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이 예술가소설로 육박한 사례라고 하자. 2010년의 박범신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신작 장편소설을 두고 젊고 유능한 평론가 신형철이 극찬을 했다. 어떤 소설이길래, 평론가가 저렇게 단언할 수 있는가. 박범신 작가의 신작소설 <은교>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 소설은 네이버 첫 연재소설이었던 <촐라체> 이후 올해초 ‘살인당나귀’라는 제목으로 총 44회 연재해서 한달 반만에 원고를 완성해 화제가 됐다. 위대한 시인으로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으면서 Q변호사에게 남긴 파격적인 유서를 따라 시인의 궤적을 밟으면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유서에는 노 시인과 열일곱살의 소녀 ‘은교’와의 사랑,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자와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제자의 작품에 대한 비밀 등 하나씩 드러나는 사실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변호사는 시인의 유언대로 사망 1주기가 되는 날 유언대로 유서를 공개하기로 했지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고민에 휩싸인다. 늙은 작가가 탐미하는 소녀의 젊고 관능적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는 이 소설의 압권이다. 한 노작가의 ‘갈망’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이 소설은 시종일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필력이 느껴진다.
“내가 미쳤다. 이 소설을 불과 한 달 반 만에 썼다. 정말이지 폭풍으로서의 질주였다. 창밖엔 자주 북풍이 불어재꼈고 자주 폭설이 내렸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먼, 우주의 어느 어둑어둑한 동굴에 혼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다. 내 안에서 생성된 날 선 문장들이 포악스럽게 나를 앞으로 밀고 나갔다. 나는 때로 한없이 슬펐고, 때로 한없이 충만했다. 겨울 숲처럼 ‘쓸쓸하게 차 있고 따뜻이 비어’ 있었다”_ 박범신, <은교> 작가의 말에서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