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28호 | 2011-09-16 | 조회수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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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의 침체로 제작업계 수요 급감… 유통업계도 동반 침체
제작업계, 초저가로 ‘대중화’하거나 고부가가치 시장 향해 ‘고급화’ 하거나 유통업계, ‘크로스오버’ 겨냥해 몸집 불리기… 제작·제조 겸하는 구조로 변화
여름내 지리하게 이어진 장마처럼 지난 상반기부터 제작 및 소자재 유통 업계에는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4분기로 접어든 지금까지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도 한점 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
상반기에는 선거나 국제규모의 행사 등 이렇다할 이벤트도 없었고, 저가 입찰의 관행화로 수익률이 저조하긴 하지만 그나마 제작업계의 최대 수요처라 할 수 있는 기업 간판의 물량도 바닥이었다. 이통사 올레, 엘지유플러스를 비롯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간판 교체 사례가 있었을 뿐이다. 제작업계의 경기 침체는 그동안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해왔던 간판정비사업의 영향도 적지 않다. 정부의 사업이 곳곳에서 이어지다보니 일반 점주들의 자율적인 간판 교체 수요가 줄어들고, 관공서의 사업을 맡는 업체는 제한적이다보니 업계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극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있는 부분은 바로 서민경제다. 유통의 구조가 점차 대형화되고 자재비와 인건비 등 원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자영업자의 폐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등 서민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간판을 비롯한 크고 작은 옥외광고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 때문에 간판의 제작 수요는 물론 소자재 소비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성우TSD 강병모 대표는 “정부의 정책, 기업간판의 수요 급감보다는 사실상 서민경제의 침체가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며 “이같은 경기의 흐름을 감안해 향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작업계는 물론 소재 제조·유통업계까지 업계 전반에 불경기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업계의 최대 행사인 코사인전도 다가오고 있다. 4분기를 맞이하며, 업계는 어떤 채비들을 하고 있을까.
▲제작업계… ‘초저가’·‘초고가’로 양분화 현재 제작업계를 관통하는 최대의 화두는 ‘대중화’, ‘고급화’라는 상반되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대중화’는 사회 전반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가격지향적인 소비 풍조가 굳건히 자리잡으며 떠오른 화두다.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채널사인이나 프레임 등 제작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동종업계 간의 경쟁 심화로 해당 제품들의 단가가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런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서 저가형 제품들의 품질도 어느정도 상향평준화됐다. 어느정도의 품질이 보장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가운데 제작업계에서는 비용 절감을 통한 초저가 아이템들을 발굴하는데 여념이 없다.
현대기업 김길수 대표는 “자재비와 인건비는 올라가고 마진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임으로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며 “장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아크릴 아이템을 개발중”이라고 전했다. 채널전문업체 비젼테크솔루션이 면발광 제품용 에폭시를 개발하고 제작이 손쉬운 채널바를 개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김영중 대표는 “면발광사인은 아직까지 고급화사인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대중화할 수 있어야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다”며 “적은 양의 에폭시를 주입하고도 높은 면조명 효과를 낼 수 있는 면발광사인, 또 손으로 쉽게 만들 수 있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채널바 등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남들이 하지 않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꿈틀거리고 있다. 통아크릴과 풀컬러 LED모듈을 적용한 올레 간판, UV프린팅을 접목한 아크릴 사인 등 최근 일련의 기업간판들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눔시스템 김호진 대표는 “당사는 통아크릴 여러겹을 겹쳐 만든 뚜레주르 간판을 제작한 바 있는데, 이같은 간판을 개발한 것은 기존의 간판과 차별화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였다”며 “남들과 똑같은 것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경쟁을 하려면 결국 가격을 다운시켜야 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미니씨엔씨 김상일 대표는 “당사가 만드는 쥬얼레터는 일본의 다이칸과 같은 고급사인을 추구한 제품”이라며 “남들과 같은 제품으로는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고급화된 제품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중”이라고 말했다. 제작업계는 이렇게 ‘비용절감을 통한 대중화’, ‘틈새시장을 겨냥한 고급화’라는 상반되는 두 길로 갈라져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돼 향후 간판 품질의 다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간판업체들… ‘LED’·‘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해쳐모여 제작업계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간판업체들의 변화도 주목된다. 사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가장 빠르게 피부로 느끼고 있는 곳이 바로 간판업체들이다.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한 일부 간판업체들은 아예 도산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러시를 하고 있다.
