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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4 18:01

불법 래핑광고도 정부가 하면 합법?… G20 옥외광고물 두고 ‘시끌’

  • 이정은 기자 | 209호 | 2010-11-24 | 조회수 3,553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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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국가행사’ 이유로 과태료 부과 않기로… 월드컵 때와 다른 잣대 
기업-광고업계 “법과 현실의 괴리… 법제도 보완 필요” 한 목소리
 
 
 
11월 11~12일 양일간 개최된 G20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이 시내 곳곳에 내건 대형 래핑광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등관리법상 건물 외벽의 래핑광고는 불법으로 지자체들은 그동안 이런 래핑광고에 대해 과태료 등을 부과했으나, 이번 G20정상회의 관련 래핑광고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때 래핑광고물을 설치한 대기업들에 줄줄이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은 이번 G20정상회의에 맞춰 정부청사나 자사 건물 외벽에 G20 슬로건인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이라는 문구와 청사초롱 그림, 기업체(기관) 로고 등을 새긴 대형 광고물을 내걸었다. 특히 행사장인 코엑스 주변과 주요 이동로인 세종로, 태평로 일대에는 G20정상회의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초대형 광고물이 경쟁이라도 하듯 줄줄이 내걸렸다. 그 크기도 건물 전체를 뒤덮다시피 할 정도의 초대형이 많았다.
 
코엑스 맞은편의 한국전력 본사에는 가로 112m, 세로 58.5m에 달하는 크기의 광고물이 건물 3개면에 내걸렸고, 세종로 일대에는 교보생명 빌딩, KT빌딩, 흥국생명 빌딩 등에 G20 광고물이 설치됐다. 정부종합청사, 외교부 청사에도 G20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초대형 광고물이 내걸렸다.
 
현행법상 건물 외벽의 현수막은 구청이 지정한 게시대에만 게시할 수 있고, 건물을 덮는 래핑광고는 불법이다. 관할구청은 광고 철거를 계고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같은 법 규정에 따라 지난 월드컵 때 중구, 종로구, 강남구 등 구청들은 월드컵 광고물을 설치한 기업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했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이번 G20 광고물에 대해서는 ‘국가행사’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자체의 입장은 G20 준비위원회에서 협조를 당부한 부분도 있고, 국가의 이익을 위한 공익성 광고물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광고업계는 이중적인 잣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광고대행사의 관계자는 “지난번 월드컵 때와 비교해 보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월드컵 광고물 역시 국제적인 이벤트에 맞춰 분위기를 붐업하기 위한 공익의 목적이 있음에도 기업들이 줄줄이 과태료를 물었다”며 “이번의 사례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에 G20 광고물을 내걸도록 정부에서 독려한 것으로 아는데, 말 그대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식의 이중 잣대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래핑광고는 벽, 기둥 등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덧씌우는 광고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나이키가 지하철 여의나루역에 실시한 월드컵 캠페인이 그 효시로 꼽힌다.
 
이후 래핑광고는 강한 임팩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시인성이 뛰어나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광고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보편화된 광고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과 달리 래핑광고는 현행법상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광고물로 규정되고 있어 법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과 괴리가 큰 법을 개정해 래핑광고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가운데, 2009년 6월 래핑광고 합법화를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이윤석 의원)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지난 9월 30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는 정부 주최 행사나 주요 정책을 홍보하는 현수막은 정부청사 벽면에 걸 수 있도록 한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0월 29일 입법예고했다.  
 
 

이정은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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