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213호 | 2011-01-27 | 조회수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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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가 만들어낸 거리의 애교 폭탄!’
알쏭달쏭 유사한 문구·디자인으로 폭소유발 대학가 일대 중심으로 패러디 간판문화 확산
‘회밀리가 떴다’, ‘아디닭스’. ‘떡도날드’….
처음 보는 간판임에도 왠지 어색한 듯 익숙한 느낌이 드는 간판들.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는 순간 폭소를 터트릴 것이고,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에 간판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하던 이들도 어느 순간 ‘아하’하며 웃음 짓게 만드는 간판. 바로 패러디 간판이다.
패러디란 풍자나 희화화(戱畵化)를 위해 사람 또는 작품의 특징적인 자구(字句)를 변경시키거나 과장해 내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패러디는 사회의 모든 곳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이동이 잦은 대학가 일대를 필두로 간판의 패러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유명한 대상을 비틀어 표현하는 패러디는 웃음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에 다분히 익살적인 의도가 반영돼 있다. 텍스트의 중복이 주는 묘한 웃음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웃음을 유발하는 만큼, 한번 보더라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까닭에 주목도와 각인성이 중요한 간판에 있어 나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패러디간판으로는 코스닥 붐을 타고 창업한 프랜차이즈 치킨점 ‘코스닭’이 꼽히는데, 이 매장이 독특한 간판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한자성어 ‘위풍당당’을 패러디한 ‘위풍닭닭’, ‘아디닭스’ 등의 이름도 등장해 실소를 터트리게 하고 있다.
또한 한때 인기를 끌었던 만화 ‘광수생각’과 인기 예능 ‘패밀리가 떴다’는 각각 ‘광어생각’, ‘회밀리가 떴다’라는 횟집 간판으로 패러디됐다.
누구나 아는 유명한 브랜드는 유용한 패러디의 대상이다. 맥도날드를 패러디한 떡볶이점 ‘떡도날드’나, 롯데리아에서 영감을 얻은 용인대 앞의 ‘용데리아’, 명지대 앞의 명데리아도 재밌는 상호로 간판을 보는 이들의 폭소를 유발한다. 아울러 전시회 ‘인체의 신비전’을 희화화한 노점 ‘오뎅의 신비전’의 이색 간판 사진도 인터넷을 떠돌며 누리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런 패러디 간판들은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로 거리에 신선한 재미를 부여하는데, 실제로는 상표권 도용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간판을 사용하는 곳 대부분이 영세업체 또는 노점상인 까닭에 거리의 ‘애교’ 정도로 웃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딱딱한 거리에 유쾌한 즐거움을 부여하고 때론, 지나간 추억을 돌이켜 보는 기회를 선사하는 패러디 간판. 하지만 이런 패러디 간판이 정당한 간판문화의 일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직은 단순히 대상을 비틀어 표현하는데 급급할 뿐, 디자인 퀄리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TV 광고 시장에서 패러디가 하나의 기법으로 정착된 것처럼, 패러디 간판도 단순한 유희거리가 아닌 정당한 간판 문화의 하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주와 디자인사 모두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