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35호 | 2012-01-11 | 조회수 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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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재·제작 분야
경계의 벽을 허물고 시장 밖으로 행군하라!
옥외광고의 한 축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소자재·제작업계는 지금 큰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다. 1990년대 컴퓨터 실사출력 시스템과 플렉스라는 소재의 등장으로, 손으로 그린 간판이나 아크릴 간판 등 수제 간판이 컴퓨터 기반의 간판과 세대교체를 이룬지 약 15년 만에 맞딱뜨린 변화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 과거의 변화와 지금의 변화는 크게 다르다. 과거의 변화는 시스템과 신소재 개발 등 기술과 과학의 도입이 기반이 된 만큼 변화를 산업이 스스로 주도한 측면이 있고 또 그 결과 산업이 어느정도 부흥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반면, 지금의 변화는 정부정책의 선회에 따른 것으로 산업이 주도하기보다 불가피하게 변화에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종속적인 성격이 강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산업의 확대보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도 있다. 특히 바뀐 정부정책의 기조가 간판의 수량과 크기를 제한하는 양적 규제에 치우친 만큼, 소자재·제작업계는 시장수요 급감 등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이 아니다. 동종업계 간 경쟁까지 과열되면서 단가 하락에 따른 제살깎기식 경쟁이 끝없는 레이스처럼 펼쳐지고 있어 여러모로 크게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위기가 전화위복이 되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보인다. 업계가 그 어느때보다도 강한 위기의식 속에서 재도약을 향한 대안 모색을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자재·제작 업계가 궁극적으로 향하고 있는 시장은 무엇일까. 또 업계는 새로운 시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해가고 있는지. 현장 속에서 그 답을 구해봤다.
▲新트렌드, 채널간판 중심으로 재편 사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바로 채널간판을 비롯한 입체간판 시장이 그것이다. 채널간판은 현 정부정책이 요구하는 필요충분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장이 벌써부터 극심한 단가하락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는데 있다. 이제 막 개화한 이 시장이 일찍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 업계는 기존의 판류형 간판 시장이 축소되고 채널간판 시장의 성장이 예견되면서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났다는데 그 우선 원인을 보고 있다. 또 다음으로 정부주도형 간판예산사업이 낳은 부작용이거나 혹은 언젠가 활짝 열릴 시장이지만 사회 전반의 경기침체 등으로 아직은 그만큼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니치마켓 쫓아 신시장 창출 열기 ‘활활’ 하지만 이런가운데서 채널간판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템들이 파생돼 나오고 있고, 그 속에서 니치마켓을 겨냥한 아이템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채널의 활성화를 위한 소재의 개발이나 채널사인의 틈새시장을 노린 응용간판 등을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채널벤더와 V커팅기 등 각종 채널제작시스템들, 그리고 도색이 돼 나오는 각종 알루미늄 채널바, 캡과 몸체를 따로 제작하지 않아도 되는 일체형채널바 등은 최근 채널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등장한 새로운 제품들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제작의 생산성 향상을 겨냥한다. 그도 그럴것이 전통적인 채널 방식은 공정의 상당부분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미 플렉스 간판을 통해 놀라운 생산성과 인건비 절감 효과를 경험한 업계로서는 채널의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같은 요구를 반영한 아이템들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신규 아이템의 등장과 이에 맞춘 새로운 제작방식의 개발로 기존에 비해 채널의 생산성도 많이 향상되고 있지만, 점점 높아지는 자재비나 인건비, 그에 반해 반감되는 시장단가에 업계는 더욱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함께 알루미늄 채널과 같은 표준형 채널을 뛰어넘는 채널의 응용 열기도 한창이다. 한정된 예산에서 단기간 다량의 간판을 양산해내야 하는 정부 예산사업의 결과, 알루미늄 채널의 단가가 짧은기간 급감한데 따른 움직임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아이템으로는, 에폭시 채널, 아크릴 채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본 골격은 채널로 제작하되 에폭시, 아크릴 등 이형 소재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재들이 사용되는 이유다. 