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2012.02.06 19:47

‘간판,명작을품다’ - 7

  • 신한중 기자 | 237호 | 2012-02-06 | 조회수 3,447 Copy Link 인기
  • 3,447
    0
간판, ‘몬드리안’을 오마주하다 /기계적 질서로 완성되는 전체의 美 강조
몬드리안의 ‘콤포지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처럼 예술작품들은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의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등장했으며, 몬드리안의 그림이 20세기 제품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것처럼 말이다. 간판 또한 마찬가지다. 거리의 곳곳에는 명작의 향취을 담고 있는 간판들이 숨어 있다. 한 눈에 작품을 알아 볼 수도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요소요소에 명작의 모티브를 숨겨놓은 재미있는 간판도 있다. 본지는 이처럼 간판 속에 담겨진 예술작품의 모습을 살펴보는 ‘간판, 명작을 품다’ 코너를 한국옥외광고센터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기획-2%20몬드리안.jpg
대림미술관의 사인과 파사드.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은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 봤을 만큼 잘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다.
20세기 초에 일부 미술가들은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무질서로 규정하고, 기계적인 조화와 질서를 중시한 화풍을 만들어 나간바 있는데, 몬드리안은 이런 기조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
수학적 미술가라고도 불렸던 그는 생동감을 나타내는 수직선과 평온함을 주는 수평선을 사용해, 이 두선이 만나면 균형과 대칭이 이뤄진다는 ‘기계적 추상주의’를 만들었다. 이 사조에는 기계적 질서가 무질서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정서가 깔려있다.
그래서 몬드리안의 추상주의 미술은 개별적인 것 대신 보편성을, 하나보다는 전체를, 세부적 장식을 표현하는 대신 본질적인 것을 취하고 표현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기획-3%20몬드리안%20(2).jpg기획-5%20%20몬드리안.jpg
효정건업의 연립간판.

이에 따라서 그의 그림은 회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캔버스 상의 공간 디자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순하고 깔끔하다. 이로 인해 ‘차가운 추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후일 신조형주의로 발전해 현대 디자인 산업이 뿌리내리게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단순한 선의 나열과 강렬한 색체 대비가 인상적인 그의 대표작 ‘콤포지션 (com position)’은 현재까지 수많은 디자인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작품으로서, 거리의 간판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전 한미은행은, 자사의 로고 및 간판에 콤포지션의 기하학적 형태를 그대로 활용한 바 있으며, 2010년 서울시 좋은간판상을 수상한 효정건업의 연립간판의 경우에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 뿐인가. 몬드리안의 고향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구에서는 이 미학적 형태가 아직도 수많은 간판 및 공간 디자인의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다. 


기획-6%20몬드리안.jpg
이태원 아이피호텔.


사실 이처럼 단 하나의 작품이 시대를 넘나들며 많은 장소에서 차용, 변주되는 일은 많지 않다. 이것은 단지 작품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서 이 그림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 공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이런 몬드리안의 작품이 완성돼 가는 단계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나무와 같은 사물에서 시작된 형상들이 단계적으로 단순화된다. 결국에는 사물의 형태가 사라지고 결국 수직과 수평의 선들만이 남게 되며, 그 사이에 절대적인 색채들이 메워진다.
실체를 없애고 가장 단순화된 선과 색의 조합만으로 가장 궁극적이면서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선과 색의 균형과 조화로 이뤄진 그의 추상표현은 오늘날의 간판정비사업과도 그 맥이 닿아 있다. 하나하나의 모습에 치중하기 보다는 질서 있는 전체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간판정비작업이 진행된 대형 건물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수직과 수평의 선 속에서 색채만이 대비되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개별적 형상 보다 전체의 질서와 조화가 더 큰 아름다움을 만들어냄을 강조한 몬드리안. 그에 대한 간판들의 오마주는 아직 진행 중이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