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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10:04

‘수제 영화간판’ 타임머신 타고 돌아온다

  • 편집국 | 234호 | 2011-12-16 | 조회수 3,214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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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홀, ‘사라진 화가들의 영화’전 개최…수십 년간 간판 그려온 ‘전문화공’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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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홀은 12월 8일부터 31일까지 충무아트홀 갤러리에서 ‘사라진 화가들의 영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화의 흐름에 밀려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수제 영화간판’의 기법과 형식을 이용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일반화되면서 손으로 직접 그린 ‘수제 영화간판’은 추억 속 풍경이 되었지만, 별다른 영화 홍보수단이 없던 시절 극장에 걸린 대형영화간판은 영화의 흥행여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영화간판은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관객의 욕구까지도 담아내야 하는 특별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수제 영화간판은 손쉽고 저렴한 컴퓨터 실사출력 간판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다소 어눌한 사람의 손길과 각 극장마다 특유의 다양한 색깔을 담아내던 수제 영화간판은 멀티플렉스와 실사출력 간판의 편리함에 밀려 이제는 흔히 볼 수 없는 ‘유물적 미술품’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새로운 것에 대해 열광하고 있는 사이 가만히 추억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수제 영화간판들이 충무아트홀 갤러리에서 새롭게 부활한다. 전시에는 과거 ‘간판쟁이’였던 백춘태, 김영준, 김형배, 강천식이 참여하여 그들의 감성과 애환을 ‘수제 영화간판’에 담아 선보인다. 또 다른 참여 작가 김현승은 이들의 인터뷰와 영화간판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역사 속에 묻힌 이들을 재조명한다.

▲전문 ‘간판쟁이’들이 풀어내는 지나간 시대의 기억과 향수
백춘태는 1960년대부터 약 40여 년 간 단성사, 대한극장, 국도극장 등에서 활동하며, <서울여자>,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수천 개가 넘는 영화간판을 직접 제작한 수제 영화간판계의 산 증인이자 역사라 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서 백춘태는 ‘간판쟁이’로서의 그의 인생을 총 망라할 수 있는 영화이미지들을 몽타주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며, 과거 실제로 작업했던 영화간판 사진자료를 함께 전시하여 영화간판의 전성기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김형배와 김영준 역시 수십 년간 여러 극장에서 영화간판을 그려온 전문가이다. 김형배는 수제 영화간판이 성행했던 1980년대 정권의 3S 정책도구로 이용되었던 에로영화 간판을 통해 금욕과 욕망의 분출 사이를 오가는 당시의 시대적 아이러니를 시각화한다. 김영준은 그의 대표작인 <영웅본색>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화려한 도시의 쓸쓸한 이면을 표현하고, 영웅의 아이콘 ‘이소룡’을 통해 권력에 대한 저항의지를 위트 있게 표현한다.
강천식과 김현승은 이미 2008년에 ‘김, 강, 박’이라는 팀을 구성해 충무갤러리에서 영화간판과 벽보영화포스터의 형식을 빌려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동대문운동장’의 향수를 표현하여 전시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강천식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이미지를 이용, 사라져 간 수제영화간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의 모습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그려냄으로써 획일화된 현대인의 단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김현승은 과거 ‘간판쟁이’ 인생을 살았던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와 작품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시도한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극장 간판을 미술의 표현양식으로 불러낸 이러한 작업들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는 사람의 필력이 가미되어 다양한 감성과 인성을 표출하는 수제 영화간판은 매끈한 디지털 실사출력 간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직접 손으로 차곡차곡 그려 올린 수제 영화간판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낸 색다른 미술 언어로, 일반적인 회화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과 차별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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