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일 주무관은 1992년부터 관악구청에서 옥외광고 업무만을 담당해온 전문 공무원이자 환경미술, 조형물을 아우르는 테마환경미술연구소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환경미술 전문가이다. 그간 일선 현장에서 보고 느낀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풀어내는 ‘이후일의 사인세상 엿보기’ 코너를 연재한다.
‘간판’으로 서울을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도시로!
서울시 옥외광고물가이드라인, ‘권역별 규격 다양화’ 필요
뉴욕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도 권역별 규격을 제한하기도 하고 완화하기도 해서, 어느 특정지역(상업지역)은 간판 부착을 자유롭게 허용해 간판에 좋은 디자인과 ‘재미’ 란 요소를 더하게 유도한다면, 그곳이 하나의 문화적 상품이 될 수 있고 관광명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의 거리가 타임스스퀘어 거리처럼 모두 화려한 것은 아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거리도 있다. 유럽의 차분한 어느 도시에 온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현재 서울의 옥외광고물은 옥외광고물등관리법, 령 외에 ‘옥외광고물등의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제한·완화 고시’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특정구역은 권역별로 중점권역, 일반권역, 상업권역, 보전권역 5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간판의 수량, 규격, 조명표시방법 등을 제한·완화 고시로 정하고 있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은 2008년도부터 시행, 강력한 규제와 제한으로 단기간 내에 도시경관을 깔끔하게 개선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변화의 과정 속에서 가이드라인이 권역별 다양성을 유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의 규정에 따라 설치된 간판들은 깨끗해진 느낌은 있지만, 서로 똑같은 모습으로 획일화되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의 어느 지역을 가도 똑같은 모습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간판의 수량을 줄이고 크기를 축소하는데만 치우쳐 있다는 데 있다. 상업지역, 주거지역 등 권역을 나누고 각기 규정을 차등화하기는 했지만, 수량과 크기 줄이기에만 급급했을 뿐 해당 권역의 특성을 반영할 만한 특별한 요소는 없다.
그결과 거리에 ‘재미’나 ‘활력’은 결여된 모습이다. 특히 ‘재미’는 예술이나 디자인에서 상당히 중요하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좋은 예술, 디자인 작품이 나왔을 때 “재미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을 최고의 찬사라고 여기듯, 재미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디자인된 간판, 더 나아가 간판을 유럽의 그것처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길 원하면서 다양성을 빠뜨린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의 브로드웨이가가 자리잡고 있는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1904년 뉴욕타임즈가 사무실 빌딩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이 거리는 지금 뉴욕 최고의 번화가가 됐다. 브로드웨이의 극장가,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 거리의 공연예술가로 가득한 이 지역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특히 브로드웨이는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환해지는 타임스퀘어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이다. 볼거리가 많아서 사람들이 넘쳐나고, 또 그들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은 더욱 넘쳐나는 곳이다.
이 거리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힘은 무엇일까. 물론 많은 매력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어쩌면 간판일지도 모른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간판이 자아내고 있는 활력 넘치는 분위기에 매료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있다.
실제로 타임스스퀘어는 화려한 간판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눈부시게 화려한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이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활기찬 에너지는 바로 간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론 주거 지역이나 문화재 주변은 화려하거나 눈부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업지구는 그에 걸맞게 더욱 활기가 넘치는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한국에도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명소가 생기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한국에는 간판으로 조용해지는 곳도 필요하지만 간판으로 재미와 에너지가 넘치는 ‘타임스퀘어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