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29호 | 2011-09-29 | 조회수 2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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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서 산책하듯이 즐기고, 문화를 체험하라!
탁트인 실내공간에 조성된 자연같은 쇼핑몰 뮤지컬 전용관·음식문화거리 등 문화적 요소도 다채
일일 40만명이 넘는 인구가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을 오고간다. 하지만 그 많은 인파는 신도림에 머물지 않는다. 신도림역은 단지 각자의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한 경유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수많은 신도림역 이용객을 떠나보내지 않고 흡수할 새로운 에너지가 생겼다. 바로 신도림 디큐브시티가 그곳이다.
디큐브시티는 연탄제조사에서 출발, 석유, 가스 등 에너지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대성산업이 과거 연탄공장부지였던 신도림동에 새롭게 쌓아올린 대단위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41층짜리 백화점과 같은 상권을 비롯해 뮤지컬전용극장, 오피스, 서남부 지역 유일의 특일급 호텔인 쉐라톤호텔, 51층 아파트 2동이 공존한다. 전체규모만 연면적 35만㎡(약 10만5,000평), 이중 백화점이 6만5,000㎡다. 백화점의 경우 전형적인 바둑판식 매장 구성이 아닌 원형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같은 원형 백화점은 국내 첫 시도라는 대성산업 측의 설명이다. 서남권 유통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몰고올 신도림의 새로운 랜드마크 디큐브시티는 어떤 모습으로 탄생했을까.
디큐브백화점 정문 상단의 모습. 기구의 조형물과 그래픽을 통해 디큐브시티의 오프닝을 알리고 있다.
디큐브백화점은 원형으로 설계됐다는 특징을 지닌다.
사인물 내부에 물방울 무늬를 형상화해 표현, 자연의 이미지를 반영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스탠드형 안내사인. 해당 층의 가이드와 층별 인포메이션이 담겨있다. 곡선을 그래픽모티브로 삼아 처리했다.
곡선을 그래픽모티브로 표현한 방향유도사인이 쇼핑객의 동선을 원하는 목적지로 유도하고 있다.
천정에 걸려있는 행잉사인이 에스컬레이터 탑승구마다 걸려있다.
화장실사인까지 곡선으로 일관된 그래픽모티브를 사용해 표현했다.
곡선의 그래픽모티브를 사용한 대신 사인의 형태 자체를 곡선으로 표현한 사례. 사각의 프레임을 탈피한 특이한 형태로 제작했다.
쇼핑객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비롯한 다양한 인포메이션을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사이니지가 도입됐다. 디지털사이니지의 프레임도 영문 ‘D’를 곡선으로 표현해 흐름이라는 전체 컨셉과 맞췄다.
한국의 전통음식들로 구성한 한식저잣거리를 들어가는 입구. 한옥을 레이저커팅으로 표현한 사인물이 쇼핑객을 한식저잣거리로 안내하고 있다.
곡선을 스테인리스스텐으로 제작 사인물 내부에 적용한 스탠드사인도 있다.
지상 6층에서부터 지하 1층까지 낙하하는 41.5m의 폭포가 조성돼있다.
6층 식당가 및 옥상에 조성된 공간에는 선과 여백으로 표현한 동양적인 미가 느껴지는 젠스타일의 사인물이 적용됐다.
인테리어 주조색을 브라운 계열로 통일했으며, 소재도 석재, 목재, 유리를 주로 사용해 인공미를 줄이고 자연미를 강조했다.
실내 뿐 아니라 실외에도 쇼핑공간이 조성돼 있다.
▲ 디큐브, 자연으로 소통하다 원형인 디큐브백화점에는 6층부터 지하 1층까지 흘러내려와 중앙을 관통하는 41.5m의 실내폭포가 있다. 백화점 중심을 관통하며 힘차게 흘러내리는 이 폭포에는 바로 디큐브시티가 추구하는 본질이 담겨있다. 폭포의 낙하는 물의 흐름을 보여주고 이는 곧 ‘자연’이란 이미지로 이어진다. 대성 측은 폭포 낙하도 인공을 탈피, 자연적인 방법을 택했고 4단 폭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연의 이미지를 재현했다. 이렇게 대성산업은 ‘자연’이라는 기본 컨셉 위에 디큐브시티를 그려나갔고, 더 나아가 자연의 본질인 흐름과 소통이란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상업공간, 문화공간, 주거공간, 오피스, 호텔 등 디큐브시티를 구성하는 모든 공간이 자연, 흐름과 소통이라는 하나의 의미를 향해 귀결되고 있다. 상업공간인 디큐브백화점에도 별도의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정기공연 운영을 통해 소비문화 일변도를 탈피,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한다. 여느 쇼핑몰에나 들어가는 극장 대신 뮤지컬 전용극장을 도입한 것도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뿐만이 아니다. 디큐브백화점에서는 음식도 하나의 문화다. 지하 1, 2층에 가면 먹거리도 풍부한데 지하 1층에는 세계 각국의 별미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음식문화거리, 지하 2층에는 전통적인 한국의 식문화를 재현해놓은 한국음식저잣거리가 조성돼 있는데, 마치 바깥의 음식문화거리들을 연상케한다. 풀과 나무를 재료로한 조경시설과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많아 어느순간 이 곳은 쇼핑몰이 아닌 시민의 공원으로 변모한다. 이렇듯 디큐브백화점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쇼핑공간이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자연환경 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생태공원이자 음식문화거리로서 다양한 문화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한다.
