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202호 | 2010-08-11 | 조회수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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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빛나는 보석’ 상하이의 야경 스케치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포강 동쪽 푸동의 야경.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진마오타워 등 푸둥 지역의 고층 빌딩들이 휘황한 조명으로 덮이며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과 번쩍이는 조명으로 감싸인 채 떠다니는 유람선들이 상하이 야경에 화려함을 더한다.
시티은행 중국본사 등 각종 건물에 설치된 다양한 LED 미디어파사드 시스템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말이 필요없는 상하이의 대표 건축물인 동방명주탑. 상하이 푸동지구 금융가 지역에 위치한 방송수신탑인 이 탑은 높이 468m로 아시아에선 첫 번째, 세계적으로는 세 번째로 높은 탑이다. 건물 외벽 전체를 따라 흐르듯 너울대는 빛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세기 초반 지어진 상하이의 옛 조계지 와이탄의 서양식 건축물들이 금빛 경관조명으로 빛나며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네온으로 이뤄진 거대한 코카콜라의 광고판. 건물 위로 보이는 코카콜라의 중국식 명칭 ‘가구가락(可口可樂)’이 중국만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쇼핑 및 관광거리 난징루의 풍경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유명한 이곳은 자국인은 물론, 상하이를 찾은 외국인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중국 근대화의 상징이자 상하이의 정체성과도 같은 네온사인들의 모습. 함께 있는 LED간판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위용을 자랑한다.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이자 관광도시인 상하이. 이곳을 다녀온 관광객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마천루도 아니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쇼핑도 아닌 바로 이 도시의 야경, 빛으로 물든 상하이의 밤이다.
▲화려한 야경… 정책적 조명사업의 결과 아시아의 ‘빛나는 보석’이라 불리는 상하이의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답다. 아니 낮과는 달리 아름답다는 표현이 되레 적절할 수도 있다. 오성급 고급 호텔 바로 옆으로 낡은 판자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 만큼, 빈과 부가 한자리서 공존하는 상하이의 풍경은 오묘하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논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상하이의 풍경이다. 밤이 되면서 매연으로 뿌였던 하늘은 짙은 어둠으로 채색되고, 회색빛 건물들은 검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꽃처럼 화사하게 물들며 그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상하이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야간 조명사업의 결과물이 빛을 발하는 것. 각종 교각과 건물의 경관조명부터 점포들의 간판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조명시스템이 가동되며 도시의 모습을 화려하게 변화시킨다. 상하이시는 2001년 새로 짓는 상업용 빌딩들에 경관조명 시스템을 강제로 도입토록 하는 규정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2004년에는 ‘도시장식조명에 관한 규범’을 공포하고 야경조성 건물의 경우 내부에 사람이 있든 없든 정해진 시간 내에는 실내등을 밝히고 외부 장식등을 설치토록 했다. 목적은 상하이시의 이미지 제고와 관광객 유치의 일환이다. 이런 상하이시의 목표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상하이를 찾은 관광객들은 화려한 야경에 금세 매료되고 그래서 또다시 찾기 때문이다.
▲상하이 야경의 백미 ‘와이탄(外灘)’ 상하이 푸서지역에 위치한 와이탄의 야경은 일부 여행가들 사이에서 이탈리아의 나폴리, 프랑스의 리옹과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힐 정도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상하이를 상징하는 동방명주탑 등 고층 건물의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와이탄은 현재 ‘상하이의 진주’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만큼 자국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곳이지만, 사실상 중국 역사의 치욕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편전쟁 패배 이후 약 100년간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의 반식민지를 겪었던 세월의 흔적이 이곳 와이탄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딕, 르네상스, 아르데코 양식 등 서양의 건축양식이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중국의 입장에서 유쾌할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와이탄의 풍경. 하지만 이 건물들이 금빛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으로 한껏 빛날 때면 유럽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아울러 와이탄 강변에서 보이는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진마오타워 등 푸둥 지역의 고층 빌딩들이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덮이며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과 초대형 광고판을 실은 채 떠다니는 유람선들은 와이탄의 야경에 화려함을 더한다.
▲네온에서 LED까지… 화려한 간판 문화 상하이의 야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간판이다. 화려한 원색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상하이의 간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관광 콘텐츠로 이름날 만큼 빼어난 멋을 보여준다. 쇼핑거리로 유명한 난징루(南京路)는 이런 상하이 간판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거리다. 초대형 전광판과 LED를 활용한 다양한 미디어파사드 시스템, 가지각색의 얼굴을 한 간판들까지 저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이 거리의 간판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통의 네온사인과 첨단의 LED간판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인데, 네온사인은 모조리 배제당하고 LED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국내의 간판문화와는 사뭇 차별되는 모습이다. 중국 근대화의 상징이자 ‘아시아의 빛나는 보석’ 상하이의 정체성과도 같은 난징루의 네온사인은 함께 있는 LED간판들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으며 소외되고 있는 네온사인이 상하이에서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는 문화 관광콘텐츠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디자인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 이 거리의 간판들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표음문자의 위력(?)이다.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고 자국의 한자를 최우선으로 사용하는 중국은 외래어로 된 브랜드명도 그대로 쓰지 않고, 원음과 유사한 발음에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 의미를 붙인 한자어로 변형해 사용한다. 따라서 거리의 간판들에서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어휘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코카콜라는 ‘입안이 즐겁다’라는 의미의 ‘가구가락(可口可樂)’, 펩시콜라는 ‘백가지 즐거움’을 뜻하는 백사가락(百事可樂) 등이다. 이외에도 KFC는 긍덕기(肯德基), 맥도날드는 맥당노(麥當勞) 등의 새로운 이름을 얻어 소비자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