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제조의 ‘크로스오버’ 뚜렷… 실사출력·LED 업계는 다각화가 살길 매체 대행업계는 역으로 IT기업과 언론사들의 시장 진입 거세져
옥외광고 업계가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철 숨고르기를 마치고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지리한 장마로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웠는데, 그런 만큼 추석 명절을 고비로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가을을 맞이하는 업계의 각오가 남다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업계 모든 분야가 과당경쟁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으며 수익성 악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간 부익부 빈익빈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옥외광고 업계의 생존 화두는 무엇일까. 업계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2가지로 압축하면, ‘컨버전스(융합)’와 ‘탈(脫)광고’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들어 산업계 전반의 화두로 등장한 ‘컨버전스’는 옥외광고 업계에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종산업이 만나고, 이종기술이 결합하면 기존에 없었던 제3의 시장이 열릴 수 있고, 볼륨 확대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향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는 이같은 업종간 융합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갈수록 가속화되는 추세다.
▲제작 및 유통 분야에 부는 거센 컨버전스 바람 이같은 바람은 특히 광고물 제작 및 소·자재 유통 분야에서 가장 거세다. 실사출력 및 간판제작, 채널, 아크릴, LED 각 분야의 크로스오버와 함께 유통사와 제조사의 경계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유통사들이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제조와 유통을 겸하고, 반대로 제조사들도 직접 유통구조를 가지고 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써 유통업계에서는 중간자 입장에서 제조사와 소비자들을 연결해 마진을 취하는 전통적인 유통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단적으로 메이저 유통업체인 H사의 경우 각종 광고자재 유통을 하면서 별도 법인을 통해 LED제조 및 유통을 겸하는가 하면 채널사인과 프레임 등을 제작하는 공장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마치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가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품목 제품들을 한데 모아 판매하면서 동시에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는 형태와 유사하다.
이밖에도 일선의 간판 제작업체들이 LED제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간판과 인테리어, 경관을 겸하는 구조로 다각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가 하면 아크릴이나 LED 제조사들이 소·자재 유통업에 뛰어들기도 하는 등 유통을 둘러싼 영역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실사출력 업계에서도 장비 및 소재 공급사가 실사출력을 겸하고, 실사출력업체 가운데 채널간판 제작으로 눈길을 돌린 사례들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최근 들어서는 소재 제조사와 실사출력업체들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사소재 유통업체들이 이같은 컨버전스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옥외매체와 첨단 IT기술의 융합도 가속 아날로그 위주의 옥외광고 대행업계에는 스마트폰과 IT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사이니지와 같은 뉴미디어의 컨버전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 파급력과 영향력이 큰 다수의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대규모 디지털 사이니지가 잇따라 등장, 주목을 끌고 있다. KT에 이어 LG유플러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인천공항은 신개념 디지털 매체로 무장하고 3기 광고사업 스타트를 끊었다. 10월말 개통예정인 신분당선은 애초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사이니지를 매체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뒀다.
지하철에 이어 코레일 철도역사에도 디지털 사이니지가 속속 설치되고 있는데, 지난 7월 스토리웨이 편의점 외부에 설치된 45인치 LCD 동영상 매체 ‘스마트 프레임’이 런칭했으며, 올 연말께는 70인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가 코레일 61개 역사에 설치될 예정이다. 지하철 5~8호선에도 이르면 올 연말, 늦으면 내년 초에 ‘스마트TV’라고 명명된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이 선을 보인다. 바야흐로 옥외광고와 IT기술의 컨버전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탈(脫)광고’ 사업 다각화 통해 먹거리 창출 옥외광고 업계가 모색해야 하는 또 다른 생존 화두는 ‘탈(脫)광고다. 기존의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데다 업체간 제살깎는 과당경쟁으로 단가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더 이상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갈수록 험난해지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탈(脫)광고’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판단, 적극적으로 타 산업 분야를 노크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옥외광고 업계에서 ‘탈(脫)광고’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단연 실사출력 분야다. 디지털 프린팅이라는 기술이 갖는 특징 때문인데, 가변 데이터를 활용한 다품종 소량 출력이 가능해 광고시장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
하드웨어적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잉크, 소재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 프린팅의 적용범위를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건축 및 인테리어 분야에서부터 섬유·패션시장, IT·전자기기 분야 등 ‘인쇄’의 개념이 들어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접목될 수 있어 그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자본력과 시장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LED업체들의 새로운 시장 개척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동일한 기능과 형태의 제품으로 치열한 단가 경쟁을 벌이는 광고시장에서 벗어나 인테리어용 LED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옥외광고용 제품에 비해 마진율이 좋은데다 인테리어 소재로서 LED가 주목받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는 LED월을 벽면에 설치하거나, 바닥재로 이용하는 등 인테리어에 LE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매장의 모습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대행분야는 외부 부침에 ‘휘청’… 환골탈태 노력 ‘절실’ 옥외매체 대행분야는 역으로 ‘탈(脫)통신’, ‘탈(脫)신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동통신사 및 IT기업, 언론사들의 시장진입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KT, CJ파워캐스트, LG유플러스와 같은 IT기업들은 이미 옥외광고 시장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고,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에 치러졌던 초대형 입찰에서는 서울신문사, 동아일보사 등 언론사들이 적극적인 수주 경쟁에 나서 사상 유례없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기존의 옥외광고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자본력과 매체파워를 앞세운 대기업과 언론사들이 중소기업 시장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우려의 목소리도 높게 나오고 있지만, 옥외광고 시장도 전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역파괴 바람에서 예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업종간 융·복합, 영역파괴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고 있다.
올 연말에는 종합편성 채널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의 출범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공중파, 케이블, 인쇄매체 등이 되겠지만, 그 여파는 옥외광고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환골탈태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업계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