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228호 | 2011-09-16 | 조회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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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경쟁과 단가하락 몸살 ‘여전’… 긴 장마철 보릿고개 넘겨 장비공급업체들 코사인전 앞두고 기지개… 출력업체들은 ‘다각화’ 움직임
광고시장을 근간으로 하는 디지털프린팅(실사출력)업계는 장비·소재 공급 및 유통시장부터 엔드유저인 실사출력업체들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그야말로 과당경쟁과 단가하락으로 인해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정부의 규제강화와 경기침체라는 외부적인 부침까지 더해져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을 벌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은 그나마 6·2지방선거, 남아공 월드컵, G20정상회의, 야립광고 재개 등 실사출력시장의 수요를 발생시킬만한 대규모 이벤트가 있어 시장의 숨통을 다소 트여줬지만, 올 2011년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호재 요인이 없어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올 여름은 유난히 긴 장마로 각종 행사나 이벤트가 취소되는 등 그나마 있는 일감도 끊겨 실사출력업계는 마른 행주라도 다시 짜는 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여름 비수기를 견뎠다.
▲엡손헤드 후속 모델 나오나 ‘귀추’ 가을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여름 휴가철 숨고르기를 해왔던 실사출력업계도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찍 찾아온 추석이 끝나면 관련업체들의 수요창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사출력업계에서 4분기는 전통적으로 장비공급업체들의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업계 최대의 연중행사인 코사인전이 열리기 때문인데, 코사인전은 새로운 수요와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시키고 이듬해의 시장상황을 예측케 하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실사출력업계를 주도하는 장비공급업체들은 코사인전에 맞춰 세심하고 공격적인 장비 출시 계획 및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데, 올해는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엡손헤드 계열의 수성장비시장에 새로운 구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관련 시장은 2000년대 후반 판매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데다 수면 아래 있는 대체 수요가 많아 3대 공급사인 마카스시스템, 코스테크, 디젠(태일시스템)이 엎치락 뒤치락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다. 올해는 코스테크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스테크의 한 대리점 관계자에 따르면, 전년 대비 20~30%의 판매신장을 이뤘다는 전언이다. 그 뒤를 마카스시스템이 잇고 있으며, 디젠은 하이파이젯프로2를 잇는 후속모델의 부재로 예전만 못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시장 구도 속에서 올해는 디젠이 그간 ‘설’만 무성했던 롤랜드 하이파이젯프로2의 뒤를 잇는 후속모델의 출시를 공언하고 있는데다 여타 공급업체에서도 기존의 수성장비 시장을 겨냥한 경쟁력 있는 장비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올 4분기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전사 및 DTP시장 ‘꿈틀’ 솔벤트 시장은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판류형 간판 규제 영향에 더해 솔벤트 장비 및 출력물의 큰 수요처였던 건설 경기의 침체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등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규제가 없지만 환경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앞으로의 전망도 장밋빛이라고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솔벤트 장비를 주력으로 개발·생산해 온 국내의 대표적인 대형프린터제조업체인 디지아이는 마일드 솔벤트 잉크를 탑재한 신장비 ‘PQ-3204’를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다. 내구성은 기존의 강솔벤트에 버금가면서 솔벤트잉크에 첨가되는 유해물질인 시크로헥산(Cyclohexanone)을 제거한 저취(低臭)의 마일드 솔벤트 잉크를 적용해 옥외는 물론 다양한 실내 출력시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만든 장비다. 디지아이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바로 디지털 전사 및 다이렉트 텍스타일 프린팅(DTP) 분야인데, 최근 들어 관련시장의 개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사 시스템 및 DTP 분야는 하드웨어 공급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시장을 열기 위해 노크해 온 시장이었으나, 시장개화가 더디게 진행돼 왔던 상황. 그러나 최근 들어 장비 및 잉크 등의 기술이 발전하고, 섬유·패션업계의 소량 다품종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전사 및 DTP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판매대수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디젠, 코스테크, 마카스시스템, 디지아이, 근도테크놀러지, 티피엠 등 메이저 장비공급업체들이 관련 솔루션을 전개하고 있는데 향후 이 시장이 디지털프린팅의 캐시카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프린팅의 또 다른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인 UV출력시장은 성장일로에 있다. 국내의 UV프린팅시장에서 50% 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딜리는 당초 목표치에 근접하는 판매신장을 일궜다.
연질 뿐 아니라 다양한 경질소재에 다이렉트 프린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광고시장을 넘어 IT·전자, 건축·인테리어 등 여타 산업분야에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는 추세다.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다량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아 UV프린터시장의 볼륨이 눈에 띄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버스외부광고 소재시장 LG하우시스·플라코스 주도 소재업계는 공급업체들 간의 제살 깎는 가격경쟁 구도와 미수관행이 고착화된 시장인데다 계속되는 원자재가 상승으로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엔드유저들의 저항을 생각해 그간 원자재가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지 않고 버텨왔던 제조업체들이 연초 일제히 소재의 단가를 인상했는데 지난 6월 합성지와 잉크젯 미디어가, 최근에는 코팅지 가격이 또 한 차례 인상되며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곳은 제조업체와 엔드유저 사이에 샌드위치 되어 있는 중간 유통사들이다. 제조사들은 가격을 올렸지만, 유통사들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보니 고객을 뺏길까 무서워 섣불리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소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유통업체들은 제조사가 올린 단가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니 가장 어렵다.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고 미수거래가 일반화된 시장이라 고충이 더 크다. 제조업체들이 직접 유통 구조를 갖던지, 거꾸로 유통업체들이 직접 제조부터 유통까지 멀티 원스톱 서비스로 가던지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려줬다. 제살 깎는 경쟁을 지양하고, 소형 유통업체들이 공동으로 연대해 물류비를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고육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그나마 가장 나은 시장은 버스외부광고 소재시장이다. 버스외부광고시장이 활황을 맞고 광고주의 단기 광고 집행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PVC필름(시트)의 가장 큰 수요처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십수년간 버스외부광고 소재시장의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했던 맥택의 독주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LG하우시스와 플라코스(화인올)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버스외부광고 소재시장도 가격이 많이 떨어져 역시 마진이 좋은 시장은 아니다.
▲실사출력업체의 살길은 ‘차별화’와 ‘다각화’ 실사출력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일선 출력업체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대형출력업체들은 소모품의 대량구매에 따른 원가절감 요인과 박리다매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가지만, 실사출력장비를 1~2대 보유한 소형출력업체의 경우는 이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보니, 대형출력업체와 소형출력업체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실사출력업체들의 살길은 ‘차별화’와 ‘사업 다각화’다. 한정된 파이를 갖고 가격경쟁만 하는 레드오션인 광고시장을 넘어 전자·IT 분야, 특수인쇄 분야, 건축 및 인테리어 분야 등 여타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변데이터 방식에 의해 고객 주문형으로 다양한 이미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실사출력 고유의 특성을 살린 사업 아이템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선도업체들의 유의미한 아웃풋이 하나 둘씩 늘어나 메마른 실사출력업계에 단비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