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232호 | 2011-11-18 | 조회수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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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션 맵핑으로 대상 공간에 입체 영상의 옷 입혀 포스트모더니즘 기조 반영된 옥외광고의 예술적 진화
가상과 현실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환상적인 비주얼로 작년 영화계를 후끈 달궜던 영화 ‘인셉션’을 기억하는가. “꿈 속에서는 머릿속의 아이디어로 눈앞에 도시를 지을 수도 있지, 세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 주인공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 말처럼 영화 속에서는 무너진 건물이 순식간에 복구되고, 눈앞의 공간이 한순간에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신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이제 꿈이 아닌 현실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며 전세계 시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가고 있다. 그 이름도 낮선 ‘SIMA’로 인해서다. 이에 본지에서는 일련의 사건들과 주동자 ‘SIMA’의 정체를 파헤쳐 봤다.
현대기아차의 엑센트의 프로모션 행사로 활용된 SIMA
▲회색빛 건물벽이 상상의 세계로 둔갑 지난 1월 국회의사당의 뚜껑이 열리고 로봇 태권브이가 출격하는 사건을 벌어졌다. 전설로만 여겨졌던 일이 현실에 나타난 광경을 목격한 서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에 앞서 서울대에서는 한 건물이 붕괴되고 단 몇 초만에 복구되는 것이 반복되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는 풍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일들은 비단 서울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중국 북경 시내의 한 건물이 난데없이 다이아몬드로 뒤덮여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상황이 펼쳐졌으며, 비슷한 시기 독일 암스테르담에도 한 의류업체의 건물이 거대한 선물상자로 둔갑하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놀라운 일들을 벌인 장본인(?)은 바로 SIMA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풀네임은 장소특정 미디어아트(Site-specific Installation Media Art)로 밝혀졌다. SIMA로 인해 발생한 사건 중 대표적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쥬얼리 매장 티파니의 사건을 요약해 보면 다름과 같다. 티파니는 작년 세계 최대 규모의 북경매장 오픈과 더불어 ‘다이아몬드 네크리스 마제스틱’의 대규모 론칭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날 갑작스레 SIMA가 등장했다. 사건은 145×47×60m 규모의 건물을 티파니를 상징하는 푸른색 선물 상자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초대형 선물상자의 리본이 풀어지면서 그 안에서 티파니의 쥬얼리 제품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이어 건물은 다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뒤덮이더니, 잠시 후 북경매장이 뉴욕의 티파니 본사로 바뀌어 버리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며 목격자들을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소식에 따르면 일련의 사건들을 벌인 이후 SIMA는 전세계 옥외광고업 종사자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과 가상·예술과 광고의 경계 파괴 SIMA는 다수의 대상공간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후, 공간의 형태에 맞춰진 입체영상을 프로젝터 투사해 구현하는 미디어아트의 한 장르다. 북미와 유럽에서 시작됐던 빌딩 프로젝션 (Building Projection)이 하나의 문화 예술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SIMA가 기존의 프로젝션 미디어아트와 변별점을 갖는 것은 장소특정이라는 말 그대로 대상공간의 형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 영상이라는 점이다. 대상공간을 스캔해 크기, 모양, 굴곡 등을 분석한 후, 여기에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마치 건물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구현하는 것. 영상 제작과정에서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입체 효과가 감쇄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부터 시공까지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일반적으로는 프로젝션 맵핑이라는 용어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SIMA라는 장르를 구현하는 기술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SIMA는 전통적으로 인식해왔던 영상예술의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한정된 평면의 틀 안에 갇혀 있던 영상이 건물, 교각 등의 인공적 건축물을 비롯해 때로는 나무와 물과 같은 자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과 공간이 영상매체로 활용된다. 말 그대로 ‘탈 스크린’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처럼 SIMA에 내재된 이질적 가치의 결합과 동질적 요소의 해체는 현대의 포스트모너니즘 기조를 대변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실재와 가상, 자연과 인공 등 다양한 가치의 결합과 ‘영상=스크린’이라는 기존의 가치를 해체를 통해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역할이 단순히 문화예술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PR과 영상간판 등 옥외광고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SIMA의 등장은 ‘상업의 예술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