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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8 18:11

┃한국옥외광고센터 간판문화개선 공동기획 시리즈┃ 7 - 좋은 간판의 기준은 무엇인가

  • 이승희 기자 | 217호 | 2011-03-28 | 조회수 2,896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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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스스로 바꿔 나갈 때, 간판은 아름답다’

관의 일방적 주도보다 시민 참여 유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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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가로수길 간판 사례. 감각있게 디자인된 간판들이 눈에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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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간판 설치 사례. 크고 현란하지 않지만 개성있는 간판들이다. 

 

도시의 거리를 도배했던 크고 현란한 간판들이 조금씩 퇴출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부 극소수 지역에서 시작됐던 간판정비사업이 서서히 ‘간판문화 바꾸기’ 바람으로 확산되고, 2007년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는 급기야 ‘아름다운 간판만들기’ 원년을 선포하고 간판 문화 개선을 겨냥한 적극 지원에 나섰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전국 지자체에 간판 교체사업이 들불처럼 확산, 지금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간판 교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아름다운 간판’, ‘좋은 간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예산을 세워 앞다퉈 간판을 바꾸는 사업들을 실시하고 있는 이 시점, 그어느때보다도 ‘좋은 간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시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궁극의 목표
좋은 간판이란 무엇일까.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물음이지만, 간판이 단순히 개인 사유물이 아닌 공공의 성격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기준과 이에 따른 합의점 도출이 가능하다.

최근 간판 문화를 바꿔가는 과정 속에서 정부와 시민들은 어느정도 기준과 합의점을 마련한 듯 보인다. 바로 ‘시민이 스스로 합법적인 틀 안에서 간판을 설치할 때 비로소 좋은 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지난해 행안부가 내세웠던 정책 기조 속에서도 이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간판문화 선진화’. 그 핵심은 바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데 있다. 그동안은 정부나 지자체의 주도하에 간판을 직접 바꿔나갔다면, 앞으로는 시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서 공공기관은 최소한의 롤모델만을 제시하는 역할만이 요구된다.

▲간판 교체 과정에 시민 참여한 ‘진안군 백운면’
그렇다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해야 할까.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간판을 바꾸는 과정에 참여시키거나 스스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지역 통째로 박물관(에코 뮤지엄)’ 사업 일환으로 실시됐던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간판개선과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전자를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선례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아닌 대학교가 사업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다른 간판 교체 사업들과 달랐지만, 무엇보다 사업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디자인 협의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 이미 짜놓은 디자인 틀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곳은 간판 주인들과 철저한 인터뷰를 거쳐 상점마다의 특색과 이야기를 끌어내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또 주민의 자필 글씨를 받아 상호를 적용하는 등 시민의 참여를 충분히 유도했다. 

▲영월군·파주시 교체 의사부터 시민 의견 반영
이처럼 교체 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키는 사례와 달리, 간판 교체 여부 결정이라는 시작 단계부터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사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영월군과 파주시가 내놓은 시책이 바로 그것. 이들 지자체는 최근 철저하게 시민으로부터 간판 교체 신청을 접수받아 교체 대상을 선정하고, 해당 교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 실시에 나섰다. 특정 몇 km 구간 안에서 교체 대상들을 정하고, 예산을 일괄 투입하는 기존의 탑다운 방식의 간판정비사업을 틀을 깬 것이다. 물론 그 결과들이 어떻게 도출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간판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민이 주체로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시민 스스로 가꿔나가는 게 최선 
물론 가장 최선은 이같은 공공의 개입 없이도 시민이 스스로 좋은 간판 문화를 가꿔나가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홍대나 신사동 가로수길의 간판은 점포주들이 스스로 거리의 특색에 맞춰 좋은 간판을 설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거리에는 정부가 지양하고 있는 크고 원색적인 플렉스 간판은 거의 없다. 작지만 점포의 개성이 담겨있고, 거리의 특색에 맞는 간판들로 가득하다. 또 그런 간판들이 모여 역으로 특색있는 거리의 분위기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들 거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시민이 스스로 움직일 때 더 좋은 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동안 시민이 스스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공의 개입이 생겼고 아예 단독 주체로 나서기까지 했지만, 이를 다시 시민에게 환원하려는 다양한 시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시민이 스스로 만드는 좋은 간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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