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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6 15:52

“이젠 문화를 팝니다”… 전통시장의 색다른 변신!

  • 신한중 기자 | 214호 | 2011-02-16 | 조회수 3,249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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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간판·추억담긴 벽화 등 이색 볼거리 풍성
향수 가득 문화 마케팅으로 지역 관광명소 부상



더 화려한 것만을 찾는 사회 흐름에 치여 죽어가던 전통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낡고 지친 시장에 젊고 신나는 ‘문화의 바람’이 불면서다. 칙칙하기 그지없었던 상가 벽면에는 아릿한 감성의 벽화가 피어나고, 이름을 알리는데 급급했던 간판들도 재미와 멋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난타와 스포츠댄스 등 시장 내의 동아리 모임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장 한 복판에는 도서관과 방송국도 들어섰다.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을 위한 홍보 잡지도 발간돼 뿌려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전통시장은 지역의 상업 공간을 넘어, 문화의 장으로서 새로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공공미술이 만들어 내는 시장통 문화
가파른 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전통시장이 이같은 극적 변화를 맞이한데는 ‘공공미술’의 힘이 크다. 시장과 미술, 언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궁합이지만, 창작을 위한 마땅한 장소를 모색하지 못한 공공미술과 기업주도형 상권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시장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둘 다 대중을 타깃으로 하면서도 시민들의 관심과 주도권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에 서로는 각자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공유하는 공생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안양 석수시장, 광주 대인시장, 강릉 주문진시장, 서울 수유시장, 대구 방천시장 등 공공미술과 전통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젝트가 전국에서 완료 혹은 진행 중에 있다. 이제 전통시장은 공공미술이 기지개를 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공공미술은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필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몇몇 시장을 보면 그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시장의 재발견… ‘문전성시 프로젝트’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을 뜻하는 문전성시(文傳成示)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 넣어 전통시장을 지역문화공간이자 일상의 관광지로 성장시키기 위한 문광부의 정책 사업이다. 전통시장 본연의 ‘맛’, ‘멋’, ‘흥’을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고객과 주민들로 전통시장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을 잠시 언급하자면, 1994년부터 정부는 공공시설 증진 명목으로 주차장, 아케이드, 화장실 등 시설 개선 중심의 프로젝트에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해 내지 못하자 기존에 주력했던 시설 개선 사업에서 벗어나, 시장과 문화콘텐츠의 접목이라는 새 방향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마트에 밀려 고사 일로에 놓인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서민 민생을 안정화한다는 정서적인 고려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시작된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2개 시장을 시작으로 2009년 4개시장, 2010년 10개시장 등 총 16개 시장에서 진행됐다. 이를 위해 문화기획, 건축, 도시계획, 스토리텔링, 공공예술 등의 각계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시장문화컨설팅단’이 조직돼 시장의 커뮤니티 활성화, 문화 콘텐츠 개발, 문화마케팅 등의 문화적 방법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 이미지 활용해 이색적인 개성 연출 
문전성시프로젝트를 통해 되살아난 시장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시설개선을 통한 깨끗함, 단정함을 추구했던 이전의 시장 현대화 사업의 결과와는 사뭇 다른 모습. 시설 개선보다는 시장 본연의 정취를 부각시키는데 역점을 둔 까닭이다.

좁은 거리, 지저분하고 남루한 건물 자체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상품이자 미술도구로 이용한다. 한우 시장에서는 한우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설치미술이 구축됐으며, 작고한 가객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 방천시장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길 가득히 다양한 벽화를 그려냈다. 또한 수원의 못골시장은 상점마다의 이야기를 다룬 독특한 간판을 내걸음으로써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분위기를 구축했다.

시장들은 저마다 좁은 시장길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뤄진 미술작품으로 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한층 풍성한 추억을 안겨준다.

문광부 문화컨설팅단 이광준 단장은 “재래시장을 단순한 유통공간으로만 접근해서는 대형할인마트와의 경쟁구조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 본연의 정취를 살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항상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며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파는 시장, 도전은 계속된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진다. 올해에는 새롭게 3개소가 추가됐다. 선정된 시장은 ‘남문시장(서울 금천구)’, ‘홍성전통시장(충남 홍성군)’, ‘남부시장(전북 전주시)’이며, 약 7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또한 문광부 측은 시장과 문화가 결합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잊혀가는 지역 5일장부터 홍대 프리마켓, 와우 책시장과 같이 주민과 지역의 예술가가 함께 참여해 장을 여는 문화장터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장의 가치를 발굴하고, 시장을 관광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장 활성화 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흔히 시장에서는 물건만 사고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장의 중심은 ‘사람’이거든요. 이제 시장은 사람을 매개로 문화를 파는 공간이 될 겁니다.”

수원 못골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이 말처럼, 시장이란 우리네 사는 곳 중 ‘살기 위한’ 목적성이 절실한 공간이지만, 그만큼이나 ‘사람냄새’가 가장 진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 시장은 단순한 유통의 장소가 아니라 일상의 문화공간이면서 신관광지이다.

재래시장이 언젠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는 문전성시를 이룬 전통시장에 들어서면서 점차 수그러든다. ‘사람’을 원료로, ‘소통’을 에너지로, ‘문화’를 윤활제로 꾸려가는 전통 시장의 새로운 희망이 활기차게 꿈틀대기 때문이다. 

어쩌면 경제적 성장보다 더 풍요로운 성장. 천천히 하나하나 만들어갈 마음만 있다면, 첫 단추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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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진행된 대구 방천시장 간판의 모습. 낡은 냄비 등 이색적인 소재를 활용한 간판들이 독특한 정겨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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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들의 초상화를 간판과 함께 달은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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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전성시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부전시장의 날라리 낙타 방송국은 상인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해 다양한 시장소식을 전달한다. 귀여운 모습의 이 건물은 부전시장의 보석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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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스쳐 지나갔던 차가운 콘크리트가 김광석의 삶과 음악으로 인해 다시 생명을 얻었다. 대구 방천시장에 조성된 ‘김광석 다시 그리 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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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상가에서 흔히 보던 상인들의 희화화된 초상화도 나부낀다. 이회장댁, 꽃돼지, 꼭지 등 상인들의 별명이 각자의 가게 위에서 대롱대롱 춤을 춘다. 페트병, 부식박스 등 버려진 폐기물들은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으로 재탄생 돼 눈의 즐거움을 더한다. 부산 부전시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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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못골시장의 재미있는 간판들. 독특한 간판의 모습이 입소문을 타며, 여러 차례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시민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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