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193호 | 2010-03-31 | 조회수 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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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폭설이 쏟아진 지난 3월 22일 경기도 여주에 소재한 실사출력업체 또또출력소에 소재제조업체, 실사용 코팅액 제조업체, 잉크제조업체, 실사출력업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선거현수막의 얼룩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인을 규명하고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현장에서 수거한 얼룩이 진 선거현수막(왼쪽)을 물에 담갔다가 말리자 부분 얼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같은 테스트를 통해 선거현수막에 발생하는 얼룩이 원단 문제가 아니라 건물외벽의 오염물질과 대기오염물질 등 외부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분쟁소지 발생하자 소재·잉크·출력업체 관계자 모여 원인규명 실험 “건물외벽 및 대기오염물질 흡착 등 외부환경적인 요인 크다”결론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이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하면서 선거현수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특히 전국 2,297개 선거구에서 총 3,991명을 뽑는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사무실 외벽에 크기와 수량에 제한 없이 현수막을 내걸 수 있게 되면서 현수막의 대형화와 함께 그 수요 또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더 크고 많은 현수막을 내걸 수 있는 사무실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까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가운데 건물외벽에 내걸린 선거현수막의 표면에 크게 두드러지는 얼룩이 발생하는 현상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실사출력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사출력 현수막에 얼룩이 지는 문제는 코팅된 원단에 잉크젯 방식으로 출력을 하는 실사출력 현수막의 특성상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현수막의 얼룩문제가 얘기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이번 선거현수막에서는 얼룩이 크고 심하게 지는 현상이 발생해 그 원인을 두고 현수막 제작을 의뢰한 쪽과 실사출력업체, 나아가 소재 및 잉크공급업체들 간에 원인 및 책임소재를 두고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재(현수막원단)제조업체, 실사용 코팅액 생산업체, 잉크제조업체, 실사출력업체 등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선거현수막 얼룩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3월 22일 오후 2시, 경기도 여주에 소재한 하청전문 실사출력업체인 또또출력소에 현수막제조업체 에스피원, 실사용 코팅액 생산업체 에스엠 관계자를 비롯해 B잉크제조사, D소재업체의 관계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자리는 최근 업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현수막의 얼룩문제의 원인을 나름대로 규명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또또출력소의 정화정 대표는 “실사출력 현수막의 얼룩에 관련된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 요즘 들어 눈·비·황사 등 계속된 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한창 설치되고 있는 선거현수막에서 얼룩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황에서 책임소지를 둘러싼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어 업계 스스로 원인을 찾아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재제조사인 에스피원 윤형종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을 돌며 선거현수막, 일반현수막 등의 사진촬영을 하고, 설치환경과 오염실태 등을 조사한 자료를 제시하며 “현수막 얼룩문제가 일부 원단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었으며, 건물벽면에 밀착돼 설치된 경우 골곡면 부분의 얼룩 정도가 심하고 아래로 흘러내린듯한 형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최근 들어 많지 않은 양의 눈과 비가 계속되면서 그 자국이 현수막에 남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이할만한 점은 끈을 달아 사면만 고정한 기존현수막이나 공중에 내건 현수막에서는 이런 현상이 매우 미미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선거현수막은 규격제한이 없어 대부분 대형으로 제작되고, 사이즈가 크다 보니 건물에 직결피스를 이용해 벽면에 팽팽하게 고정을 해 벽면에 밀착된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건물외벽의 각종 오염물질과 대기오염물질이 빗물과 눈 녹은 물과 엉겨 붙어 현수막을 오염시킨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팅액 제조업체인 에스엠의 우견윤 연구소장도 “얼룩이 진 현수막을 물에 담갔다가 말리면 때 얼룩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현수막의 얼룩이 원단문제가 아닌 외부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이날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수거한 얼룩이 묻는 현수막을 물에 담갔다가 말리면 부분 얼룩이 없어져 깨끗해진다는 것을 직접 테스트해 증명했다. 에스피원의 윤 대표는 “염색기술연구소에 얼룩 오염이 된 현수막의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얼룩부위에서 황, 염소 등 대기를 오염시키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현수막의 얼룩이 외부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또출력소의 정 대표는 “외부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보니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오염물질이 물에 쉽게 씻겨나가기 때문에 다소 원시적이지만 현수막 전체에 물을 뿌려 얼룩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려줬다. 에스피원의 윤 대표는 “설치할 때 오염된 벽면과 현수막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하는 것이 이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선거현수막은 특히 대형 사이즈에다 수량이 많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전에 이같은 상황을 제작의뢰자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출력물제작업체들도 사후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터무니없는 저가입찰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