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류형에서 입체형으로 간판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형간판이 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들어 성형간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동안 채널간판 일변도 양상을 보여온 입체간판 시장에 큰 변화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근래에 교체가 진행된 기업형 간판들의 경우 상당부분 성형간판이 채택됐고, 드물긴 하지만 생활형 매장에도 성형간판을 설치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도 성형간판을 채택하는가 하면, 간판을 뛰어넘어 공공미술 분야에까지 성형물이 접목되기도 하는 등 관련 시장의 또다른 확장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채널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는 작금의 간판 트렌드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는 종전에도 성형간판을 채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수입자동차 매장 등 일부 업종에서만 제한적으로 채택된 것이어서 성형간판이 전체 간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성형간판이 이들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동통신사, 자동차, 금융업, 커피전문점, 복권판매점, 건강식품 판매장 등 다양한 업종을 망라한다. 그야말로 ‘성형 열풍’이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기존 간판을 성형간판으로 교체한 기업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르노삼성, 쿡쇼, 오즈, 신한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쿡쇼를 제외하고는 종전에 모두 플렉스나 채널간판을 사용했던 기업들로 최근에 새롭게 성형간판을 채택한 케이스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현상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성형간판을 채택하지 않았던 업종의 한 기업이 성형간판을 설치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 동종 업계에 있는 경쟁기업들도 하나둘 성형간판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특정 업종 전체가 성형간판을 설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먼저 이동통신사에서는 SK텔레콤이 성형간판으로 바꿔달기 시작하자 KTF와 LG텔레콤이 그 뒤를 따랐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에 이어 르노삼성이 성형간판으로의 변신을 전개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조만간 이같은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플렉스를 선호했던 대표적인 업종인 금융권도 같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심벌마크를 성형간판으로 채택한데 이어 일부 다른 은행들도 성형간판을 채택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밖에도 다른 업종에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성형간판에 대한 대기업들의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그 결과 채널간판이 주도했던 입체간판 시장을 성형간판이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의 성형간판 선호도가 이처럼 높아지고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이유중 하나는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흥싸인유통 강태승 대표는 “성형간판에는 간판의 기본 틀이 되는 금형이 필요한데, 금형 제작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소량의 간판을 만드는 경우에는 제작단가가 일반 업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다”며 “하지만 기업이나 프랜차이즈의 경우 하나의 금형을 개발해 놓으면 그것으로 다량의 간판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작단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유는 기업의 CI나 심벌마크 등을 ‘붕어빵’처럼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성형 과정이 대부분 기계 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나의 형틀을 기계에 올려놓고 동일한 간판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방식이므로 CI나 심벌마크 등 기업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다. 빼어난 입체감도 중요한 요인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채널간판도 입체적이긴 하지만 성형간판 만큼 입체감을 정밀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오즈 매장에 성형간판을 채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 역시 “성형간판은 사실적인 입체감과 명확한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좋다”며 “성형간판을 채택해 브랜드 이미지 전달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컬러 표현력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성형간판 전문업체 썬코리아의 천동표 실장은 “최근에 변화된 기업의 CI나 심벌마크를 보면 컬러를 표현하는데 있어 그라데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플렉스에 실사출력을 했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데 무리가 없었지만 채널간판에는 이런 표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성형간판 채택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이유들을 장점으로 성형간판은 채널 일변도의 간판 트렌드를 무너뜨리면서 거리에 바이러스처럼 확산되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요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시장이 열리지 않은 채 기업형 간판과 같은 울타리에만 머무른다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성형간판 대중화의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금형 개발에 따른 성형간판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관련기사 44~4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