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25호 | 2011-08-01 | 조회수 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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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근무 잦은 업무 특성상 고용주에게는 인건비 부담 가중 근로자, 비정규직 전환·신규 고용 기피 등 부작용 우려
지난 7월 1일부터 근로자 5인 이상 20인 미만인 사업체로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주 40시간 근무제’로 옥외광고 업계의 시름이 짙어지고 있다.
옥외광고업을 영위하고 있는 옥외광고업체나 옥외광고 관련 제조사, 제작사, 유통사들 가운데 다수가 5인 이상 20인 미만의 정규직 직원을 두고 있는 업체로 이번 제도 시행에 포함되는 사업장이다. 하지만 ‘간판’이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주문에 따른 제조, 생산, 유통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 속에서 주 40시간이란 근무시간을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이 그렇다손 치더라도 제도를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으로는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법적으로 제도화되는 부분인 만큼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주 40시간 근무제는 근로 현장의 근무 여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2004년 1,000명 이상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고, 이후 2007년 50인 이상, 2008년 20인 이상으로까지 확대 적용됐다. 그리고 지난 7월 1일부터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그 적용 대상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제도이나 영세업자들의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제품의 생산이 주문에 의존적인 옥외광고 업계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옥외광고 업계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제작업계와 가장 직결된 문제다.
성우TSD 강병모 대표는 “우리같은 유통업체야 주 40시간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문제는 제작업계”라며 “채널사인이나 프레임 등의 간판 제품은 미리 만들어놓고 판매하는 기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주문에 따라 생산을 시작해야 하고 때로는 급발주에 대응해야 할 때도 있어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장 근무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전했다.
생산 공정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연속 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 한 실사출력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공정 자체가 완전 자동화라인이라면 모를까 제작의 마무리 단계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퇴근 시간이라고 일을 접고 나갈 수는 없다”며 “출력 대기량이 남아있는데 실사출력기를 끄고 퇴근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필요한 경우 연장 근무를 하면 된다. 주 40시간 근무제라고 해서 연장 근무를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주 입장에서 연장 근무에 따른 급여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한 제작업체 관계자는 “직원이 6명인데, 현재 토요일 4시간 포함해서 주 44시간제에 따르고 있다”며 “근무 시간을 지금 그대로 고수할 경우 한달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급여가 3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월 매출이 5,000만원 겨우 넘고 그것도 인건비, 자재비, 운영비 등 소모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에서 300만원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기업 김길수 대표는 “가뜩이나 자재비가 올라가고 일감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 40시간 근무제를 적용한다면 인건비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돼 고민이 많다”며 “그렇다고 제도를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송근 대표는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업계에 일이 없는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같은 제도의 시행에 불편한 쪽은 비단 고용주 뿐만이 아니다. 당연히 혜택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의 입장도 난처하다. 고용주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널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무하면 내 몸이야 편하겠지만 업계의 현실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마음은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며 “비정규직으로 전환될까봐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근로자는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 때문에 향후 신규 고용은 줄어들 것”이라며 “여러가지 변동수가 있을 때 직장을 옮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 옥외광고 업계에는 자재비, 인건비 상승에 마진 급감 등으로 여러 가지 불안 상황에 직면해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 굳이 정부에서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일이 없어 자동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가능할텐데 벌써부터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영세업체들의 현실에 맞지 않는 정부의 정책이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현실을 고려한 지원책을 내놓는 정부의 혜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