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13호 | 2011-01-27 | 조회수 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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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형에서 민간 자율관리체계로 전환
지자체들, 간판정비사업 예산 규모 대폭 축소 간판 문화 개선 겨냥한 새로운 사업 모델 마련 나서
앞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관 위주로 진행돼오던 간판정비사업이 줄어들고 대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마련되고 추진 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부터 많은 지자체들이 그동안 집중해오던 관주도형의 종전의 사업에서 탈피, 시민참여유도형 사업이나 불법광고물 정비, 단속 등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밝힌데 따른 것. 이에따라 지난 4~5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전개돼오던 간판정비사업은 그 규모가 현저히 줄어드는 한편 사업방식에 있어서도 일대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업방식의 전환 움직임은 각 지자체들의 예산 규모의 변화를 통해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들은 대체로 간판정비사업 예산을 종전보다 축소해가고 있는 분위기다.
먼저 서울시는 올해 간판정비사업에 2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이는 지난해 57억원을 투입한데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간판정비사업의 지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업계의 디자인력 향상 등 산업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시는 예산 축소 함께 사업비 지원비율도 종전의 100% 지원에서 60%로 하향조정했다.
구비 40%를 확보해야 사업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1업소당 간판지원금액을 종전의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도록 유도하고 디자인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시의 의도가 담겨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227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으로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했던 인천시도 간판정비사업의 예산을 대폭 절감했다. 올해 계획중인 간판정비사업 대상지도 부평구와 서구 등 2곳에 불과하며, 이를 위해 사업비 5억 8000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인천시 도시디자인추진단 건축물이미지개선팀 김정호 팀장은 “그동안의 대대적인 사업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 간판문화 개선의 추진동력을 얻었다고 판단, 간판시범사업의 원래 취지인 최소의 시범사업만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종전과 같은 사업 형태는 지양해나가고 민간의 자율관리를 유도해나가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90억원을 투입, 인천시와 마찬가지로 간판정비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던 대구시 역시 올해를 끝으로 간판정비사업을 마무리짓고 시민의 자율 참여 유도를 통한 간판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광역자치단체의 사업예산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으로 눈길을 끌어오던 경기도 고양시도 지난해 9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든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지자체들이 이같이 간판정비사업의 지원 예산을 줄이고 사업의 방향을 선회하는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자체들 사이에서 간판정비사업에 대한 자성론 확산이 그 주효한 요인이 되고있다.
2004년 청계천과 종로 사업이 시발점이 된 간판정비사업은 2007년 광고물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가 ‘간판 원년의 해’를 선포하고 지자체에 예산을 보조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예산사업이라는 특성상 한정된 기간동안 다량의 간판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간판의 획일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왔던 것.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그간의 간판정비사업을 보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왔고, 이같은 고민들이 올해 사업방식의 전환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지자체의 움직임과 관련 지자체들 스스로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광고물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소야대’ 정국이란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불가피론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에서 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건설사업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이에따른 예산 확보의 실패로 인해 지자체들이 그동안의 사업 방향을 선회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론이든 불가피론이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관이 주도하던 방식의 간판정비사업은 올해 급하강 국면을 맞이하게 됐고,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이에따라 지자체들은 적은 예산으로도 최대한의 사업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거리 단위가 아닌 건물 단위별 사업의 전개, 광고주에 대한 디자인비 지원 등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