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기자 | 236호 | 2012-02-02 | 조회수 1,634
Copy Link
인기
1,634
0
INTERVIEW 정부 정책의 전환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으로 사인시장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큰 틀에서는 간판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사용소재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간판은 소재를 어떻게 응용, 적용하느냐가 결과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트렌드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업계는 그 무엇보다 소재의 변화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간판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몫한 플렉스라는 소재를 경험한 만큼, 플렉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재를 찾으면서 한편으로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동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이경아 교수를 만나 간판 소재의 변화상과 향후 트렌드, 바람직한 간판 소재의 방향성에 대해서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한 회사가 독자적인 기술을 갖는 ‘1사 1기술’ 강조
-시대별 간판 트렌드의 변천사를 짚어 본다면. ▲목간판과 함석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를 때까지 아크릴 간판이 유행이었다. 이후 컬러시트 소재가 나오면서 기존에 문자로 표현하는데 있어 쓰던 아크릴을 대체했다. 또 이와 함께 판재에 부착해 쓰는 라이팅 소재들이 중간중간 등장했다.
-시대별 간판 트렌드에 따라 유행한 소재와 그 소재의 특징들을 말해달라. ▲아크릴 소재는 큰 단점이 없었다. 깨지는 건 큰 판재로 이어서 쓸 때 일어나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후 플렉스가 나오면서 간판 크기가 많이 커졌다. 대략 1994년도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중간중간에 이음새가 필요없고 간판이 깨질 염려가 없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소재였다. 무엇보다 대량생산에도 유리하고, 소규모 단일 점포에서도 설치하는 1개의 간판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플렉스 이후에 나온 소재는 아크릴이나 폴리카보네이트 등 메인 소재라기 보다는 보완 수준 차원에서의 소재들이 나왔다.
-업계는 새 간판의 트렌드 속에서 트렌드의 중심에 설 소재를 많이 궁금해하고 있는데. ▲2000년대 이후 조명 소재로는 LED의 등장이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간판은 점점 심플하고 슬림하게 변하는데, 광고재만을 겨냥한 이렇다할 소재는 없었다. 원래 간판이라고 하는 광고시장은 타분야의 다양한 것을 접목해 만드는 것이다. 획기적인 소재는 비용이나 시간 등 많은 투자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플렉스와 같은 소재의 혁명이 있긴 어렵다고 보며 10년 후에나 볼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기존에 있는 소재를 가지고 활용한다고 봐야한다. 플렉스에서 채널로 이동한 것도 그것이 광고물 트렌드가 변한 것이지 소재의 변화라고 볼 수 없다. 채널도 기존에 있던 것이고 10여년 이상 시장에서 길들여진 아이템이다.
-간판 트렌드의 변천사를 볼 때 항상 소재의 변화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지금을 소재로 분류해 본다면 어떤 시기라고 볼 수 있을까. ▲지금은 하나의 소재로 분류할 수 없고, 다양한 소재가 공존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채널에는 갈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등의 여러 소재가 사용되고 있고 또 다양한 형태 변형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들어 아크릴을 두껍게 적용한다든지 채널로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찌보면 소재와 기술의 접목으로 고품격화시키려고 하는 움직임들도 많다. 다양한 소재가 채널이란 형태로 응용되고 있는 시대라 할 수 있다. 특수하진 하지만 인테리어 소재도 간판에 많이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간판 소재 가운데 우수한 소재를 손꼽는다면.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인데, 그런 측면에서 플렉스는 정말 좋은 간판 소재다. 일단 소비자가 쉽게 쓸 수 있고 컨텐츠를 표현하기에 좋다. 플렉스가 가지는 소재 자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소재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플렉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좋은 소재를 잘못 활용하다보니 플렉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던 게 현실이다. 결국 디자인 컨텐츠의 문제다. 물론 환경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데, 플렉스가 PVC 합성물이기 때문에 환경에 해롭다고 보지만 수거만 잘된다고 한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지금 많이 사용되는 금속 소재들도 완벽하게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결국 친환경을 어떤 관점에서 볼 건가의 문제가 되는데, 광고물의 크기를 줄이고 비용 자체를 줄이는 것도 일종의 친환경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업계가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가장 큰 문제점이 업계 스스로 노력을 안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들을 접목해본다든가, 이합집산을 시도해야 한다. 하나의 회사가 하나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1사 1기술, 1사 1재산권’이란 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업계가 프랜차이즈 등 기업 간판 발주를 받는 루트가 인테리어나 기획사를 통하고 있고, 간판업계가 계속 발주 구조의 하위 단계에 머무르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만약 어떤 회사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이같은 구조를 뒤바꿀수도 있다.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의 한 거리는 그 곳의 매장 간판을 전부 한사람의 장인이 가공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 거리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매우 중시여기는 거리인데, 그 장인이 아니고서는 그 거리에 걸맞는 간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만약에 우리의 시범가로 사업도 그렇게 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업계의 기술개발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관리지역에 도입한다면 업체 선정의 구조적 문제나, 거리의 획일화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가 단독으로 그런 것들을 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인데. ▲물론 업계의 사업환경이 열악하다는 걸 안다. 이를 해결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 업계가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낸다면 대외적인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부 소통도 잘 안됐고, 그러다보니 대외적인 교류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가 자성하고 어떤 구심점을 중심으로 응집력을 모아야 한다.
-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론을 제시한다면. ▲정부의 역할론이라기 보다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데, 우선 이 사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자격증 제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격증을 딴 사람에게 그것을 확보한 만큼의 수혜가 돌아가지 않으니 갈수록 시험 응시율도 낮아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등급별로 나누고, 초기 진입이 필기 등 간단한 시험으로 이뤄진다면 고등급으로 갈수록 실무 경력을 요구한다든가 요구조건을 보다 까다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격을 보다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자격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나 볼 법한 무형문화재, 기능장들이 간판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실 간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기존의 것들을 접목한다고 해서 대우도 못받는게 현실이다. 관공서의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많이 나와도 이 업계가 지원을 많이 못받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을 하면 새로운 소재도 나올 수 있고, 산업이 보다 전문화되고 평가절상될 수 있다. 비용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산업 자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정부가 해줄 필요가 있다.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광고 형태가 나타날 수 있도록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이같은 역할은 옥외광고센터가 맡아줘야 한다. 장비 활용 및 기술 개발 등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려면 산-학-관이 유기적으로 연계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표현방법에 대한 컨텐츠를 개발하면 좋다. 개인적으로 이런 역할들을 할 수 있는 옥외광고거점대학을 만드는 게 목표다. 나혼자서 될 일은 아니고 관련 분야의 도움이 필요하다. 옥외광고는 매우 매력있고 특별한 분야다. 산업과 학계가 협동해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응용분야로서 가치있는 산업으로 육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