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36호 | 2012-02-03 | 조회수 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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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직후 한울이 트럭•지게차 동원해 천지물건 실어간것 발단 타 채권사들 “물건 빼내가지 않았으면 부도나지 않았을 것” 격앙
광고자재 유통업체 (주)천지가 지난 12월 15일 만기도래한 어음을 막지못해 부도를 냈다. 천지는 지난 95년 천지물산 이름으로 설립돼 한때 광고자재 유통업계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업체여서 부도 자체만으로도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1차부도 직후 천지의 채권사인 한울상사가 트럭과 지게차를 동원, 당시 천지가 보유중이던 자재들을 대량 실어감으로써 2차 충격파를 낳고 있다. 다른 채권사들이 그 때문에 천지가 부도를 면하지 못해 자신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파장이 일고 있는 것. 또한 천지측과 타 채권사측은 한울이 물건을 강제로 가져간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반면 한울측은 천지의 동의를 얻고 가져간 것이라고 정반대 주장을 하면서 강제로 가져갔다고 발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강제냐 아니냐를 확인해줄 결정적 인물인 천지 이태희 회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천지 관계자와 한울, 타 채권사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천지는 지난달 15일 만기 도래한 어음 5,800만원을 막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에 이 회장은 저녁 8시경 천지 출신의 한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한울 직원과 부사장이 차례로 천지에 찾아왔고 밤 12시경에는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데리고 왔다. 한울측은 물건반출에 동의해줄 것을 요구하고 천지측이 내줄 수 없다고 맞서면서 양측간에는 실랑이와 함께 몸싸움까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울 직원들이 물건을 싣고 떠난 것은 새벽 무렵으로 한울측은 천지 대표의 반출 동의와 천지 직원들의 도움까지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울의 한기종 사장은 “저녁 8시부터 시작해 새벽 2~3시까지 대화를 해서 서로 원만히 해결을 했다”면서 “강제로 집어간 것 아니고 다 얘기가 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본지가 접한 천지 고위관계자는 동의해준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그는 “밀린급료를 해결해 준다고 해서 회장님이 직원들 때문에 동의했는데 이는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반강제적으로 한 구두상동의에 불과하다. 이후 물건 싣지 말라고 했는데도 가져갔다”고 말했다. 천지의 자재 공급선인 타 채권사들은 한울이 자재를 실어가지 않았다면 천지가 부도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천지와 한울 양쪽에 대해 법적 대응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연초 유통업계에 냉기류가 감도는 분위기다. 한 채권사 관계자는 “15일 1차부도때 다음날 아침 막기로 하고 연장을 걸어놓고 있었던 상태였는데 밤사이 자재가 모두 없어지자 어음 막기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도의 원인 여부를 떠나 한울이 물건을 실어감으로써 나머지 채권사들의 채권회수 가능성이 그 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만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천지의 경우 어음 등 거래처에 주어야 할 채무는 약 4억원에 불과한 반면 거래처로부터 받을 채권은 1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옥외광고 업계의 결제구조상의 문제점을 다시한 번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주)한울상사 한기종 사장 전화인터뷰
“우리도 피해자, 우리 때문에 부도났다는 것 이해안돼”
-트럭을 동원해 천지 물건을 가져갔다던데. 누구한테 듣고 그런 질문을 하는가. 천지에서 직접 들은 얘기라면 모르지만 다른 곳에서 들은 얘기라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천지 말을 토대로 보도하면 천지한테 책임을 묻겠지만, 아니라면 소문낸 사람들 명예훼손 책임 물을 수 있다.
-아니라는 말인가. 강제로 가져온게 아니라 천지하고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져온 것이다.
-물건을 가져가게 된 경위는. 부도는 몇날 몇시가 없다. 보통 당일 은행마감 이후가 되면 거의 확정된 거라 볼 수 있다. 천지 사장한테 연락이 와 직원이 갔고 대화가 시작됐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해 새벽 2~3시에 얘기 끝나고 천지 사장, 직원들 OK해서 처음에는 같이 실어줬고 나중에는 직원들이 슬금슬금 가더라.
-물건은 얼마나 가져갔나. 업무상 말할 수 없다.
-현장에 경찰은 왜 왔나. 처음에 해결이 잘 안돼서 시끄러웠는지 누군가 신고를 했다. -언쟁이 있었나. 이야기중에 그럴 수도 있는 거다. 6시간을 얘기하는데 당연한거 아닌가.
-부도 소식은 어떻게 접했나. 그쪽에서 전화가 왔다.
-한울이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천지가 거래처들 도움을 받아 부도까지는 안갔을 것이라며 부도로 몰아간 거라는 시각이 있는데. 원래 은행 마감인 오후 6시가 되면 최종부도라고 보면 된다. 4시까지는 예고 개념이고. 8시에 최종부도가 찍혔고 우리가 8시 반쯤 연락을 받았다. 부도가 났으니 대화좀 하자고 해서 간 것이다. 우리도 피해자인데 우리 때문에 부도가 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물건을 가져갔지만 사실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우리가 손해본 만큼 가져온 건지도 알 수 없다.
-답변 감사하다. 천지와 한울에 관한 것은 기사거리가 안된다. 부도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도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지 피해본 사람들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불합리하다.
(주)천지 관계자 전화인터뷰
“직원들이 회생하려 해도 자재가 없어 못해”
-부도났다는 소식 들었다. 그렇다. 자재가 있으면 회생이 가능한데 자재를 싹 가져갔다. 남아있는 직원들끼리 회생을 하려고 해도 자재가 없다.
-얼마나 가져갔나. 정확히는 모른다. 창고에 있는거 다 가져갔다. 현장에 적어도 2억원어치는 있었을 거다. 어음 회수도 안해주고 물건을 가져갔다. 서류화하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어떤 자재들을 가져갔나. 온갖 광고물자재다. 자기네가 넣지 않은 물건까지 다 가져갔다.
-한울에서는 천지하고 얘기가 돼서 실어간 것이라고 하는데. 그날 멱살잡이까지 벌어져 내가 경찰에 신고했다. 아침에 보니까 길바닥에 시트며 형광등이며 다 떨어뜨리고 갔다. 우리가 내준 거라면 딱딱 묶어서 가져갔을 것이다.
-당시 누가 있었나. 우리는 회장, 전무, 나, 직원 3명 이렇게 있었고 한울은 사장, 부사장, 그리고 직원까지 4명이 있었다. 사장이 오면서 데리고 온 영업직원 30여명이 밖에 있었다.
-한울에 전화로 어음부도 상황을 이야기했나. 15일 1차부도 상황이 생겼다. 장모 부장이 우리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 도움을 청하려고 회장님께서 있는대로 얘기해주고 회생해서 갚아주겠다고 했다. 그게 밤 8시경이다. 전화받고 장부장이 바로 왔고 얼마 있다가 부사장, 사장이 왔고 사장이 오면서 직원들이 몰려왔다.
-한울이 제시한 것이 뭔가. 고압적인 자세로 물건 빼갈테니 확인서 쓰라고 했다. 한바탕 실랑이가 일고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물건 갖고 가서 남는 걸로 직원들 미지급 급여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회장님이 직원들한테 물어보마 했고 당장 급료 해결해준다는데 직원들이 어떠겠나. 끄덕끄덕하는데 전무님이 뭘믿고 주느냐, 주더라도 돈을 받고 주어야 한다며 문닫으라 했고 그러자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우리는 아무도 확인서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