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20호 | 2011-05-18 | 조회수 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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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스크랩 중국으로 다량 유출 수직아크릴 생산량 급감… 가격은 ‘껑충’
재생 아크릴 원료로 사용되는 스크랩.
제조사들의 아크릴 원료 수급이 갈수록 난항을 겪고 있다.
TV 등 특수 시장의 호재로 지난해부터 슬슬 고개를 쳐들었던 범용아크릴 시장의 아크릴 원료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재생 아크릴의 원료 수급에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재생 아크릴의 주원료가 되는 스크랩(불량으로 판정되거나 가공후 남은 잔재, 혹은 한번 사용된 아크릴 등을 일컬음)의 국내 유통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스크랩 구하기가 녹록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크랩의 해외 유출 증가로 국내 스크랩의 절대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크랩 가격 kg당 2,200원까지 뛰어 10개월 전만해도 스크랩은 kg당 1,000원(최저 수준)에 거래됐고, 그 수요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두어차례 스크랩의 가격이 뛰더니, 올들어서 10개월 전의 두배인 kg당 2,000원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최근에는 kg당 2,200원에 매입하겠다고 나선 업체도 생겼다. 스크랩의 수요가 지난해 말부터 부쩍 늘어나더니 어느새 가격까지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스크랩의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스크랩의 중국 유출에 있다고 업계는 전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강점으로 아크릴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대량 생산을 위한 스크랩 원료를 세계 각국으로부터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에서 스크랩을 비싼 값에 매입해가니까 스크랩 유통 업체들이 스크랩을 사재기해 중국으로 수출량을 늘려가고 있어 국내 스크랩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있고, 가격은 계속 치솟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은 지금 전세계에 바이어를 배치해 두고 스크랩만 전담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들은 최근 스크랩 전문 업체 말고 아예 일반 가공업체까지 돌며 스크랩을 사러다니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국내 수직아크릴 생산량 급감 이로인해 국내 제조사들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불가피하게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 품목이 다양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스크랩이 주원료인 수직아크릴 생산에 의존해온 제조사들은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크릴 제조사들의 월평균 조업일수가 24일 정도인데, 최근들어 보름 가까이 쉬는 곳도 생겨나고 있고 아예 개점휴업 상태인 업체들도 적잖이 등장하고 있다. 또 주 6일 근무를 고수해오던 업체들도 주 5일 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올들어 더욱 가속 폐달을 밟고 있는 아크릴 원료 공급난은 비단 제조사 뿐 아니라, 유통사는 물론 가공업체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를 둘러싼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직아크릴 생산량 감소로 당장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품목이 다변화돼 있는 유통사는 그나마 괜찮지만, 수직아크릴이나 소수 품목에 집중해오던 업체들은 당장 타격이 크다.
▲원료 수급난에 가격도 천정부지 치솟아 끝간데 모르고 치솟고 있는 가격도 문제다. 제조사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그 인상분을 곧바로 소비자가에 반영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전까지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유통업체에 돌아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유통사들은 사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가운데서도 일부 업체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례로 아크릴 유통전문업체 서금통상은 아크릴 재생 원료 공장, 수직아크릴 제조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수직아크릴 물량 확보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서금통상 노희영 전무는 “수평아크릴이나 다른 품목은 수입을 통해 확보하고 있어 그런대로 괜찮지만, 수직아크릴 물량 확보는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같은 상황이 호전되기 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판단돼 수직아크릴 자체수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크릴 가격 인상에 가공업체도 ‘울상’ 유통사 뿐 아니라 아크릴 소비처인 가공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긴 매한가지다. 한 가공업체 관계자는 “다달이 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니까 힘들다”며 “지난해 말에만 두 번 오르더니 올들어서도 벌써 두어번 가격을 올렸다”고 푸념했다. 이렇게 오른 가격은 벌써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인상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공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해 자재가 인상분을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게 현실.
한 가공업체 관계자는 “아크릴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계획돼 있던 가공 주문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일례로 대기업에서 다량의 POP 가공을 주문했다가, 아크릴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다른 소재로 선회하는 바람에 손해가 있었다”고 푸념했다. 아크릴은 다른 소재로 대체가 가능한 필수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국내 수직아크릴 생산 중단 위기론도 나와 이처럼 제조사-유통사-소비자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스크랩 원료 공급난과 가격인상은 장기적으로 더욱 심화될 뿐 중단되거나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수직아크릴 생산 자체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스크랩 원료 확보 실패도 문제지만, 벌써부터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물량공세에 돌입했기 때문에 같은 품목으로는 국내 제조사들의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일부 제조사는 재생 아크릴 생산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신제를 근간에 둔 제품 개발 및 생산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본력이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해법을 찾고 새로운 마켓을 찾아 나서겠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당장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라며 “원료 공급난이 아크릴 업계에 많은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