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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2 16:02

광고물 행정은 ‘3D’?… 격무로 기피현상 고조

  • 이승희 기자 | 196호 | 2010-05-12 | 조회수 2,752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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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미관에 대한 예산과 관심 증대로 업무량 점차 가중돼

신임 담당자들, 복잡한 민원·난이한 법해석에 6개월 채 못버텨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 결여 등 부작용도 증가 
인센티브제 도입 등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 높아져
 
옥외광고 산업이 3차원을 뜻하는 3D(Three Dimensions)와 같은 첨단기법의 도입으로 진일보하고 있는 지금, 옥외광고와 관련한 주된 주체중 하나인 행정 영역은 ‘지저분하고, 힘들고, 위험하다’는 뜻의 3D(Dirty, Difficult, Dangerous) 라는 인식과 함께 점차 공무원들의 기피업무로 퇴보하고 있다.
관련 산업이 3차원을 넘나들고 업무의 중요성도 커져가고 있는 시점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를 직접 관리·감독해야 하는 광고물 부서는 담당 공무원들의 기피와 잦은 인사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옥외광고물 관련법이 생기고 일선 지자체에 담당 행정부서가 생기기 오래 전부터 생겨나서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채 이어져 온 고질적인 숙제였다. 그러다 최근들어서는 도시미관으로서의 광고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관련 업무 부담까지 크게 가중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광고물 담당부서 공무원들에 따르면 광고물 행정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고 그 만큼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광고물 행정은 크게 보면 광고물에 대한 인·허가, 불법에 대한 단속·처벌, 예방 등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업무가 그 특성상 결국은 민원으로 연결된다. 인·허가는 그 자체가 민원 업무이며, 단속·처벌의 경우도 요즘은 시민들의 저항이 심해 결국 민원으로 이어진다. 즉, 민원에서 시작해서 민원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민원의 양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복잡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힘들다고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간에 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달라 인근 구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부지기수이고, 난해한 법해석에 따른 문제가 행정심판 청구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오만가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대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여기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성격도 이상해진다”고 자조섞인 농담을 던졌다.  
행정인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 여럿이 업무를 분담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방 소도시의 경우 1명 행정 조직이거나 혹은 1명이 다른 부서 업무까지 병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1명이 멀티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광고물 관련법이 불법광고물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도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지방 소도시에서 홀로 광고물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한 여성 공무원은 “아무리 작은 소도시라지만 인허가에 불법광고물 단속까지 맡아야 해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며 “게다가 요즘엔 도시경관이다 뭐다 해서 간판정비사업까지 추진해야 하는데, 이런 중차대한 사업을 정신없는 와중에 진행해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최근에는 단체장이 광고물에 대한 높은 관심과 강력한 의지를 갖고 40명으로 광고물 전담반을 구성, 운영하는 한편 이들의 업무 가중치와 기여도를 인정해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체장의 관심과 의지, 해당 자치구의 행정력이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다. 그렇지 못한 지자체들은 점점 과중해지는 업무를 부담으로 떠안고 가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고물 부서에 대한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로 전입된 공무원들은 6개월도 채 못버티고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게 부지기수다.
최근에 광고물 부서로 전보된 한 담당자는 “이름만 도시디자인과로 격상시키면 뭐하느냐”며 “도시디자인과로 부서 명칭을 변경하고 광고물 정책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소도시에서 광고물 업무를 5년 이상 맡아왔다는 한 담당자는 “그동안 불법광고물은 점차 늘고, 인허가 업무도 그와 비례해 증가했다”며 “언뜻 단순해 보이는 업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안전사고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라고 광고물 행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기피하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업무마저 가중시키면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고물 담당부서가 선호하는 부서로 바뀔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해당 공무원들 뿐 아니라 옥외광고 업계도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서라도 광고물 부서를 기피 부서에서 선호 부서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공무원들이 6개월도 채 못 버티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광고물 행정의 전문성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이제는 광고물도 점점 복잡 다단해지고 하이테크놀로지로 가고 있는 만큼 전문성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과거 선발했던 10명의 별정직 공무원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가 광고물 행정의 현주소를 대변해 준다며 이들의 처우가 시급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들은 15년 정도 광고물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라며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대우를 해주는게 마땅한데, 별정직이라는 이유로 승진도 제약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들이 전문성을 갖고 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 행정을 펼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며 “정책·법규 입안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부처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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