쨌든 색은 빨강, 노랑 등을 의미하는 색상과 밝고 어둡기를 나타내는 명암, 맑고 칙칙하기를 말하는 채도라는 3속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색깔은 단순히 우리가 보고 느끼는 시각적인 지각 이외에도 삼라만상이 가지고 있는 성격(색)이나 형태(깔)로 표현되고 있으며, 이같은 색깔에 대한 인식이나 감성은 역사나 사회, 문화, 교육, 지역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정치적인 색깔 논쟁으로도 자주 비유되고 있다.
색은 문화·사회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
근대이전 서양은 물론 동양의 음양오행설에 비추어 봐도 양의 색깔인 빨강은 남자의 색, 음의 색인 파랑은 여자의 색이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이후 붉은색이었던 군복의 컬러가 은폐색인 카키계열로 바뀌면서 여성과 남성의 컬러도 바뀌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동서로 나누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거대한 양 강을 축으로 극단적인 이념적 대립의 시대가 전개되며 영국, 프랑스, 서독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쪽을 파랑으로 소련을 축으로 한 동독, 우크라이나,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을 빨강으로 상징하는 동서 냉전의 색깔이념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까지만 해도 빨갱이라는 이념적 영향으로 사회적으로 빨강색이 극단적으로 배제되기도 했지만 2002월드컵을 치르면서 빨강은 ‘다이내믹코리아’를 상징하는 역동적 컬러가 되었다. 백의민족 대한민국이 월드컵 이후 빨강을 선호하게 되었지만, 최근의 스포츠경기를 보면 국가대표선수들의 의상에서 파랑과 흰색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색은 문화나 사회적 배경과 결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건축에 적용되는 색채는 건축물의 모양, 기능과 관련하여 선정되지만, 건축물이 지어지는 지역의 지리적, 기후적 환경 및 지역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따라서 세계인의 색깔은 지역의 지리적 위치나 기후의 특성과 공간, 그리고 교육과 문화의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각국의 상징색, 지역색이나 민족 전통색 활용 세계 각국의 상징색이나 공공디자인에 권장되는 색상을 보면 그 지역의 하늘과 태양, 온도와 습도, 그리고 흙과 돌 등의 자연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지역색(local color)이나 전통적으로 선호되는 그 민족의 전통색을 활용하고 있다. 땅의 색을 기초색으로 하는 프랑스는 브리타니 지역의 화강암, 프로방스의 황토(ocher) 등을 기반으로 색채를 다양하게 창조하면서 프랑스 전역을 차별화시킨다. 일본은 일장기의 이미지에서 오는 강렬한 빨강으로 상징되지만, 빨강은 역사적 개념에 근거한 빨간색이 수도인 런던을 상징하는 영국의 색이다. 영국의 빨강이 국가의 상징색으로 확대되어 도시 건축물에 활용됨으로써 배경과 부합되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상징색은 실질적으로 오래 묶어 낡은 회색과 나무에서 볼 수 있는 진한 브라운의 섬세한 쉐이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역사적 건축물을 유물로 보존하기 위하여 신축건물의 색채적용에 있어서 조화를 우선하는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바다의 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싱가포르의 수변지역은 무채색계열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다양한 색채사용을 인정하지만 건축물의 특정한 부분 즉, 창호의 색채를 통일시켜 전체적인 통일감을 주는 상징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1915년 샌프란시스코 만국박람회장에서 처음 사용된 올림픽기는 통합의 흰색을 바탕색으로 유럽은 파란색, 아시아는 노란색, 아프리카는 검정색, 오스트레일리아는 초록색, 아메리카는 빨간색을 상징하기도 한다.
개인·국가의 선호색은 다르나, 모든 색은 아름답다
세계 각국의 스포츠 경기 유니폼이나 국기의 색깔을 보면 종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이슬람국가에서는 녹색을 많이 사용하고 불교가 번성한 국가들 중에는 빨강을 많이 쓰며, 기독교 중심의 국가들은 청색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의 국기에서는 삼색기가 많은데 이는 대체로 사랑, 박애, 평등, 평화 또는 혁명과 피, 국토와 사랑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태극기에는 실로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흰색바탕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순결성과,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한(韓)민족의 민족성을 표상하기도 하지만, 이는 올림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통합을 의미한다. 중앙의 태극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음과 양으로 상호 작용을 하여 창조,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담고 있으며 4괘는 건(乾), 곤(坤), 감(坎), 리(離)로 하늘과 땅, 그리고 태양과 달을 의미한다. 태극기의 바탕색과 같은 흰색은 일반적으로 통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화합을 꿈꾸며 1991년 일본 지바현의 세계탁구대회에서 남북 탁구 단일팀이 처음 한반도기를 사용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바로 바탕의 흰색은 통합을 파랑의 한반도 지도는 미래와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1946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주창된 유엔의 깃발이나 유럽의 정치, 경제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EU의 기는 모두 통합과 미래지향적인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모든 색에는 나름대로의 의미와 상징이 있으며 개인이든 국가든 선호하는 색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색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모든 색깔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모든 색깔을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어지럽고 산만할 수밖에 없고 이들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절대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떠한 환경에서 색깔이 적용되는 대상, 환경, 빛 등의 관계에 의하여 잘 조화되었는가를 판단할 수는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는 다문화 사회, 일일 생활권에 가까워진 글로벌 시대에서 지나친 자기의 색깔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무질서하고 혼돈된 색깔들 보다는 잘 정리되고 편안한 색깔들이 조화롭고 아름답듯이 세계와 세계인은 조화된 하나의 삶을 추구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