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규격 등 양적 규제는 옥외광고물 창의성 저해 안전도 규정 마련, 통과 기준 재정립해 허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해에 태어나는 신생아의 숫자가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대입 수험생이 100만이라고 언론매체에서 보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입 수험생만 100만이었으니 대학을 가지 않는 동시대의 인구수는 족히 150만 명은 넘었으리라 생각된다. 20년 만에 우리는 인구의 3분의 1이 경감해버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신생아의 출생률 감소는 1970~80년대의 산아제한 정책에서 비롯됐다. 그 당시만 해도 대다수 국민이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으니 한 사람이라도 먹는 입을 덜어 내자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이러한 인구 정책 결과 지금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나라가 되었다.
정부의 정책은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정책을 각종 매체를 통해서 수시로 홍보하고, 모든 관공서의 인력을 총동원해 알리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홍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에 따른 효과는 1~2년이 아닌 10년, 20~30년의 파급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최근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앞다퉈 전개하고 있는 옥외광고물 정책은 이미 성공한 듯하다. 실제로 서울의 대다수 옥외광고물들이 신규 정책에 따라 재정비가 이루어져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갖게 한다. 혹자는 그간 어지럽고 무질서한 옥외광고물들이 정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일련의 옥외 광고물에 대한 정책이 과거 산아제한 정책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옥외광고물은 디자인 거리라는 명목으로 정비되고 교체되는 수적 성과를 보여줬지만 다양성과 변별성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크기나, 형태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업종간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의 5층 이상에는 광고물 설치가 불가능해 광고물들이 그 아래층으로 빼곡이 들어서 차별성은 사라지고 변별성은 더욱 떨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크기의 제한이나 표시방법의 제한 등으로 인해 점주들이 가지는 간판에 대한 애착도 사라지는 듯하다.
창의적인 간판이기 보다는 심의를 통과하기 위하여 이리 다듬어지고 저리 다듬어진 간판을 보면서 ‘그냥 걸기만 하자’라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이러니 옥외광고물에 투자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속된말로 어떻게든 싼 가격에 걸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간판제작업체에도 전이돼 창의적이거나 내구성이 강한 광고물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심의 통과를 위한 저렴하고 표준화된 디자인에만 중점을 둔다. 그 결과 전체 시장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이에 따른 관련산업의 규모 역시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기조가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옥외광고물이 도시의 흉물로 자리 잡을 뿐 아니라 관련사업 기반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정책은 기본에 충실하거나 최소한의 역할만을 규정해야 한다. 정책의 기본 정신은 유지하되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최소화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이 최소한의 역할로 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규제와 제한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범위로 국한지어야 한다. 마치 부채의 손잡이 끝부분으로 부채 전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정책은 부채꼴의 끝부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면 옥외광고물등관리법에서 부채꼴의 꼭짓점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옥외광고 규제의 기본 정신은 살리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인 제작환경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이러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답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관련 입법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미국의 장애인 관련 입법의 기본 취지는 장애인에게 기본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조성해 그 장애인에게 경제적 수입이 발생하면 그 수입에 대한 세금 징수를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기본 원리는 장애인에 대한 생활의 편의나, 생활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장애인이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장애인의 경제 활동으로 인한 세금징수를 경제원칙으로 계산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는 정책을 실현하는데 있어 생활비 지원과 같은 손쉽고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중심에 두지 않고 다소 어렵지만 기초적인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원칙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옥외광고물에 있어 크기와 형식을 제안하는 방법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지금처럼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심사를 통해 크기와 형식을 제안하는 방법은 그럴 싸 해 보이지만 부채꼴의 꼭짓점이라 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창조적 형태가 활성화 되지 못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꼭짓점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어렵지만 한국의 상황에 맞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법률을 고민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고, 개인의 창의적인 욕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 산업을 규제하여 축소하거나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맞는 꼭짓점을 찾아 최소한의 역할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이웃나라의 옥외광고 규제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옥외광고물에 대한 크기와 형식을 규제하지 않는다. 오직 규제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규정뿐이다. 층수에 따른 표현 규정이나, 형식의 규정도 없다. 오직 안전 규정만 있다.
안전에 대한 규정만 지켜진다면 모든 광고물에 대해 허가를 해준다. 모든 광고물에 대한 안전규정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계산해서 부채꼴의 꼭짓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