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상 만남이 소득 없이 끝나 당신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다. 터벅터벅 걷다 문득 눈을 들어보니 아름다운 여성이 당신과 눈을 맞추며 감미로운 표정으로 초콜릿을 먹고 있다. 자세히 보니 건물에 붙은 전광판 초콜릿 광고. '아, 기분도 꿀꿀한데 달달한 초콜릿이나 먹으며 기분 전환이나 할까' 생각하는 당신. 광고가 바로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당신 바로 앞에 걸어간 사람은 같은 광고판에서 다른 광고를 봤을 것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톰 크루즈가 지나갈 때마다 광고판 화면이 바뀌면서 그가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의 광고가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해 전광판에서 시시각각 맞춤형으로 다른 광고를 내보낸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표정 인식 맞춤형 광고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사람 표정 6가지로 분류해 서로 다른 광고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글래드버타이징(Glad+Advertising)' '새드버타이징(Sad+Advertising)'이라 불리는 감정 맞춤형 광고는 이미 시험 단계에 있다. '글래드버타이징'은 기쁜(Glad) 표정의 소비자들에게, '새드버타이징'은 슬픈(Sad) 표정의 소비자들에게 꼭 맞게 제공되는 광고를 말한다.
옥외광고 전광판에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카메라를 심어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입 모양을 보고 감정 상태를 행복, 분노, 슬픔, 두려움, 놀람, 혐오 등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표정에 따라 광고 전광판이 제공하는 광고 내용이 바뀌는 방식이다.
옥외광고는 잡지·신문광고와 더불어 광고산업에서 가장 정체된 분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옥외광고가 디지털화하면서 소비자와 상호 소통하는 최첨단 미래형 광고로 재탄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옥외광고 회사인 클리어 채널은 시간대에 따라 광고가 바뀌는 전광판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광고라면 오전에는 아침 메뉴인 맥머핀이 나오고 점심 때는 빅맥 세트, 간식이 생각날 오후에는 애플파이와 아이스크림, 커피 광고가 나오는 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옥외광고 회사인 JC데코는 아이폰에 'U 스냅'이라는 무료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으로 마음에 드는 옥외광고를 촬영하는 즉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가 아이폰으로 전송되고 현재 위치에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매장이 소개된다.
◆옥외광고, TV 제치고 인터넷 다음으로 고성장 옥외광고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공항, 지하철역, 쇼핑몰, 거리 곳곳의 건물 등이 모두 디지털 옥외광고의 장이 될 수 있다. 미디어 조사회사인 매그너글로벌은 올해 전세계 옥외광고 시장이 264억달러로 8.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 광고 다음으로 빠른 성장율이다.
사람들은 거리와 지하철, 공항, 버스 정류장, 쇼핑몰을 방문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광고 전광판과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디지털을 덧입혀 소비자 상호 소통형, 맞춤광고까지 가능해지니 기업들 사이에서도 옥외광고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광고 성장률에서 인터넷은 물론 옥외광고에까지 역전 당한 TV도 신기술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맞춤형 광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타깃 TV 광고'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회사는 미국의 케이블비전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똑 같은 채널을 보고 있는 각 가정에 동시에 서로 다른 TV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똑같은 드라마에 시청자 따라 다른 광고 방영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케이블비전은 이미 4가지로 제작된 미국 군대 광고를 각 가정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내보냈다. 케이블비전이 '강한 가족 영향력 그룹'으로 분류한 가정에는 딸이 부모와 군 입대 문제를 의논하는 광고를 방영했다.
'젊은 인종 1 그룹'에는 흑인 남자가 군 장비를 시험하고 수선하는 광고를, '젊은 인종 2 그룹'에는 얼굴색이 서로 다른 군인들이 협동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같은 채널을 보고 있는 각 가정의 TV에 다른 광고를 방영하는 방법은 현재 3가지가 개발돼 시도되고 있다. 첫째는 광고주가 제공한 이름과 주소를 가지고 각 가정에 서로 다른 광고를 방영하는 방식이다. 케이블비전이 현재 시도하는 있는 기법으로 미국 군대 광고처럼 인구 통계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시청자를 분류해 광고를 차별화한다.
둘째는 TRA, 렌트랙, WPP의 캔타 미디어 등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데 셋톱박스를 통해 TV를 보는 시청자의 행동을 분석해 이를 각 가구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와 비교해 성향을 분류, 광고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셋톱박스에 저장된 채널 전환 기록을 분석해 시청자의 관심 분야를 파악, 각 가정에 흥미를 가질만한 광고만 내보내는 방식이다. 이는 인터넷 타깃 광고의 개척자인 데이브 모간이 최근 뉴욕에 설립한 시뮬미디어란 회사에서 시도하고 있다.
◆방송사도 인터넷과 광고 경쟁..맞춤형 확대한다 방송사들도 온라인 광고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깃 TV 광고'에 적극적이다. 위성방송 회사인 다이렉트TV는 올 4분기까지 1000만가구에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광고를 내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고 미국 최대의 케이블TV 회사인 컴캐스트는 최근 몇 년간 2가지의 '타깃 TV 광고'를 시험했으며 올해 안에 3번째를 시도해볼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케이블비전은 이미 지난해 말에 모든 가입자의 셋톱박스를 통해 '타깃 TV 광고'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비지블 월드가 개발한 기술로 서로 다른 셋톱박스를 통해 서로 다른 광고를 방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컴캐스트도 비지블 월드의 기술로 '타깃 TV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당신이 거리를 지날 때, 그리고 TV를 볼 때 만나게 되는 광고는 바로 앞서 걸어간 사람, 혹은 당신과 똑같은 드라마를 시청한 옆집에 사는 사람이 본 광고와 다를 것이다. 당신이 보는 광고가 바로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평가해주는 새로운 광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