▲ 곡선과 물방울로 자연을 담다 자연, 나아가 소통과 흐름을 추구하는 디큐브시티의 컨셉은 사인물을 비롯해 인테리어 요소 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대성산업은 소통과 흐름의 모티브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하고 사인물에 반영했다. 그래서인지 유연한 곡선의 쇼핑로드를 따라 사인물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회사 측은 소통과 흐름이라는 커다른 방향성을 담아내기 위해 층별안내사인, 인포메이션사인, 방향유도사인, 주차안내사인, 시설안내사인 등 공간에 투입된 모든 사인물에 곡선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반영했다. 소재는 인공미를 줄이고 자연미를 더하기 위해 유리를 사용했으며, 유리 내부에 여러개의 곡선을 레이어 처리해 표현한 그래픽을 반영했다. 색상은 디큐브시티의 BI 색상인 파란색과 채도가 다른 유사계열의 색상들을 사용해 마치 파란 곡선이 여러겹 겹쳐져 있는 듯한 느낌을 연출, 3차원의 공간을 연상케도 한다. 또 물방울까지 형상화해 연출함으로써 마치 사인물 내부에 청량한 물방울이 맺혀있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스탠드형 사인물 중 일부는 투명 유리커버 내에 스테인리스를 곡선형으로 연출해 적용, 곡선의 이미지를 나타냈다. 사인물의 이미지는 대부분 유사하나 6층 식당가의 경우 동양적인 선을 강조한 젠스타일 디자인을 사인물에 접목, 한국의 고전적인 미를 강조했다. 인공적인 느낌은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미를 살리려고 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인물은 과감하게 배제했다. 자연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조경을 가린다거나 시선의 흐름을 방해하는 곳에 설치된 사인물들은 철거하거나 재배치하는 과정을 반복, 전체적인 공간의 컨셉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인테리어 역시 자연, 흐름과 소통이라는 컨셉 아래 일관되게 표현돼 있다. 인테리어 주조색을 브라운 계열로 사용하고, 색상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 채도가 다른 크림색을 사용해 색상의 통일감도 줬다. 소재도 나무, 유리를 주로 사용했으며, 페인트 하나도 자연의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부식페인트를 사용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천장 조명의 형태도 물방울을 형상화해 표현, 시선이 잘 닿지않는 세심한 부분까지 자연이란 컨셉을 반영했다. 디큐브시티에는 루이비통이나 샤넬과 같은 유명 명품브랜드도 없다. 친구와 쇼핑하고 잠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멀티플렉스도 없다. 고급 레스토랑도 없고 대신 한식 저잣거리와 맛집들이 즐비하다. 권위나 무게도 없다. 그러나 여느 쇼핑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이 있고 문화가 있다. 이승희 기자
평면에 디자인된 그림 속 디큐브시티를 현실 공간에 반영하는 작업들을 진두지휘한 신도림 디큐브시티 설계팀 이조엘 설계기술이사를 만나봤다.
-성격이 다른 여러개의 공간을 자연이라는 하나의 컨셉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디큐브시티를 조성하는데 있어 건축, 조경, 조명, 인테리어, 사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됐다. 관련 회사만 해도 40여개에 이르고 국적도 미국, 영국, 일본,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하다. 다들 분야별 전문가인만큼 고유의 스타일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자칫 자연이라는 일관된 컨셉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논의하고 수정을 반복했다. 서로 있는 곳이 다르니 화상회의를 진행했고, 또 시차가 다르니 밤을 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금의 결과물들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고, 현재도 그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예를들어 디큐브시티의 설계를 일본 회사에서 맡았는데, 그곳은 블랙 앤 화이트 컬러가 유행이라 블랙을 요소요소에 많이 넣었지만, 우리는 자연이라는 컨셉을 강조해야 하는 입장이 있기 때문에 브라운이나 아이보리 같은 색상을 사용했다. 물론 디자인의 원안을 해치치 않는 수준에서 전체적인 통일감을 반영하기 위한 조정을 했다. 향후 디큐브백화점 정문에 걸려있는 블루 컬러의 로고도 브라운 계열로 변경할 계획이다.
-인테리어, 사인, 조경 등 실내외 공간을 꾸미는데 투입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일일이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통틀어 대략 1조원에 이른다. 단순히 디큐브시티 내 건물의 환경 조성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신도림 역사와 그 일대에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자 했기 때문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대성산업은 그간 문화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개념에서 접근했다.
-사인시스템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자연이란 일관된 컵셉에 주안점을 뒀다. 때문에 그래픽디자인이나 형태 등 사인 요소요소에 곡선이 반영돼 있다. 불필요한 사인을 줄이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하다보니 비상구 표지판을 가리는 사인물, 오히려 보행자의 동선을 방해하는 사인물이나 중복되는 사인물들이 생겨나는데 이들을 다시 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