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연말이면 늘상 올해 힘들었는데 내년에도 빛이 안보인다는 말들을 하지만 올해는 유독 절실한 것 같다. 바닥을 절감한다는 업계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그럴 법도 하다. 매체·대행 분야의 경우 올 12월에 일제히 출범한 종편방송들의 등장이 내년 한 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 주고 있다. 광고물 및 관련 소자재 제작 및 유통업계의 경우는 더하다. 이들 업종의 경우 상반기 말쯤부터 “드디어 바닥이 왔다”는 말이 나돌았다. 시점상 해가 바뀌면 쓰러질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진단들을 많이 한다. 업계에서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한다. 이같은 위기감은 계절적 추위와 결합돼 업계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위기감과 한기는 오히려 대안 모색과 활로 찾기에 원동력이 되는 법. 업계의 미래 먹거리, 즉 신성장동력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커졌다.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시점을 맞아 옥외광고 업계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인가. 본지 창간 9주년을 맞아 업계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고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지를 두 번에 걸쳐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하며 첫 번째로 매체·대행 분야를 조망해 본다.
옥외매체·대행업계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방송·통신 융합’으로 대변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발주처들의 사업방식 변경 등 여러 가지 부침을 겪으며 변화의 소용돌이에 서 있다. IT기술과 스마트폰의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사이니지와 같은 뉴미디어가 광고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하철, 버스, 공항, 영화관, 편의점, 아파트·오피스텔, 병의원 등 이제는 다수 대중이 이용하는 공간 어디에서나 디지털 사이니지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IT기업 등 대기업과 언론사, 인하우스 광고대행사 등이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내세워 옥외광고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은 그러나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인데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아 의미있는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컨셉을 확립하는 한편, 콘텐츠에도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광고집행 후 효과 분석을 통해 상품 형태나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해 광고주에게 제시하려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외부의 자본과 기술이 중심이 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개화는 옥외광고 대행업계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기존의 대행업계가 이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옥외광고시장에서 쌓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 영업력을 외부의 자본·기술과 접목시키는 것이다. 각사가 보유한 핵심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이른바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법은 옥외광고 매체사가 롱런할 수 있는 길이다. 또 다매체 추세가 가속화되는 만큼 기존의 단순 전매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미디어믹스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과 크로스미디어 집행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옥외광고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체사(사업자)들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효과측정에 재투자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효과를 검증하려는 노력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