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기금조성사업 존폐문제 거론… 2년 후 중대 기로에 설 것 법적 근거 취약… 업계 저항 겹치면 존립근거 뿌리째 흔들릴 수도
최병렬
5개월 가까이 공석중이던 한국옥외광고센터의 제2대 센터장에 최근 최월화 소방방재청 기획조정관이 취임했다. 서울시 기술직 공무원 출신의 정보희 초대 센터장에 이어 공무원 출신이 또 센터장이 된 것이다. 때문에 센터장 교체를 계기로 향후 옥외광고센터의 쇄신과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 자체의 활성화를 기대했던 업계의 소망은 일단 실망과 걱정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업계가 공무원 출신 센터장 취임을 마뜩지 않게 여기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관료 출신이 이끄는 조직의 병폐들이 이미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업 마인드의 결여, 업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 업계와의 소통 부재, 고압적인 자세 등으로 그동안 센터는 많은 원성을 들어야 했고 센터장에게 원성의 소리가 집중됐다.
사업과 조직 운영도 엉망이었다. 현실이 무시된 사업 ‘설계도’는 시작부터 빗나가 입찰과 유찰을 수도없이 반복해가며 사업자 선정 절차로 세월을 보냈고, 그럼에도 일부 사업권은 끝내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기간이 곧 기금인데 액수만 잔뜩 높여놓고 기간을 마냥 허비함으로써 기금조성목표 자체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선정된 사업자들 역시 엉터리 ‘설계도’ 때문에 아예 시설물을 세우지 못했거나 세우더라도 오만 고초를 겪어야 했다. 사업기간이 절반 가까이 경과되고 있음에도 아직 백판으로 서있는 시설물이 부지기수이고 때문에 사업자 대부분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감사원이 옥외광고 사업을 진행해온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지난 해 말 발표한 감사자료에는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의 취약성과 센터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잘 적시돼 있다. 옥외광고에 대한 전문성과 업계에 대한 이해, 사업운영 능력 등을 겸비한 전문가가 새로운 센터장으로 요구되던 시기적인 상황과 이유다.
어쨌든 신임 센터장이 취임을 했고 모든 부담과 책무는 앞으로 센터장과 센터장을 임명한 정부의 몫이 됐다. 필자는 옥외광고 업계를 대변하는 언론매체의 발행인으로서 신임 최 센터장이 업계의 실망과 우려를 불식하고 대성공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만 기금조성용 광고사업 자체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야립 광고물이 선두 간판매체로서 옥외광고매체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이뤄져온 사업 추진과 센터 운영 과정을 지켜본 바를 토대로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 세 가지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첫째, 사업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기 사업기간 4년의 절반 정도가 경과되고 있는 지금 이 사업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쌓여 가고 있다. 사업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사업기간 종료 및 새로운 사업자 선정 시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발화될 가능성이 크다. 센터가 앞장서 손실을 줄이거나 만회시켜 줄 수 있는 방도를 찾을 필요가 크다고 생각된다.
둘째, 기금이 옥외광고 사업을 통해서, 옥외광고인들에 의해서 조성되는 것인 만큼 옥외광고 업계와 옥외광고인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이다. 업계의 센터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 소외감 등은 이 사업 및 센터의 장래 차원에서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센터의 목적사업을 규정한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11조의4를 보면 거의가 옥외광고산업을 육성·발전시키고 지원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실제 센터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업계 사람은 거의 없는 것같다. 기금 거둬서 국제대회에 비율대로 전달해 주고, 굳이 센터가 하지 않아도 되는 관련 세미나와 이벤트 몇 번 하고, 그리고는 센터 운영하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
해마다 200억원 가까운 기금이 조성되고 있지만 실제 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되는 액수가 얼마나 될지, 있기는 한 것인지 필자도 의문이다. 정부는 입법추진시 일단 일반법으로 전환만 되면 업체들이 요건을 갖출 경우 야립매체를 세울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센터만이 할 수 정부 독점사업으로 가둬버렸다. 때문에 업계의 박탈감이 적지 않은데 이같은 터에 조성되는 기금마저 별 보탬이 되지 않을 경우 업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은 불문가지다. 센터를 업계를 위한 조직으로 만들고 실제 재정적으로도 기여해야 한다. 요즘 옥외광고 관련 단체들은 재정난으로 명맥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법에 규정된 센터의 목적사업들은 실제로는 센터가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아니고 다 업계나 업계 단체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이들이 파트너 역할을 잘 해서 목적사업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금의 배분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국제대회에 70%를 지원하고 나머지를 전국 지자체들의 광고물 정비, 센터 운영, 목적사업 수행 등에 사용하도록 돼있는 현 비율에서는 산업 육성·발전에 돌릴 몫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업계와의 소통이다. 그동안 이 사업과 센터가 겪어온 실패와 시행착오의 대부분은 업계를 불신하고, 무시하고, 회피한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사업의 존폐문제를 언급한 감사원 자료를 들지 않더라도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은 근거가 취약하다. 업계의 저항마저 겹치면 이 근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그동안 기금조성용 광고사업과 센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행정안전부 편에 서서 입법을 주도한 손봉숙 전 의원이 센터 개소식에 초청돼 축사를 부탁받고는 냉소적으로 던진 쓴소리가 떠올랐다.
“당초 (옥외광고센터는) 탈관료주의 의도였고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공무원이 센터장을 맡게 됐다. 입법취지가 무색해졌다. 과연 기금이 옥외광고 진흥과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겠는가.” 최월화 신임 센터장이 손 전 의원의 이 불길한 예언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