이들은 바로 LED와 결합했을 때 LED를 보다 밝고 미려하게 연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그만큼 이 시장에서 LED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또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반영해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업계는 채널간판과 LED를 중심축으로 신시장 창출을 위한 경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수원에 소재한 생각하는채널(대표 정항석)은 단기간내 에폭시채널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해나가며, 해당 시장에서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업체다. 이 업체의 첫 출발은 ‘일체형채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에폭시채널로 주종목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같이 방향 선회를 한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주된 이유는 알루미늄 채널시장의 단가 경쟁 때문이었다. 회사는 어지러운 시장에서 똑같이 단가 경쟁을 하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섰는데, 상업시설들이 점차 건물단위로 대형화되거나 복합적인 형태로 바뀌는 트렌드를 보고 실내간판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고 그같은 시장의 트렌드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찾았다. 어두운 실내에 설치되는 만큼 미려한 빛을 발산할 수 있고, 옥외보다 근거리에서 보여야 하는 만큼 고급스러운 아이템. 생각하는채널은 그게 에폭시채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 아이템은 옥내 뿐 아니라 옥외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회사가 이 아이템을 시작했던 재작년, 그 즈음에는 이미 에폭시 업체들이 많이 생겼던 상황. 후발주자라고 가격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품질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제작을 하는데 있어 그라인더-이음새 퍼티-프라이머-하도칠의 공정을 꼭 지킨다. 에폭시도 충분하게 충진한다. 도색도 차량용으로 사용되는 고급 도료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는 제품은 출하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만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불황이라고 하지만 마케팅에도 적극적인 생각하는채널이다. 6,700개의 샘플을 만들어 원하는 곳에 보냈다. 샘플의 비용은 무료, 홍보비라고 생각하고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 MMS를 이용한 동영상 메시지로 광고도 노출했다. 고객에게 납품을 할 땐 설치 매뉴얼을 곁들였다. 이같은 노력은 일본에 에폭시 채널 기술 이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달 교육에만 무려 3,500만원을 받았다. 해당 일본 업체는 국내 에폭시 채널의 품질에 한번 매료됐는데, 회사를 방문하고서는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공정과 시스템에 더욱 신뢰를 가졌다는 후문이다.
▲컨버전스와 수평적 네트워크 확산 간판의 트렌드가 바뀌는 틈을 타 사업 분야간 또는 업종간 경계도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사업 분야간 컨버전스의 경우 실사출력·간판 및 프레임 제작, 아크릴 가공업을 겸한다거나 LED유통과 제작을 함께하는 등 그 방식은 다양하다. 이와함께 업종의 파괴도 이뤄지고 있는데, 유통과 제작을 겸한다거나 제조와 제작을 결합하는 식이다. 이는 갈수록 인테리어나 익스테리어, 그리고 간판이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되지 않고 하나의 통합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렌드가 확산된데 따른 것. 플렉스 간판 전성기에는 간판 업종의 영역 구분이 확실해졌지만, 크기가 작고 디자인이 요구되는 채널간판과 LED조명의 확산은 이같은 영역 간의 컨버전스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단일제품을 취급하는 군소 제작업체들의 경우 이같은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의 대응책으로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서로 다른 업종, 혹은 지역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서다. 예를들어 채널, 프레임, 실사출력 공장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주건에 대해 합동 대응하는 식이다. 이와는 차이가 있으나 3M이 선보이고 있는 신비즈니스모델 이미지센터 역시 네트워크가 기반이 된 사업방식이다. 이밖에도 보다 독자적인 방식의 네트워크화를 추구해 니치마켓을 공략하고 성과를 이루고 있는 업체도 있다.
현장에서는 2 - 전시장이 있는 채널공장 '빛글'
채널·LED 응용 전시장은 ‘컨설팅 공간’ 기획사·제조사 등 네트워크로 구축
빛글 박시몽 본부장.