이런가운데서도 굳건히 업역을 지키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LED조명에서 찾는 모습이다.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송근 대표는 “정부 정책, 트렌드 등의 변화에 따라 옥외광고의 사업 환경이 바뀌고 있는 지금, 간판업체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운 사업의 활로를 LED에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LED가 성장하면서 옥외광고 시장도 LED를 중심축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단순 간판 업체에서 LED 업체로 변신하면서 각종 LED제품을 판매함과 동시에 간판과 인테리어, 경관을 겸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연사 이외에도 이미 다수의 업체들이 LED업체를 표방하고 나서며 새로운 돌파구의 방향을 LED에서 찾아내고 있다. 한 을지로의 LED조명 업체의 경우 처음에는 LED조명만 취급하다가 점차 채널사인 및 라이트패널 등 LED로 응용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영역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LED조명과 어플리케이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LED 혹은 간판이라는 단일 품목으로는 안된다”며 “LED를 중심으로 한 사인 어플리케이션 제품 공급을 개시하며 오히려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또 한편에서는 간판업체들의 프랜차이즈화 바람도 일어나고 있다. 3M 이미지센터, 브랜드, 코넥스 LED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 요즘은 간판업체들이 단독으로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인데, 프랜차이즈의 경우 하나의 브랜드로 단일화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업체 간의 네트워크로 협력 구조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일부 업체들은 프랜차이즈화 기류에 편승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느 모습이다. 이밖에 군소한 채널, LED, 프레임 업체 간의 컨소시엄 결성 등 시장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업계 간 해쳐모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유통업계… 대형화·크로스오버의 시대 도래 제작업계가 주소비 타깃인 유통업계도 제작업계 불경기의 영향을 받으며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판매원가 노출, 동종업계간 출혈경쟁,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증가 등 여러 가지 사업환경마저 녹록치 않은 게 현실. 유통업계도 이같은 사업환경의 악화를 겪으며, 아예 사업을 접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소수 업체들만이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살아남은 유통업체들은 어느정도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 강한 자본력이 있는 이들도 새로운 사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사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들이 주로 택하는 것은 한마디로 ‘크로스오버’다.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제조와 유통을 겸하고 제작과 유통을 겸하는 크로스오버를 추구하고 있는 것. 이로써 유통업계에서는 중간자 입장에서 제조사와 소비자들을 연결해 마진을 취하는 전통적인 유통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단적으로 오케이산업은 각종 광고자재의 유통을 하면서 LED제조 및 유통을 겸하고 있으며, 채널사인 및 프레임 등을 제작하는 제작 공장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마치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가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면서 동시에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는 그런 형태와 유사하다. 최근 LED포유라는 LED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한울 역시 광고자재 유통으로 시작했던 업체로 최근에는 채널사인 제작 및 LED 제조와 유통까지 겸하고 있다. 아크릴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금산유통은 다양한 아크릴 품목의 유통을 취급하면서 수직아크릴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해 아크릴 제조와 유통을 겸하고 있다.
이와 역으로 최근에는 지방의 한 제작업체가 유통업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크릴이나 LED 제조사들이 소자재 유통업에 뛰어들기도 하는 등 유통을 둘러싼 영역의 파괴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일 사업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유통을 중심으로 업계의 크로스오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만약 이같은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군소 업체들은 사라지고 소수의 대형 업체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