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건축물 경관조명 가이드라인과 관련, 중소 LED 조명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바로 심사에 소요되는 비용부담 때문이다. 서울의 한 조명업체인 A사는 지난달, 약 80m 높이 건물의 미디어파사드 설치 사업권을 수주했다.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모처럼 따낸 대규모 공사였던 까닭에 들뜬 마음으로 디자인 작업에 임했다. 하지만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서울시의 건축물 경관조명 가이드라인 심사를 받기 위해 시를 찾아갔더니 캐드나 3D맥스 등을 통해 시물레이션 작업된 데이터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회사 내에는 이 작업을 수행할 인력이 없어 전문 디자인업체에 의뢰하니 200만원이 넘는 견적이 나왔습니다. 심사가 통과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비용을 투자하자니 사업을 계속 진행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심사를 위해 서울시 경관심의위원회를 찾았다는 A사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는 미디어파사드 등 건축물 경관조명의 무분별한 확산을 규제하기 위해 작년 8월 건축물 경관조명 가이드라인을 마련, 한 달 뒤인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롭게 설치되는 미디어파사드는 사전에 서울시 경관심의위원회의 디자인 심사를 거쳐야 하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는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하다. 이 조명업체가 말하는 문제점은 바로 이 심사방식에서 비롯됐다. 심사에서는 미디어파사드의 휘도 및 조도, 디자인, 콘텐츠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근거자료를 업체 스스로 준비해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휘도와 조도의 경우 단일 제품을 측정장비로 측정해 이에 대한 측정값을 구한 후, 이 값을 3D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해 전체적인 데이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중소 조명업체들은 휘도 및 조도 측정기를 보유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장비를 대여하거나 외부 업체에 의뢰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플래시 등 비교적 단순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3D맥스와 같은 특정 프로그래밍 작업이 필요할 경우,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조도분석 시뮬레이션 작업을 디자인업체에 의뢰할 경우, 건물에 대한 3D 도안을 보유하고 있을 때는 약 150만원이 소요되며, 건축물의 도안이 없을 경우에는 배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심사비용 자체는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대여비와 시뮬레이션 작업비 등을 합산하면 실질적으로 약 200만~300만원 가량의 심사비가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심사에 통과한다면 다행이지만,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그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서울시가 영세한 업체들이 심사에 좀더 부담없이 임할 수 있도록 하는게 맞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중소 LED조명업체 관계자 또한 “인력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심사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중소 LED조명업체들에 있어 이 가이드라인은 상당히 높은 벽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심사를 진행함에 있어 근거 자료를 3D시뮬레이션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확한 심사를 위해서 이같은 데이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업체들이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방식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의 심사항목이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관련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 문제에 대해 “결국 비용을 들여 심사에 임하고도 이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불만과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앞서 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이 사용한 제품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업체들이 심사에 손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