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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09:57

거리에서 불법광고물 없애는 비결

  • 196호 | 2010-05-03 | 조회수 1,694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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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서울 종로에 있는 학원에 가던 대학생 곽은아씨(25·여)는 오늘도 기분이 상했다. 여기저기에서 수없이 내미는 광고전단지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나와 학원까지 가는 길에 그녀는 적어도 5~6장의 광고전단지를 받는다.

“인파가 많아 전단지가 유독 많은 번화가들은 각종 음식점들이나 학원들의 홍보 전단지가 매우 심각한 것 같아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나 다음날 아침에 보면 사람들이 버린 광고 전단지로 길거리는 엉망진창이더라고요.”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광고 전단지를 받는다. 업체도 학원, 음식점, 할인매장 등 다양하고 종류도 명함이나 종이 낱장, 벽보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광고물들이 쓰레기로 다가오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광고물 수거해서 가지고 오세요”
경기도 광명시에선 2008년 2월부터 불법광고물을 줄여 거리를 깨끗이 만들기 위해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광명시청 지도민원과 옥외광고물팀 정덕식씨는 “수많은 불법광고물 때문에 지역사회 주변 환경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고, 불법광고물로 인해 생겨난 시민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이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법광고물 수거 보상제’는 이름 그대로 시민들이 길거리에 있는 불법광고물을 모아 시청에 제출하면, 시청에선 기준에 맞춰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에서는 만 70세 이상 어르신들이나 장애인 등 일자리에 소외계층인 저소득층만 수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다.

수거한 불법광고물을 제출하려고 기다리는 어르신들
수거한 불법광고물을 제출하려고 기다리는 어르신들.

보상금은 30x40㎝ 이상 벽보는 매당 100원, 전단지는 일반형은 매당 20원, 명함형은 5원이다.

정씨는 “수거보상제로 인해 지역사회가 눈에 띄게 깨끗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소외계층 일자리를 창출한 효과도 동시에 얻었다”고 말했다.

길거리를 더럽히는 광고물이 주대상
시청에선 매주 화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참여자들이 모아온 불법광고물을 수거한다. 수거작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불법광고물을 가득 가지고 왔다. 가방에 담아온 이도 있었고, 박스에 담아온 이도 있었다. 어떤 어르신은 직접 오토바이에 싣고 오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수거 광고물들을 가지고 차례로 줄을 서서 수거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두달에서 세달정도 모아서 가져온 불법광고물들
어르신들이 두세 달 정도 모아 가져온 불법광고물들.


어르신들은 보통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광고물들을 수거해 가지고 온다고 했다. 주로 도로변, 주택가, 번화가, 차량에서 수거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광고물이라고 해서 모두 불법광고물이 아니다. 우편함 속 광고물이나 사전에 동사무소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광고물, 광명시 이외 지역의 광고물은 제외대상이다.

담당자 정씨는 “깨끗한 길거리 조성에 목적을 둔 사업이기 때문에 길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광고물이 기준이 된다”면서 “길거리나 차량에서 접할 수 있는 성인 광고물이나 유흥업소 광고물, 대리운전 광고물, 인터넷 업체 광고물, 대형할인마트 광고물 등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각종 다양한 광고물들로 수북이 쌓여 있는 수거한 불법광고물
수북이 쌓여 있는 수거 불법광고물.

“불법광고물 수거해 보니 생각보다 심각해”
불법광고물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수거하는 어르신들은 직접 수거해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이야기했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방 광고물을 수거할 수 있으며, 특히 밤에는 길거리 마다 전단지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춘단 어르신(77·여)은 “수거보상제에 참여하면서 정말 다양한 불법광고물을 알게 됐다”면서 “길거리에 붙은 할인매장 홍보물이나 인터넷 업체 광고물이 가장 많고, 자동차에는 창문 틈 사이에 대리운전 명함형 광고물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가방과 끈을 묶은 불법광고물 꾸러미를 가지고 온 이종례 어르신(76·여)은 “길이나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눈에 띄는 광고물을 제거한다”며 “요즘은 테이프 말고 본드 등 접착력이 강한 것으로 붙인 벽보가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서승목 어르신(73) 역시 “밤에 번화가에 가면 유흥업소 홍보나 대리운전 홍보물, 술집전단지 같은 불법광고물이 바닥에 많이 뿌려져 있어, 낮보다 오히려 밤에 수거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쉽다”며 “특히 성인광고물처럼 낯 뜨거운 광고물은 아이들이 볼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거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신창희 어르신(83·여)은 두 달 동안 수거한 불법광고물을 박스에 담아 가지고 왔다. 신 어르신은 “수거보상제로 인해 예전에 비해 많이 깨끗해 진 것 같아서 참여하는 것에 만족하고 기쁘다”면서도 “아직도 길에는 불법광고물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광고물이 아직도 많아서 더 열심히 수거하고 싶다는 신창희어르신
불법광고물이 아직도 많아 더 열심히 수거하고 싶다는 신창희 어르신.

어르신들은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로 인해 일자리를 얻어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업체들이 불법광고를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광고물 대신 합법적으로 광고를
광명시에서 수거하는 불법광고물의 양은 일주일에 약 500장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운영결과를 살펴보면 예산 1억5000만원 가량을 투입해 벽보 54만7598장, 전단 447만9791장, 손명함 111만7316장을 수거했다. 39회 접수에 총 397명이 참여했으니, 1인당 평균 38만원 가량을 수거보상비로 받아간 셈이다.

광명시에선 이렇게 수거한 불법광고물들을 소각하고, 상습적으로 불법광고를 하는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과태료를 수차례 낸 업체는 합법적으로 광고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고, 그 뒤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광고를 실시하기도 했다.

모아온 불법광고물의 수량을 체크하고 보상금을 계산하여 수거하는 모습
모아온 불법광고물의 수량을 체크하고 보상금을 계산하고 있는 모습.

거리도 깨끗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하지 않는 인근 지역과 비교해 본 결과 , 주택 골목이나 번화가 거리가 상대적으로 광고물수가 적거나 줄어들어 수거보상제가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자 정씨는 “소외계층에 일자리 창출 효과와 지역사회의 쾌적한 생활환경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면서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활성뿐만 아니라 불법광고물을 시행하는 업체들의 주의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광고물을 시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번화가 불법광고물 홍수에 시민들 부정적
사람들이 많아 전단지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서울 곳곳의 번화가들 역시 불법적으로 광고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길거리에서 각종 전단지를 무작정 배부하는 것에 사람들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학생인 고아라씨(18·여)는 “사실 전단지를 무작정 나눠줄 때 마다 짜증이 나기도 한다”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냥 한번 힐끔 보고 가끔은 길거리에 그냥 버릴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재석씨(26) 역시 “사람들이 받으면 다 버리는 게 눈앞에 보이는데 왜 전단지를 매일 같이 나눠주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광고물이 모아져 있는 홍보 책자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홍보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시를 포함해 천안시, 광주시, 포항 남구청 등 여러 지역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불법광고물의 제거해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광고물을 수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의 노력일 것이다.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시민들에게도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해, 불법광고 업체가 줄었으면 한다.
 
<공감코리아 2010.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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