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 력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 석사 국민대학교 광고홍보학 박사수료 국민대학교 국제대학 출강
■ 이 력 현 예일토탈싸인(주) 상무이사 현 서울시 강동구 옥외광고 심의위원
■ 저 서 논문 일일소비자 광고노출량 외 다수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공저 청람출판사
간판에도 ‘대화가 필요해’ 간판의 핵심 기능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국내 간판, 커뮤니케이션 기능 부재
얼마 전에 종영된 KBS 개그콘서트 코너 중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다. 코너가 워낙 유명하니 그 자세한 내용을 기술할 필요는 없지만, 그 소재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하고 즐거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혹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대화가 안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유식한 말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대화가 되지 않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왜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주 남문 시장에 위치한 아동복 매장.
커뮤니케이션 안되는 원인 파악이 중요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4가지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말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둘째 전달하려는 내용 즉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로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매개체가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그 메시지를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 4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생략이 된다면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면 월요일 아침, 전교생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교장선생님 훈시라는 요식행사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주 있었던 교장선생님의 훈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마도 싫어했던 기억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커뮤니케이션 구성요소 관점으로 살펴보자. 먼저, 전달하려는 사람 즉 교장 선생님이 존재한다. 그리고 전달하려는 메시지 역시 존재한다. ‘담배피지 마라’, ‘지각하지 말라’ 등등.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마이크가 있다. 자 그럼 무엇이 빠져있는가? 바로 듣는 사람이 없다. 이것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한국의 간판에 대해서 회상을 해보자면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관이 주도하는 간판개선 사업이다. 건물 벽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플렉스 간판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던 간판들이 깔끔하게 채널형 간판으로 바뀌고 크기도 작아졌다. 이에 편승해서 기업체의 간판도 역시 채널형으로 바뀌고 있다. 깔끔하게 바뀐 간판들을 보니 매우 산뜻한 느낌이다. 그런데 뭔가 좀 아쉽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고 더군다나 통일된 간판들을 보니 과연 여기가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라는 생각을 스스로 해보게 된다.
간판 허가 기준은 오로지 규격·디자인 지금은 간판을 하나 설치를 하는데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존재한다. 허가 절차를 통해서 무분별한 간판 설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필요한 절차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허가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허가 기준을 보면 크기와 색상, 그리고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허가 제출 서류 어디에도 ‘무엇을 파는 매장인지’, ‘영업 내용이 무엇인지’ 쓰여져 있지 않다. 대충 ‘ΟΟ약국’ 하면 약을 팔겠지 하고 생각만 할 뿐이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입장이 돼 내가 처음으로 매장을 오픈하는 입장이라고 하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간판 아닐까? 더군다나 소호매장이라면 딱히 광고 수단이 없으므로 간판에 대한 생각과 기대는 매우 클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고민 고민하여 문구 만들고 디자인해서 양식을 갖춰 관공서에 제출한다. 그러나 규정상 이것은 안되고 크기는 줄여야 되고 이런 수정사항들을 전달 받는다. 그리고 다시 규격에 맞게 수정하면, 본래 주인장의 의지와 상관없는 간판이 걸리게 된다. 기업체의 간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체의 옥외광고는 그나마 철저하게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어떤 기업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옥외광고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기업의 간판속에는 이러한 관점이 없다. 은행 간판이나, 휴대폰을 파는 간판이나 어떠한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오직 눈에 잘보이게 하거나 아니면 제작 단가를 낮추는 관점만 내세운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표현한 한정식집 간판.
간판은 매장의 첫인상… 메시지 담는게 중요 매장의 간판은 어려운 학문적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고객과 처음으로 만나는 접점이다. 남녀의 만남에 첫인상을 고치기 위해서 평소의 3배 이상의 노력과 경비가 든다는 어느 결혼중매회사의 통계가 아니더라도 고객과의 첫 만남,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떤 한 요소를 놓치고 있다. ‘개성이 없다’ ‘디자인이 너무 획일적이다’라고 대변되는 요즘의 간판들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의 사진은 전주 남문 시장의 간판이다. 아주 작은 돌출형 간판이지만, 시장이라는 공간에 아동복을 파는 주인의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가? 왠지 그곳에 가면 예쁜 옷이 많아 보일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간판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간판과 소비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첫인상을 만들고 좋은 첫인상이 구매를 늘리거나 매장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것 아닌가?
강원도 영월 중앙로 보신탕 식당 간판.
기업 간판 담당, 구매부서 홍보부로 전환 필요 기업체의 간판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관할하는 부서부터 바꿔야 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은 매장 간판을 소비자와의 첫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단가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부서가 아닌 총무부나 구매부서에서 관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커뮤니케이션이나 메시지 중심이 아니고 제작 단가 중심이 된다. 그리고 관공서도 바뀌어야 한다. 심사하는 과정 역시 디자인이나 크기에 치우치지 말고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메시지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심사위원 역시 디자인 전공 교수들로만 구성하지 말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도 있어야 한다. 제작사들도 변해야 한다. 간판을 만들려고 하는 광고주의 메시지를 좀 더 들어야 하고, 기술의 발전도 그 메시지를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간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이 근래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서 말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개선 사업으로 바뀐 간판을 보면서 “몇 년 전에 간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독특한 한국형 간판이었는데 많이 바뀌었네요” 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그 이전의 덕지덕지 붙었던 간판에서 메시지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