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195호 | 2010-04-28 | 조회수 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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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전주시에 위치한 카레전문점 ‘상덕커리’의 사인. 지난 날 문구점 간판의 흔적을 제거하지 않고 길가를 굴러다니는 폐목재와 헌 타이어로 상호를 구현했다.
빈티지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서울 망원동 카페 ‘이트’의 사인. 하얀색 페인트로 칠한 매장에 낡은 콘크리트 벽 한 귀퉁이를 잘라내 붙인 듯한 사인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홍대의 술집 ‘살림’은 녹슨 함석판을 소재로 사용한 독특한 사인을 설치했다.
홍대 인근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Sa(사)’. 와인을 보관하는 오크통의 팻말을 익스테리어 소재로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사인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 재활용 소재에서 찾다’ 리사이클 NO NO~, 이젠 UP사이클 시대! 녹슨 함석판·버려진 폐목재가 명품사인으로 대변신
“인도 여행 중에 길에 버려진 시멘트 포대를 보고 시멘트 포대가 시간의 풍화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살피고 연구하면서, 과거의 사물들을 재발견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해 내는 방법을 배웠다.” 재활용 디자인의 일인자 마우리치오 롱가티는 자신의 디자인 모티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은 자원의 소비를 감축시키는 것은 물론, 폐기물 처리에 따른 환경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재활용품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도전이자 아이디어의 보고이며,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재해석됨에 따라 색다른 가치를 전달하는 소재다. 이에 따라 재활용품을 활용한 디자인은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그린 디자인’, ‘환경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며, 패션·공간·일상용품의 영역에서 재활용 소재나 공정을 활용했다는 표시인 ‘녹색 라벨’을 만나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사인분야에서는 유독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소재·디자인의 개발이 더디게 진행돼 왔다. 매장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사인인 만큼, 낡은 재활용품에 대한 점포주들의 거부감이 컸던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녹슨 함석판과 낡은 목재 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쓰레기 매립장으로 직행 할 수밖에 없는 폐자재들이 이색적인 간판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홍보를 원하는 젊은 오너들의 등장과 함께, 일편화된 형태의 사인을 거부하는 점포주들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낡은 목재, 버려진 폐타이어가 간판으로? 재활용품을 활용한 사인은 일반적인 형태의 간판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따라서 재활용품을 활용한 간판의 경우,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비용절감이 아니라 천차만별의 개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유행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스피드를 향유하는 빈티지 코드는 낡은 폐자재들까지도 멋스러움이 물씬 풍겨나는 간판으로 재탄생시킨다. 젊은이들을 열광케 하는 낡아빠진 구제 청바지처럼, 낡고 오래된 소재만이 지니는 독특한 감성으로 소비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 위치한 카레전문점 ‘상덕커리’는 먼 지역에서도 맛 기행을 가는 이들이 즐비할 정도로 입소문이 난 점포다. 이 가게의 간판은 처음 보는 이들이 실소를 터뜨릴 정도로 엉뚱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래전 문구점이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문구점 간판의 흔적이 고스란히 눈에 띄는 철제 프레임에 다듬지도 않은 나무토막과 폐타이어로 상호명을 표기한 것. 어찌 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는 간판이지만, 음식 맛과 함께 이 독특한 사인물까지도 입소문을 타며 한옥마을에 가면 필수적으로 들러봐야 할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홍대의 테이크 아우 커피점 ‘Sa(사)’ 또한 재활용 소재를 통해 멋진 익스테리어를 장식한 곳으로 꼽힌다. 이 카페는 매장의 한쪽 외벽 전체에 마치 타일을 부착하듯 나무조각으로 덮어 씌었는데, 가까이서 보면 이 나무판자들이 술병을 보관하는 오크통의 팻말들임을 알 수 있다. 술의 연도와 이름이 적혀 있는 나무판자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모습은 마치 서부시대의 바를 보는 듯 독특한 멋을 연출하며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한껏 끌어당긴다. 종합 디자인 컨설팅업체 MK디자인의 김명광 대리는 “유니크함을 원하는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업계에서 재활용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전까지는 단순히 환경문제와 비용절감을 위한 리사이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제품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업(UP)사이클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