일산의 채널전문업체 빛글(대표 박명수)은 2010년 LED조명과 다양한 간판과의 어플리케이션을 시도한 제품들을 전시한 전시장을 본사 겸 공장 앞에 오픈했다. 공장과 전시장은 언뜻 부조화스럽기도 하지만, 보기와 달리 빛글은 전시장 운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곳 전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간판, 그리고 LED 및 이를 응용한 인테리어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이 이뤄지는 곳이다.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알루미늄채널이나 LED조명 기술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빛글은 그간 축적한 원천기술과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과 컨설팅을 겸하게 됐다. 사실 간판 업계에서 소비자들과의 상담이란 게 그저 사이즈 대비 견적을 내는 수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고, 실물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은 보기 드물다. 하지만 빛글 전시장을 통하면 실물은 물론 제작시스템도 볼 수 있고, 그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상담이 가능하다. 회사는 이 사업모델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사, 소재 제조사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 이를 바탕으로 컨설팅과 제작을 겸하고 있다. 그결과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있고,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50%나 신장했다. 해외업체와의 컨설팅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로 난항 극복
소자재·제작업계는 채널간판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는 채널간판 응용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내수시장의 불황을 해외 진출로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내수시장의 극심한 가격경쟁 속에서 같이 장단을 맞추기보다 국내보다는 마진이 좋은 해외를 찾아나서는 경우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 자국의 제품에 비하면 한국 제품이 가격경쟁력이 있고 품질도 좋아 선호되는 경우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채널간판, 그리고 여기서 파생돼 나온 에폭시 채널, 아크릴 채널, 일체형채널바 등 채널을 중심으로 한 각종 소자재와 제작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갖고 있다. 물론 값싼 인력을 기반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는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제품이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대량 수요가 아니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한국 제품이 통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시장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기 마련이다. 업계의 사례들을 통해 보면 대체로 변화를 수용하고, 또 그 안에서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때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채널간판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속에서 필요한 아이템은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 아이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장기계획을 세워 나간다면 소자재·제작 업계의 미래는 밝다. 어떤 아이템을 정했다면, 단일 아이템에 대한 깊이를 같든지 아니면 다양한 컨버전스를 시도하라. 또 경쟁사를 배척하기 보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공동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더 넓은 세계시장을 향한 도전이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3 - 일본 베스킨라빈스 간판 만드는 '제미니씨엔씨'
아크릴 면발광으로 미·일 등 해외시장 개척 국내 시장 현실 맞는 보급형 제품도 준비중
제미니씨엔씨 김상일 대표.
하남시의 제미니씨엔씨(대표 김상일)는 자사의 주력 아이템인 면발광사인 쥬얼레터의 제품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다년간 채널간판 제작에 한우물을 파온 제미니씨엔씨는 국내 시장에서 제품력을 꾸준히 인정받아온 업체. 채널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7년 쥬얼레터를 개발, 이를 전광, 측광, 후광 조명, 아크릴, 에폭시, 아크릴•에폭시 결합형 등 조명 노출형태 및 여러 소재와의 결합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그결과 올 상반기 20T 이상의 두께감 있는 통아크릴을 조각해 문자 및 도형을 표현한 ‘3D’ 면발광사인을 까르띠에, 씨티은행 등 미국 현지에 납품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현지 베스킨라빈스에 아크릴 면발광채널을 납품하게 된 것. 원청사는 한국과 중국 업체를 상대로 업체 선정에 나섰는데, 제미니씨엔씨 제품을 선택했다. 가격이나 퀄리티가 그 선택의 기준이었다. 제미니씨엔씨는 현재까지 약 50여군데 매장의 납품을 마쳤으며, 향후 2년간 해당 간판을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정부 예산사업의 부작용으로 알루미늄 채널 가격이 너무 낮아졌다. 또 채널의 형태도 디자인과 특색이 있기보다 획일화된 측면이 많다. 단가 경쟁에서 탈피하고자, 역으로 에폭시, 아크릴 등 고급화 시장에 주력했다. 국내에서도 고급 채널이 사용돼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고급화된 시장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래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가격보다 품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니 기회가 왔다. 해외 시장에서 통하려면 도면의 해석이 중요하다. 서로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알아 듣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또 해외시장에서는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우리는 현재 ETL인증을 준비중이다. 해외시장에 진출해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일반 채널에서는 국내 수준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지만 20~30T 이상의 통아크릴 등을 접목한 채널들은 아직도 미국이나 독일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국내에서 접해보지 못한 형태의 채널도 많다. 국내의 어지러운 시장 현실을 떠나 해외 판로 개척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기반은 내수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가격 수준에 맞출 수 있는 좋은 제품들도 개발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