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재정공제회 산하 옥외광고센터가 2010년 연말 간판문화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의 아름다운 간판거리를 다룬 ‘사인스케이프2010 : 아름다운 간판거리’를 출간했다. 간판문화연구소 최범 소장을 비롯해 계원디자인예술대 김명환 교수, 콜코스 김영배 대표, 곽명희 간판칼럼니스트, 부산대 우신구 교수 등 10인의 전문가가 필진으로 참여해 국내 간판 문화에 대한 10인 10색의 시선을 개성 있는 문체로 풀어낸 이 책은 국내 아름다운 간판거리의 문화 및 역사, 경관적 의미를 살피고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됐다. 본지에서는 ‘대한민국 간판을 바라보는 10가지 시선’이라는 코너를 통해 ‘사인스케이프2010 : 아름다운 간판거리’에 소개된 10곳의 간판거리를 책 속 저자의 글 일부를 인용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간판으로 공동체를 디자인한다
전주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이곳은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과 흰 구름도 쉬어 간다는 지명처럼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도 잘 보전된 청정의 자연환경과 마을의 전통문화를 슬기롭게 활용해 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려는 주민의 의지가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기 있는 마을계획과 그에 따른 실천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마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적었고, 또 내부의 자존감이 점점 더 떨어지면서 동네 사람들이 이미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마을 비전과 활력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사업의 경험이 적은 주민들에게 마을의 꿈을 위해 같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먼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설명하고 쉽고 이해하기 쉬운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우선 동네 사람들의 생활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 출발은 그분들의 삶과 일상이 함께하는 것이면서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생업을 디자인 하는 것, 곧 간판을 다시 만드는 일이었다. 방문자인 우리와 그곳에서 줄곳 살아온 주민들 사이에는 사업보다 먼저 기본적인 대화가 필요했다. 그 후 간판에 대한 생각과 구체적인 표현까지 질문해가며, 원촌마을의 간판 디자인 방향이 만들어져 갔다.
‘마을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간판’이 바로 그것인데, 대화를 진행하면서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이 마을과 현재의 가게에서 거의 반평생을 함께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이 마을의 특색이고, 이 것 때문에 간판의 주제는 그 가게 주인의 인생에 집중하게 됐다. 마침내 우리는 그 가게 주인의 인생 드라마를 가게의 얼굴인 간판의 모습에 담아내겠다는 엄청난(?) 야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이 일을 제대로만 하면 이 마을 전체를 바로 이 마을 사람들의 드라마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힘을 얻어 가고 있었다. 백운면의 40여개 상점들 중에 10여개 가까이가 백운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지역에서 흰구름을 보기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마을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이것을 컨셉으로 해서 마을 브랜드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공동체 브랜드는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이것을 간판 디자인에 먼저 적용해 보기로 했다.
‘사인스케이프2010 : 아름다운 간판거리’ 중 시민문화 네트워크 티팟 조주연 대표의‘간판으로 공동체를 디자인한다’ 전문에서 일부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