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0일 서울 마포의 지방재정회관 18층 현장. 옥외광고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부탁받고 연단에 선 손봉숙 전 의원은 뜻밖에도 쓴소리로 일갈했다. “입법활동의 보람이라면 개정한 법이 미치는 임팩트랄까 그런걸 보는게 아닐까 싶다. 입법취지가 살기도, 죽기도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옥외광고센터가 출범했다. 당초 탈관료주의 의도였고,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공무원이 맡게 됐다. 입법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과연 기금이 옥외광고 진흥과 발전에 쓰일 수 있겠는가.” 손 전 의원은 옥외광고센터 탄생의 산파역이다. 행안부와 문광부가 옥외광고 관장권을 놓고 대립할 때 문광위 소속이면서도 행안부를 편들었다. 그래서인지 주최측은 현역의원을 다 젖혀놓고 그를 초대했다. 그런 그가 축사를 부탁받고는 옥외광고센터의 불길한 장래를 예언이라도 하듯 우려섞인 쓴소리를 한 것이다. 주최측은 모두 머쓱해했고 공무원 출신의 정보희 초대 센터장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렇게 출범한 센터는 7개월만에 첫 작품으로 기금조성용 광고사업권을 입찰에 부쳤다. 그런데 내용은 차치하고 공표 방식이 비상식적이다 못해 해괴하기까지 했다. 1년중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그것도 저녁시간이 다 되어 자체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공고문을 올리는 것으로 끝이었다. 보든 말든, 응찰을 하든 말든,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공지사항’이다. 이렇게 시작된 입찰은 재입찰, 재재입찰… 등 1년 반 동안 10번을 반복했고 그럼에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잔여물량인 3개 권역을 대상으로 한 10번째 입찰도 모두 유찰됐다. 문제는 유찰사태만이 아니다. 낙찰받은 사업자들의 고통과 시름은 더 깊다. 선금을 내고 사업권을 따냈지만 막상 광고물을 세울 곳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세울 곳이 있어도 인허가를 안내줘 낭패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제일 먼저 낙찰받은 업체조차 1년이 훨씬 넘도록 이런저런 장벽에 가로막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물량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업기간은 자꾸 소진되고, 그에 비례해 본전 건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때문에 일부 사업자는 이미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경험있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고 비판했던 센터 안의 비현실성과 몰사업성이 사실로 나타난 결과다.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은 ‘옥외광고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한 정책의 수립 및 개발’ 등 총 10가지를 센터의 목적사업으로 나열해 놓고 있다. 센터는 이달 30일로 설립 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옥외광고 사업자들은 피멍 들어가며 막대한 기금을 납부했다. 센터는 이 가운데 상당액을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소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설립목적 가운데 단 하나라도 제대로 성과를 이룬 것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참담하게 실패한 공제회 옥외광고센터
센터의 사업은 기간이 돈이다. 적게 잡아도 1개월 값이 20억원을 넘는다. 그런 사업권의 상당량이 장기간 허공을 떠돌았고 지금도 떠돌고 있다. 그에 따른 손해는 센터로 돌아가는데 센터는 요지부동이고, 무사태평이다. 만약 민간이었어도 이랬을까. 기간이 돈인 사업권을 갖고 입찰공고로 허송세월하는 상황에서 월급 주고 자리 보전시켜 줄 민간 사업주가 있을까. 국회 행안위 소속 이은재 의원이 지방재정공제회 소속 옥외광고센터를 명칭을 바꿔 지방행정연구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지는 우선 센터에 관한 헌법기관의 첫 문제제기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옥외광고센터는 옥외광고 산업의 육성·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됐다지만 설립 직후부터 업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왔다. 업계를 무시하고 군림하려 드는 고압적 자세, 현실과 합리성을 도외시한 무모한 탁상정책, 전문성의 결여, 거듭되는 시행착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 등으로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 이런 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이 업계의 협조 속에 성공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특히 기금용 광고사업은 센터가 사업자를 선정하면 사업자가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이다. 투자와 공제 사업이 주목적인 공제회에 센터를 계속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공제회가 이미 목적사업을 참담하게 실패한데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도 있다. 다만, 연구원으로의 단순 이관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관을 계기로 그동안 센터가 지녔던 문제의 본질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전제로 환골탈태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손봉숙 전 의원이 강조한 ‘탈관료주의’가 실천돼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의 독립이 불가피하다. 당초 행안부는 독립기구인 옥외광고진흥원으로 추진했으나 재정문제를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어 지금의 형태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적지 않은 자체기금이 조성되고 있다. 재정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만큼 독립된 기구로 격상시켜야 하고, 탈관료주의를 위해 민간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